휘청거리는 밸브 TCG ‘아티팩트’, 동시접속자 1만 명대 붕괴
“밸브가 다시금 게임을 내놓기 시작할 겁니다!” 올해 초, 게이브 뉴웰 대표의 깜짝 발표에 현장 취재진은 물론 온 게임 업계가 술렁였다. ‘하프라이프’, ‘팀 포트리스’, ‘포탈’, ‘도타 2’까지 만드는 족족 흥행시킨 마이더스의 손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그렇게 뭇 게이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세상에 나온 TCG ‘아티팩트(Artifact)’는 그러나 그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28일, 밸브 자체 플랫폼인 스팀을 통해 첫 발을 내디딘 ‘아티팩트’는 당일 동시접속자 6만 명을 유지하며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일주일만에 절반 가량 감소하였으며, 20여 일이 흐른 12월 18일 현재는 일일 최대 동시접속자 약 8,645명으로 1만 명대조차 붕괴되고 말았다. 그나마도 주요 유저층이 밀집된 북미가 야간일 때는 5,000명 이하까지 곤두박질친다.
2018.12.18일자 스팀 통계, 현재 플레이어(좌) 및 오늘 최고 기록(우)
PvP(대인전)을 기본으로 하는 게임에서 동시접속자가 급락한다는 것은 곧 게임의 생명력이 고갈되어 간다는 의미이다. 유저층이 협소할수록 매칭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설령 적수를 만나더라도 서로 실력이 맞지 않아 불쾌한 플레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나마 게임 내에 다양한 덱의 AI 모의전이 구비돼 있긴 하지만 실제 유저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당초 ‘아티팩트’는 글로벌 흥행작 ‘도타 2’ 세계관을 차용한데다 ‘매직 더 개더링(MTG)’ 창시자인 리처드 가필드가 개발을 주도하여 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가파른 하향세는 TCG 특유의 높은 진입 장벽과 이를 가중시키는 가격 정책, 출시 초기의 빈약한 콘텐츠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백에서 수천여 카드와 복잡다단한 규칙이 존재하는 TCG는 근본적으로 어려운 장르다. ‘아티팩트’ 역시 세 개 판을 동시에 활용하는 고유한 게임성 자체는 호평을 받았지만, 그와 함께 학습할 거리가 많고 한 판을 플레이하는 시간도 다소 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때문에 ‘하스스톤’이나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 같은 경쟁작은 F2P(부분 유료화) 서비스로 유저들의 정착을 독려하는 방법을 써왔으나, ‘아티팩트’는 되려 초기 구매가 2만 2,500원을 책정해놓았다. 아울러 게임 내에서 무료 카드팩을 얻기가 매우 제한되는 구조라 일단 게임을 구입한 유저라도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는데 어려움을 소호하고 있다.
끝으로 기대 이하의 마감도 주요 비판점 가운데 하나다. 11월 28일 출시 당시 ‘아티팩트’에는 상급자를 위한 레더 랭킹은 물론 게임 도중 감정 표현, 커뮤니티 기능 등이 거의 없었다. 밸브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공개 대회를 추가하고 대화판을 넣으며 피드백에 대응하고 있지만, 애당초 미완성품을 판매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셈.
흥행이 게임의 가치를 좌우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이러한 악재가 계속된다면 ‘아티팩트’는 밸브 최초의 실패작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마이더스의 손을 자랑하는 밸브가 더 늦기 전에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