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솔름을 정화하라,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데모
2000년대를 풍미한 명작 ‘워크래프트 3’가 근 16년 만에 부활한다. 아서스, 제이나, 스랄, 일리단, 실바나스 등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를 배출하고 오늘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직접적인 토대가 된 기념비적인 작품. 칼림도어와 로데론, 노스렌드를 가로지르는 62개 캠페인 임무와 수백 여 가지 영웅, 악당, 괴물, 건물 오브젝트가 현세대 기술에 걸맞은 고품질 그래픽과 4K 해상도로 다시금 뭇 게이머와 만난다. 블리자드 클래식 리마스터 RTS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2019년 연내 정식 발매되며, 국내의 경우 음성까지 완전 한국어화가 예정됐다.
이에 기자는 2월 22일 블리자드 코리아를 찾아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데모 임무인 정화(The Culling)를 시연했다. 오리지널 캠페인에서 휴먼측 여섯 번째 임무에 해당하는 정화는 왕자 아서스 메네실이 역병이 창궐한 도시 스트라솔름을 직접 불태워버리는 과정을 다룬다. 비록 이미 언데드의 저주가 퍼졌다 해도 자국민을 학살한다는 아서스의 결정은 스승 우서와 연인 제이나를 떠나보내는 계기가 됐고, 이것이 훗날 그가 죽음의 기사로 타락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즉 ‘워크래프트 3’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까지 이어지는 아서스의 거칠고 굴곡진 여정이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이날 시연용 데모는 지난 블리즈컨 2018 때와 동일한 빌드로 아쉽지만 현지화 상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그래픽은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확연이 개선됐으며 특히 유닛의 디테일이 크게 도드라진다. 2D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도트 해상도를 끌어올리는데 그친 것과 달리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3D 모델링은 물론 이동 및 전투 시 애니메이션도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해상도가 확장됨에 따라 UI도 깔끔하게 정돈됐는데, 캐릭터 초상화가 훨씬 커지고 아이템창이 맨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한결 사용하기 편해졌다.
설정창이 막혀 있어 전부 확인하진 못했으나 이외에 시스템은 원작과 대동소이한 듯했다. 임무를 개시하면 그 유명한 “닥치시오, 우서!”로 시작하는 인트로 컷신이 나오는데, 고품질 3D 모델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치 RPG처럼 숄더뷰로 전환된다. 이는 드레드로드 말가니스가 등장할 때나 임무 완료 컷신도 마찬가지. 말가니스의 핏기 없는 피부와 거대한 날개 거죽을 보면 그래픽 개선을 거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서보다도 모델링이 좋아 보인다. 다만 기본적으로 리마스터인 만큼 정말로 최신 게임과 대등한 수준까지는 기대하지 말자.
원작과 마찬가지로 난이도는 보통과 어려움 두 가지를 지원한다.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초반 유닛과 가드 타워가 적게 주어지며 주기적으로 공격해오는 적이 증가하는 등 소소한 차이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스트라솔름 맵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인데, 본래 1시 방향에 아서스의 본진이 있었으나 6시로 옮겨졌다. 도시 내부 동선도 적잖이 바뀌었고 무엇보다 3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는 샛길이 생겨서 이쪽 방비를 따로 해줘야 한다. 반대로 아군이 부대를 운용할 전략의 수도 많아진 셈으로,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가 단순한 그래픽 개선을 넘어 게임 자체에도 변화를 줬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정화 임무의 목표는 역병에 걸린 도시민들이 언데드가 되기 전에 처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을 이끌고 스트라솔름 시내로 들어가 저택들을 부숴야 하는데, 집집마다 다섯 명 정도 사람이 나와서 곧 좀비로 변한다. 한쪽에서는 반대로 적 영웅 말가니스가 좀비를 모집하고 다니기 때문에 그보다 먼저 도시민 처치 100명을 채우는 것이 아서스가 해야 할 일. 이를 위해서 능력치도 준수하고 기동성까지 겸비한 나이트를 주력으로 추천한다. ‘워크래프트 3’는 유닛 수가 늘어날수록 유지비 명목으로 자원 수급이 어려워지는 업킵(Upkeep) 시스템 때문에 허약한 풋맨을 다수 운용하기 보다는 소수 정예 나이트가 훨씬 낫다. 다만 본진은 킵으로 시작하는 반면 나이트는 캐슬 테크이므로 빠르게 자원을 수급하여 업그레이드하도록 하자.
본진 오른쪽 샛길로 그런트와 트롤 헤드헌터가 약간 있는 중립 오크 캠프가 하나 있고, 그 위로는 맵 전역이 스트라솔름이다. 그냥 열심히 저택만 부숴도 충분한 쉬운 임무지만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말가니스의 군세를 직접 요격하는 것도 좋다. 말가니스는 죽으며 좋은 장비 아이템을 떨구는 데다 약 2분 가량 부활 대기시간 동안은 아무 짓도 못한다. 아서스의 홀리 라이트는 아군은 회복시키고 언데드는 태워버리는 전천후 스킬로 공격용보다는 아군의 유지력을 높이는데 주로 쓰게 된다. 한가지 팁을 더하자면 막 집에서 나온 도시민은 좀비가 됐을 때보다 훨씬 약하니 재빨리 강제 공격으로 죽이는 쪽이 유리하다. 비무장 민간인을 처치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겠지만 읍참국민하는 폐륜왕자의 심정이 되어 망치로 머리를 내려찍기 바란다.
집들을 부수다 보면 네크로맨서와 어보미네이션 영웅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출연 위치는 무작위인 것으로 보인다. 나이트가 충분히 모였다면 그리 위협적인 적은 아니고 쓰러트리면 쏠쏠한 장비 아이템도 준다. 본진 방비는 보통 난이도의 경우 기본 제공되는 가드 타워로도 문제없지만 어려움에서는 언데드가 물밀 듯 쏟아지니 어지간하면 아이템 창 한 칸은 포탈 스크롤을 위해 남겨놓길 추천한다. 물론 단기결전으로 끝내겠다면 본진이 밀리든 말든 밀리샤를 풀어 최대한 농성하면서 도시민 처치 100명을 빨리 채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비교적 초반부 임무라 어떻게 해도 쉽게 이기는 편이니 다양한 전략을 시험하며 말가니스를 괴롭혀주자.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는 연내 PC 배틀넷을 통해 출시되며 블리자드 샵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고 있다. 게임 본편이 담긴 일반판은 3만 6,000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탈 것과 ‘하스스톤’ 카드 뒷면 등 특전이 동봉된 전쟁의 전리품판은 4만 7,000원이다. 아울러 ‘워크래프트 3 리포지드’ 구매자 전원에게는 즉시 플레이 가능한 클래픽 워크래프트 3(레인 오브 카오스, 프로즌 쓰론)이 추가로 주어진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