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조금 다른,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2’ 베타 체험
기자 또한 수많은 델타03 에러를 뚫고 서버에 접속, 게임에 준비된 콘텐츠를 모두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필자는 지난해 E3 2018 에서 플레이해 본 뒤에 오랜만에 다시 체험해보는 디비전 2 였는데요. 그 소감을 한 번 여러분과 공유해보겠습니다.
※본문의 모든 이미지는 클릭시 21:9 비율 원본 크기로 확대됩니다.
프라이빗 베타 테스트 개요
먼저 게임의 기본 조작, 시스템, 감각은 1편과 대동소이 합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게임의 약 20% 정도는 변화했고 다른 부분은 여전히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지난해 E3 2018 에서 ‘디비전 2’ 를 처음 플레이 했을 때에도 느낌은 그랬습니다. 뭔가 크게 변한 건 없는데 한 두가지 새로운게 추가되고, 더 다듬어진 느낌이었죠. 그리고 이런 느낌은 이번 프라이빗 베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전작과 완벽히 다른 게임은 아닙니다.
데모에서는 메인 스토리 미션 2개와 대여섯개의 사이드 미션, 그리고 1개의 엔드게임 미션과 PVP 모드, 그리고 다크존 콘텐츠를 체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플레이어가 생성한 캐릭터를 초기 튜토리얼부터 성장시켜 7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고, 메인 미션 2개를 플레이하면 30레벨의 특화별 캐릭터 3종을 제공해 이 캐릭터들로 엔드게임 레벨의 미션을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의 코어 플레이는 이전과 동일합니다. 판데믹 이후 황폐화된 워싱턴을 재건하기 위해 먼저 백악관을 되찾아 JTF 와 디비전의 작전기지로 활용하면서 주변 지역들을 하나씩 안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각 지역에는 지역 정착지가 있는데 초기 미션을 통해서 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착지에는 상점과 미션을 주는 이들, 그리고 프로젝트라는 일종의 사이드 퀘스트 겸 업적 콘텐츠가 있죠. 또 이들 정착지는 본 베타에서는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각종 시설을 추가하고 꾸미는 요소도 갖추고 있습니다. 에코를 통해 돌아보는 판데믹 이전의 이야기 등 스토리텔링도 여전했죠.
플레이어는 총 8가지의 가젯, 즉 스킬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3종의 기술이 베타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제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 모양의 트립 마인, 무인 터렛, 그리고 새롭게 추가된 드론이었죠. 또 베타에서는 이 세가지 가젯 또한 사용 가능한 특화가 제한이 되었는데 드론은 폭격 드론과 치유 드론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인력을 모아서 기지를 재건하고, 역할에 투입하는 등 여러가지 새 요소들이 있었지만 베타 버전에서는 이용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다크존의 룰은 우리에게 익숙한대로이구요.
사실 이미 유명한, 많은 이들이 플레이했던 게임인 ‘톰 클랜시의 더 디비전’ 의 후속작이며, 또 많은 부분이 변화하기보다는 유지와 발전을 꾀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게임 자체가 어땠는가 보다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오면 생긴 변화점 중에서 좋았던 부분과 그렇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좋았던 것들
전작에서 많이 지적 받던 부분 중 하나로 유명한 것이 바로 총알 스펀지 입니다. 이건 적들이 총알을 몇 십, 몇 백 발을 맞아도 죽지 않는 게임의 구조 때문에 붙은 별명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적이 외계인이나 다른 생물, 기계였던 게임들에 비해서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게임인 디비전에서는 게임적 허용을 고려해도 이게 너무 이질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죠.
디비전2는 전작보다 전반적으로 적들의 체력이 적어져 미친듯이 총알을 빨아들이는 현상은 확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신에 좀 더 뛰어다니고, 적의 AI 가 올라가서 지능적이 된데 반해 플레이어 캐릭터 또한 내구성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져서 게임 자체의 밸런스가 깨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저 전투의 양상이 조금 달라졌는데, 이전에는 같은 엄폐 위주의 슈터라고 하더라도 전투의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디비전 2 는 전작보다 훨씬 속전속결의 느낌을 주죠.
이와 함께 여러 변화로 인해서 전투의 양상과 템포 자체가 빨라진 것도 좋습니다. 플레이어는 이제 응급상자가 아니라 방탄복의 방탄 패널을 교체함으로서 아머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 3등분 되어 각 칸까지만 재생이 되던 전작과 달리 전투 중에도 소모된 체력이 천천히 회복되고, 전투가 끝나면 방탄복과 체력 모두가 회복됩니다. 회복킷이나 회복 스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체력 시스템에서 이제는 좀더 한정적인 자원 내애서 잘 플레이 해야 하는, 그러고나면 빠르게 회복해서 바로 다음 전투에 들어갈 수 있게 됐죠.
또 디비전 시리즈 특유의 몰입감은 여전합니다. 분명 전투 위주로 흘러가는 미션인데도 배경이 바뀌고 배경에 배치해 놓은 오브젝트들이 현실감을 잘 살리면서, 특히 앞서 언급한 보다 템포가 빨라진 전투 덕분에 긴박감이 있어 빠져들게 됩니다. 무장들도 평준화된 듯 산탄총이 별다른 조건이나 업그레이드 없이도 상당히 쓸만해졌고, 다양한 무기를 쓰는데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특성의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해야 했던 전작과 달리 주어지는 SHD 포인트를 사용해서 하나하나 해금하면 저절로 패시브로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인벤토리 확장이나 무기칸 확장 같은 기본적이었던 기능도 이쪽으로 편입이 되어서 열심히 하다보면 이런저런 편의성도 확장되는 구조입니다.
이 외에는 전작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잘 계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비전 1편의 장점이 무엇이었냐 하면 몰입도 높은 시가전의 구현, 총기와 다양한 장비를 섞어가며 싸우는 전술적인 느낌, 사실적으로 구현된 도시를 탐험하며 느끼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 그리고 여러 총기와 장비의 반복 파밍 등이 있었죠. 우리가 디비전 1편을 매력적으로 느꼈던 이런 요소들이 디비전 2 에도 그대로 녹아있죠.
아쉬웠던 것들
다만, ‘디비전 2’ 가 꾀한 변화들 중에서 몇몇 부분은 이게 왜 이렇게 바뀌었지? 싶은 것도 존재합니다. 이는 아직 게임이 정식 출시되기 전인 만큼 디테일이 충분히 조율되지 못한 점에서 나오는 문제들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기술, 즉 가젯들의 사용 방식이나 성능이 조금씩 변화했는데, 그 변화의 의도와 결과물이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를테면 트립 마인의 경우 이번 테스트에서는 기본 모드 외에 화염 모드도 쓸 수 있었는데, 화염 모드가 되면 사람을 추적하는 기능이 사라지고, 플레이어가 Q를 한 번 더 눌러서 지정한 지점에 가서 터지게 됩니다. 뭐, 일종의 광역 CC 겸 지속 데미지용으로서 쏠쏠히 사용되던 것이니 이해 못할 변화는 아닌데요.
여기서 문제는 두가집니다. 일단 이 게임에서 적들은 크게 두가지 행동을 합니다. 엄페물에 숨어있거나, 미친듯이 달려들죠. 문제는 화염 모드 트립 마인은 지점을 지정해서, 트립 마인이 거기까지 굴러가서 터져야 공격이 들어가니 이런 뛰어다니는 상대를 대상으론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습니다. 금새 지점에서 벗어나거나 트립 마인이 굴러가는 사이 이미 상대가 제압되거나 하죠. 그렇다고 엄폐한 적에게 잘 쓸 수 있냐 하면, 문제는 이 땅을 지정해서 사용하는게 플레이어의 시야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도무지 엄폐물 뒤의 적을 제대로 지정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애초에 플레이어도 엄폐물 뒤에서 시야가 제한되는데, 그 상태에서 시야로 조준하면서 Q, E 를 찍어도 엄폐물에 대고 공격 지정을 하는게 고작이고, 그나마도 적 AI가 그 사실을 알고 살짝 벗어나거나 엄페물이 좀 두껍다 싶으면 거의 맞지를 앉죠. 심지어 한 번 지점을 지정하면 그걸 다시 물리거나 변경할 수가 없어서 적 주변에 대기시키다가 공격을 하거나 중간에 수정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때문에 애완동물처럼 제 주변을 따라다니기만 하다가 헛방질로 날리는게 기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술들이 이렇습니다. 이번 디비전 2 의 기술들의 트렌드라면 플레이어가 직접 지정해서 하는 작동 방식이 늘었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트립 마인은 특화가 달라도 그냥 두 번 눌러서 꺼내놓으면 알아서 잘 달려가서 공격했습니다. 하지만 2편의 트립 마인은 기본을 빼고는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는데다가 새로 추가된 드론의 경우, 폭격 드론은 또 지점 지정식으로 작동하는데 무려 2군데나 지점을 지정해야 하고 지정한 순간과 실제 폭격이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차가 상당합니다. 다른 가젯들도 내가 명령을 지정한 순간과 그게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기 까지 묘하게 긴 텀이 있어서 참 애매하고, QE 모두에 이런 가젯을 지정해 놓으면 정말 전투 시간동안 총을 쏠 틈은 없고 이런 행동을 지정하기 바쁜데, 그렇게 해도 크게 효과를 받기가 어렵다는게 문제죠.
이런 변화의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전편에서 각 가젯의 자체적인 AI에 의존해서 가끔씩 플레이어의 생각과 다르게 작동하는 것을 방지하고, 보다 플레이어가 직접 결정하고 플레이하는 감각을 늘리고자 한 것 같은데, 그게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도는 좋지만 결과물의 완성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좀 더 많은 수정과 개선이 필요해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변화는 총기 개조 파츠입니다. 일단, 총기 개조 파츠는 일종의 특성이 되어서 퍼크를 해제해서 각각의 부품을 얻고, 또 이런저런 사이드 미션을 하다보면 추가 부품이 해방되며 이를 수량 제한 등이 없이 맞는 총기에 부착할 수 있습니다. 전작처럼 파밍 아이템이 아니라 일종의 해금 요소가 되어서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 하는 인벤토리 부담이나 파밍 압박이 줄어든 것은 분명 좋은 점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금한 개조 파츠 부품이 뭔가 다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모든 파츠는 어떤 보너스를 주면, 그에 상응하는 패널티가 같이 붙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탄창에 재장전 시간이 빨라지는 옵션이 붙어있다면 대신에 최대 탄약수가 줄어드는 옵션도 같이 붙어있죠. 게다가 이 수치가 적은게 아니라 10~20% 씩 붙어있습니다. 심지어는 보통 플러스 옵션들은 15% 이하에 있는데 마이너스 옵션들은 20% 대도 심심찮게 있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붙이면 붙일수록 총기 성능이 나빠지는 개조 파츠인 겁니다.
또한, 분명 샤프슈터, 서바이벌리스트, 데몰리셔니스트의 세가지 특화가 굉장한 차이를 줄 것처럼 설명했지만 당장 베타에서 보여진 것만으로 판단했을 때, 솔직히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에요. 물론 정식 버전에서는 보다 이 특화 병과들의 차이를 만들어낼 다양한 방법들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베타에서 보여지는 것은 그닥 크지 않았습니다.
일단 병과별로 있는 시그니처 무기들은 탄 보급이 거의 안되는거나 다름 없고, 하나하나의 위력이 뭔가 게임 체인저라고 할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각 병과별로 스킬, 기술 특화 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게 제한되는데 이 또한 각 기술별 하나 정도이고, 그 특화가 과연 얼마나 실용성이 있느냐에 따라서 그냥 기본 기술을 쓰게 될 때가 더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데몰리셔니스트는 로켓탄을 발사하는 터렛을 사용할 수 있고 드론도 일렬로 폭격을 할 수 있는 폭격 드론을 쓸 수 있지만, 앞서 말한 조작 문제로 이 둘은 거의 안쓰이기 때문에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
물론, 후에 게임이 정식 출시가 되고 이런저런 세트 아이템이나 공개되지 않은 특화 병과 혜택이 공개된다면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으로서는 왜 병과 분할이 되어있는지 딱히 알 수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아직 많은 문제점이 산재해 있는데, 이 문제점들의 공통점은 뭔가 의도는 좋아보이는데 그게 너무 큰 어드벤티지가 될까봐 이런저런 디메리트를 넣다보니, 오히려 쓸모가 없게 된 부분들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각 기술 가젯들의 변화도 그렇고 총기 개조 파츠들도 그렇고 말이죠. 디비전 1편에서 2편으로의 변화 의지나 변화의 방향성은 마음에 들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좀 더 많은 다듬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버부터 디테일까지, 남은 것은 다듬기
이번 베타에서 보여준 ‘디비전 2’ 는 크게 새롭다기 보다는, 전작의 연장선으로서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게임을 하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기대하는 모습도 이러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디비전 1편은 나름 독자적인 매력과 영역을 구축한 게임이었고 디비전 2를 기다리는 팬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재미를 추가하는 것 만큼이나 디비전 1편의 테이스트를 잃지 않는게 매우 중요했을 겁니다.
베타 기간 동안 심각했던 서버 문제 등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서버 문제나 버그 같은 안정성 이슈는 고쳐지는게 당연한 문제이고 때문에 정식 버전 출시 때에는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는게 맞겠지요. 물론 정식 버전이 출시되고서 멀티플레이어 게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초기 안정화 작업을 거치고서도 이런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 가서 지적할만한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베타는 디비전 2 가 변화한 결과물 보다는 어떻게 변화하고자 하는지 그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작과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할 수는 없었고요. 그런만큼 그 변화의 디테일이 더 중요해지죠. 때문에 이 변화가 만든 결과물은 아무래도 정식 출시 버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