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 콘솔 게임 개발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
[(왼쪽부터) 이용진 디렉터, 이주성 프로그래머, 김동균 PD (이상 비피더스팀), 김석주 팀장]
이용진 : 개발을 2015년 4-5월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2년 가량 지났는데, 최종 버전 개발은 작년 5월에 끝이 났지만 콘솔 게임을 처음 만들다 보니 이후 기간이 많이 지연됐다. 가격은 5천원(해외는 5달러)으로 결정했다.
김동균 : 넥스트플로어의 첫 콘솔 타이틀이다 보니, 보다 많은 분들이 플레이 해주셨으면 해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설정했다.
김석주 : 넥스트플로어는 지금까지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해온 회사였는데, 콘솔 사업에 새롭게 진입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가격을 설정해 기존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 그래도 5천원이면, 너무 저렴한 것 아닌가?
이용진 : 다른 나라의 5천원 대 게임들을 살펴 보고 이 가격이 정말 맞을까 하는 고민도 했지만, 첫 도전이라는 측면도 있고, 내부 인원이 많지 않다 보니 개발과 관련한 아쉬움도 있다고 생각해서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게 잡았다.
김동균 : 원래 계획했던 일정에 맞춰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그런 부분까지 고려한 가격이다.
김석주 : 최근 모바일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진 점도 있고 해서, 그쪽(모바일) 유료 게임의 가격도 감안했다.
● 국내 유저들의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은데,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김석주 : 국내에서 콘솔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사업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인력적인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국내에서는 (해외에 비해) 적은 수의 개발자들이 만들고 있는데 비해, 해외 콘솔 게임 중에는 AAA급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교 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얼마만큼 맞춰 나갈 수 있는가 하는 부분, 그리고 익숙한 모바일 환경이 아니라 콘솔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게임을 제작하며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동균 : 당초에는 파이널 파이트처럼 간단한 게임을 만들려고 했는데, 어쩌다 SIEK 행사에 초대 받아 주목 받게 되면서 내부에서도 좀 더 보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일단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 추가적인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는지?
이용진 : 처음에는 고려했으나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본래의 목표였던 만큼 DLC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김석주 : 추가적인 수익을 고려했다면 애초에 이런 가격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동균 : 이제는 넥스트플로어 내에도 콘솔 게임 프로젝트가 여러 개 생겼는데, 키도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동균 PD (좌)]
김동균 : (진행 속도가) 느리다(웃음).
이용진 : 금방금방 피드백이 오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중간에 VR과 PRO가 발매되면서 SDK가 업데이트 되어 새로 빌딩을 해야 했다. QA 절차에 대해서도 이번에 많은 공부를 했다.
김석주 : QA 관련 기본 가이드가 있기는 한데, 영어 아니면 일어로만 되어 있다 보니 준비 과정도 100% 만족스럽지 못했고, 앞에서 언급한 펌웨어와 SDK 교체 건도 발생하여 QA 차수가 길어졌다. 다른 콘솔 타이틀을 만들 때는 이번 경험을 살려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의도치 않게 늘어난 개발 기간 동안 게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용진 :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었지만, 지스타 같은 행사에 참여했을 때 들었던 피드백은 최대한 반영했다.
김동균 : 무기 쿨타임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어 이런 부분을 바꾸었고, UI도 변경했다.
● 액션 게임은 조작과 콤보도 중요하지만 타격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이 게임을 만들면서 참고한 게임이 있는지?
이용진 : 처음에는 데빌메이크라이의 타격감을 살펴 봤는데, 횡스크롤 게임이 아니다 보니 상호 작용을 주로 보았고, 파이널 파이트 같은 고전 횡스크롤 게임의 느낌과 진행 방식을 참고로 했다.
김동균 : 처음 게임을 만들기로 했을 때 파이널 파이트의 플레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면서 매우 재미있어 보여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비피더스팀을 액션 게임을 잘 만드는 팀으로 만들고 싶은데, 이번에 키도를 통해 많이 배운 것 같다.
이용진 : 1년의 개발 기간 중 3개월을 AI 제작에 사용했으며, 공방에서의 재미를 주고자 노력했다.
김동균 : (플레이 하다 보면) 손이 무척 바빠질 것이다.
● 모바일 게임에서 콘솔 플랫폼으로 이전하면서 느낀 개발 상의 차이점은?
이용진 : 일단 끝이 있다는 점에서 개발자로서 완성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피드백을 통해 모바일과 콘솔 유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김동균 : 온라인 게임은 오랜 기간 개발해도 완결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콘솔 게임은 완결을 하고 다음 단계로 나갈 수가 있어 좋다. 모바일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다 보니 그래픽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 ‘다음’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좀 이르지만 다음 계획에 대해 알려달라.
김동균 : 키도와 같은 세계관의 게임 개발에 들어갔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할 만한 내용은 없다. 키도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역시 콘솔로 제작될 것이다.
● 타사 게임이지만 엔드 오브 파이어 같은 경우도 1만원을 넘었고, 인디 게임도 8-9천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5천원이라는 가격이 오히려 선입견을 만들지는 않을까?
이용진 :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즐겨주시는 분들은 계실 테니 그런 분들이 5천원 이상의 가치를 느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 개발 기간이 예상 이상으로 늘어났어도, 글로벌 5만개라는 흥행 목표에는 변함이 없나?
이용진 : 그렇다. 5만개만 팔려도 감사하겠다.
김동균 : 사실 게임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싶다.
● 한국 이후에는 어느 나라에 출시되는지 궁금하다.
김석주 : 원래는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했는데, 모바일과 달리 콘솔은 심의를 받는 데만 2개월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어 사전에 준비가 끝난 국내부터 론칭 하게 됐다. 이후에는 아시아, 북미, 유럽 순으로 진행될 것 같은데,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 이전에 콘솔 게임을 만들어보신 분들이 ‘다 만든 뒤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리고 긴 호흡으로는 스팀 버전을 낼 생각도 있다.
[김석주 팀장 (우)]
김석주 : 스위치의 경우 우리 내부에서는 의견이 오가고 있으나 정작 닌텐도와는 제대로 이야기 하지 못했다. 아마도 지난 1년 간 소니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다시 한 번 겪게 되지 않을까 싶지만, 분명한 것은 넥스트플로어가 콘솔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 선택 버튼을 X로 결정한 이유는?
김동균 : 개발킷이 X로 되어 있어서 별 생각 없이 확인 버튼을 X로 결정했는데, 나중에야 아시아에서는 O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바꿀 생각이다.
이용진 : 처음 콘솔 게임을 만들다 보니 놓친 부분 중 하나이다.
● 넥스트플로어 내부의 콘솔 개발팀끼리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는가?
이주성 : 우리는 유니티로 개발을 했는데, 유니티 엔진이 버전업 되면서 쉐이더를 바꿔야 한다거나, PC에서 개발한 후 PS4로 컨버전할 때 쉐이더가 동작을 안 하는 상황에 대해 자문을 드리기도 하고,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드리기도 했다.
● 소니의 경우 리전 별 스토어마다 QA를 따로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김석주 : 그렇다. 권역 별로 개별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신규 등록을 여러 번 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한 번 한국에서 OK를 받은 만큼 지금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 작년 5월 개발이 종료되었으면, QA에만 1년이 걸렸나?
이주성 : QA 전 빌드 인바이언먼트에 6개월이 걸렸고, QA에는 나머지 6개월이 소요됐다.
김동균 : 소니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보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사업부에서 그냥 심사를 넣으면서 수정해 가자고 제안,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 키도의 플레이 타임과 난이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용진 : 8시간에서 13시간 정도를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액션 게임을 잘 하시는 분이라면 보다 빨리 클리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난이도 선택이 따로 없는 대신 뒷 스테이지로 가면서 점점 어려워지는 구조라 후반부에는 뜨거운 공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며, 결코 쉬운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용진 디렉터 (좌)]
이용진 : 하나 뿐이고, 기어 중에 부활이 있어서 이를 이용하면 한 번은 되살릴 수 있다.
김동균 : 예전 오락실에서 플레이 하던 게임을 연상하시면 될 것이다. 실은 인터뷰 전 다들 다시 한번 게임을 플레이 했는데, 이용진 디렉터도 오랜 만에 하니까 어렵다고 하더라(웃음). 일단 개발팀 전원은 키도를 클리어 했지만, 눈으로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다.
● 론칭 버전에서는 3개의 무기를 모두 경험할 수 있나?
이용진 : 그렇다. 망치는 2챕터, 총은 3챕터의 보스로부터 획득하므로, 4챕터부터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 PS4의 아케이드 스틱으로 플레이 해도 괜찮을까?
이용진 : 개발팀 중 한 명이 스틱으로 플레이 하니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 우리가 스틱을 갖고 있지 않아서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웃음).
김동균 : 좀 야박해 보일지 몰라도, 원래 지하연구소가 그런 구조다. 이제는 지하에서 올라와서 더 이상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 게임 내 리더보드나 로컬 멀티플레이는?
김동균 : 양쪽 다 없다. 이번에는 정말 심플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 PSN의 기본 리더보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김동균 : 그런 부분을 추가하기보다는, 일단 출시부터 하자는 생각에 배제하고 진행했다. 그 후로 1년이나 흐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 다음 프로젝트에 언리얼 엔진을 써볼 생각은 없나?
김동균 : 기존에 만들어 놓은 것들을 활용하려면 유니티를 쓰는 쪽이 맞다고 본다. 개발자들이 키도를 기반으로 하여 이를 개선한 메커니즘을 이미 구현한 상태다.
● 출시 시기에 맞춰 프로모션을 할 계획이 있는가?
김석주 : 소니와 프로모션을 협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스토어 내 배너는 물론 준비하고 있다.
● 넥스트플로어에는 다양한 IP와 실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있는데, 특전이나 콜렉션 요소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다.
이주성 : 지하연구소 자체가 그런 부분과는 거리가 멀다.
[이주성 프로그래머 (우)]
이용진 : 그래서 키도도 여유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었으며, 바쁜 일정 속에 개발을 마쳤다. 지하연구소의 프로젝트는 홍보나 광고 없이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동균 : 그런 측면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얻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 리모트플레이는 어떻게 되나?
김동균 : VITA도 없어서 테스트를 해보지 못했다(웃음). 사실 그렇게 많은 부분들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여력도 없었고.
● 키도 발표 당시와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업체 중에도 콘솔 게임을 만들고 있는 곳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용진 : 다양성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한데, 그러다 보니 주류 플랫폼, 주류 장르에만 관심을 갖기 십상이지만, 그래서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자꾸 나와야 한다고 보며, 상업적인 성공 사례가 있으면 더 많은 업체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동균 : 회사에 따라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작게 시작해서 하나하나 경험을 쌓아가며 개발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나 역시 지금의 현상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키도의 출시와 관련하여 출사표를 부탁 드린다.
이용진 : 이 게임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으니 계속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김동균 : 콘솔로 글로벌 출시를 해본 적이 없다 보니 5만장이라는 목표가 실현 가능한 수치인지조차 가늠이 안 된다. 키도가 인지도 있는 IP도 아니고… 이번 출시를 통해 그런 부분에 대한 경험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차기작의 출시는 언제쯤이 될까?
김동균 : 내년 말 정도가 될 것 같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추후 말씀 드리게 될 것이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