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러너 원, 완전 무료 게임으로 만든 이유
[김동건 본부장(우)과 윤성문 팀장(좌)]
김 : 재작년 추석 즈음 원작자인 더글라스 스미스가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로드런너 때문에 게임 개발을 시작하게 된 사람으로서 그를 기리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출시할 생각이 없었고, 그저 추석 연휴 기간 시험 삼아 터지 조작을 이용한 프로토타입을 만든 것 뿐인데, 정상원 부사장님이 이를 보고 출시해보자고 해서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프로토타입인 '로드런너 터치']
김 : 그렇다. 브로더번드가 없어진 후 토자이가 판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과 협의해서 게임을 출시하게 됐다.
● 토자이 게임즈의 로드러너 레거시도 올 여름 스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던데, 이와 관련하여 따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김 : 스팀 쪽은 아니지만, 로드러너 원의 초기 화면에서 토자이의 클래식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 놓았다.
● 프로토타입을 혼자 만들었다고 했는데, 개발 인력과 기간은 어느 정도 투입되었는지 알려달라.
김 :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은 1년 반 전으로, 3명이 시작해서 현재는 4명이 함께 하고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이다.
● 지스타 체험 버전에서는 일반 모드만 접할 수 있었다. 오픈 스펙은 어떻게 되나?
윤 : 그 버전은 개발 도중 나간 것이라 플레이어를 학습시키는 과정이 없었는데, 지금은 튜토리얼처럼 기본 조작 및 플레이 요령을 숙지할 수 있는 스테이지가 추가되어 있고, 이와 별개로 챔피언십이라고 해서 어려운 스테이지를 무대로 점수 경쟁을 펼치는 모드가 존재한다.
김 : 로드러너 3가 챔피언십 에디션이었는데, 그 스테이지가 그대로 수록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느낌의 고난도 스테이지가 수록되어 있다. 또 유저가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는 스테이지 에디터, 그리고 그래픽은 리뉴얼 되었지만 예전 감각으로 즐기는 것이 가능한 클래식 모드도 있다.
김 : 원작은 가드가 골드를 먹어도 따로 표시가 없어서 누가 먹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런 부분을 인지하기 쉽도록 했고, 원작에서 일반 블록처럼 보이지만 밟으면 빠져버리는 블록을 제외시킨 대신 퍼즐스러운 블록을 추가했다. 예를 들면 발판을 밟으면 어디가 열린다든지, 새로운 가드가 나타나는 식으로.
● 지스타 회장에서 게임을 시연해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윤 : 전반적으로 괜찮았는데, 블록을 2단계로 파야 하는 경우 요령을 몰라 막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알려줄 수 있는 스테이지를 추가했다.
김 : 한국에는 스테이지 클리어 타입의 퍼즐 액션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는데, 원작을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난이도를 많이 낮추었다.
김 :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특허를 출원한 D패드를 적용했다. 패드 조작 시 캐릭터 옆에 점이 생겨서 캐릭터가 향하고 있는 방향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고, 사다리 근처에서 위 방향 버튼을 누르면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했다.
윤 : 이는 타일 단위로 구성된 공간에서 픽셀로 제작된 캐릭터의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특허다. 캐릭터가 타일의 절반에 걸쳐 있을 때 플레이어가 조작하면 필요한 타일 쪽으로 움직이며, 프레임레이트도 초당 60을 구현했다.
● 초당 60 프레임이면 최하 사양은 어느 정도인지?
윤 : 구체적으로 조사는 안 해봤지만 갤럭시 S3 정도면 무난하게 조작할 수 있다.
윤 : 현대 모바일 게임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최대한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 : 로드러너가 거의 모든 플랫폼으로 나온 게임이다 보니, 스마트폰에 맞는 로드러너는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스마트폰 게임처럼 보이는 로드러너를 만들고자 했고, 플랫하면서 정돈된 디자인을 택했다.
● 원작의 규칙은 계승하면서 현대의 눈높이에 맞게 다듬고 있다고 들었다. 조작과 그래픽 이외의 부분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다면 설명 부탁 드린다.
윤 : 오리지널 스테이지는 원작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굉장히 낮다.
김 : 원작의 경우 액션성을 상당히 높이 요구해서 조금만 조작을 잘못해도 죽게 된다. 이를 스마트폰 상에서 그대로 재현하면 조작이 매우 어려워지므로, 시행착오를 겪어 가면서 액션과 퍼즐의 비율을 조정했다.
윤 : 처음에는 러너만 존재하지만,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점차 캐릭터가 추가되며, 모든 캐릭터를 합하면 13종이 수록되어 있다. 처음에는 질문하신 것처럼 두 캐릭터만 구상했으나, 캐릭터 별로 다른 능력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캐릭터를 늘리게 됐다.
● 외형 이외의 캐릭터 간 차이는?
윤 : 예를 들면 가드가 함정에 빠졌을 때 갇혀 죽을 때까지 못 나오도록 계속 밟고 있을 수 있는 뚱뚱한 캐릭터가 있고, 안 움직이고 3초간 있으면 가드로 변해서 다른 가드들이 쫓아오지도 않고, 몸에 닿아도 잡히지 않는 캐릭터도 있다. 물론 속도 차이나 점수 차이 정도만 있는 캐릭터들도 있지만, 골드를 먹을 때마다 힘이 세져서 일정 시간 가드를 공격할 수 있는 캐릭터도 존재한다.
●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가 이미 수록되어 있다면, 앞으로의 업데이트 내역 및 주기는 어떻게 잡고 있는지?
김 : 추가 캐릭터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인기가 많다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웃음). 스테이지를 만드는 작업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유저 분들의 성원이 있다면 가능할 것 같으나, 지금 당장 계획은 없다.
● 아무래도 패키지 게임 기반이다 보니 유료 다운로드가 더 어울릴 듯한데, 과금 방식은?
김 : 과금은 아예 없고, 챔피언십에서 재도전을 할 때만 게임 내 재화인 골드를 소비하거나 넥슨 게임 광고를 보면 된다. 사실 내부에서는 넥슨 광고도 넣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웃음)
김 :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게임이 아니라 명작을 기리고 개발자를 추모하는 프로젝트라서… 로드러너라는 이름을 붙인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요즘 게이머들이 로드러너라는 역사적인 명작을 다시 한번 추억하게 만드는 데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 스테이지 에디터로 제작한 스테이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궁금하다.
윤 : 창작 스테이지 메뉴에 들어가면 랜덤 스테이지와 데일리 챌린지라는 두 가지 모드가 있다. 랜덤 스테이지에서는 서버에서 다른 사람이 만든 스테이지를 랜덤 하게 뿌려주는 것들을 플레이 할 수 있고, 스테이지 클리어 후 재미 여부를 평가하게 되는데, 데일리 챌린지에서는 재미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은 그 날의 스테이지 20개를 진행할 수 있다.
김 : 참고로 유저가 만든 스테이지는 제작자가 한 번 클리어를 해야만 업로드가 가능하다.
● 최근 국내 게임 업계가 콘솔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 : 넥슨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에는 콘솔 게임 개발 절차와 PC 게임 개발 절차 간에 차이가 컸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된 상태여서 개발 상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하면 사업적으로 풀 수 있을까 하는 전략적인 문제가 더 클 것이다. 최근 한국 게임들이 스팀에서 선전하고 있기도 하고, 닌텐도에서도 새로운 콘솔이 등장해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우리가 가진 IP를 콘솔로 출시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그렇다면 로드러너 원의 콘솔 버전도 가능할까?
윤 : 이미 기반은 다 갖추어져 있고,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서 개발 자체가 어렵지는 않다.
● 언리얼 엔진 4로 개발 중인 액션 RPG ‘프로젝트 DH’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달라. 모바일이나 콘솔로 확장할 계획도 있다고 하던데…
김 : PC로 선출시하게 될 것이고, 이를 스케일 다운하여 모바일로 내놓게 될 것 같다. 그 이후의 로드맵은 미정이지만, 디렉터가 과거 Xbox 개발 경험이 있다 보니 멀티플랫폼에 대해 긍정적이다. 앞에서도 말씀 드린 것처럼 지금은 개발이나 과금 모델에 있어 장벽이 많이 낮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김 :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라이선스가 필요해서(웃음). 많이 알아보고는 있는데, 안 되는 경우가 많다.
● 끝으로 루리웹 이용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김 : 개인적으로 로드러너를 통해 게임을 알게 됐고, 개발자가 될 결심까지 하게 됐다. 이 로드러너 원을 플레이 하면서 새로운 게임 개발에 대한 꿈을 품는 분들이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
윤 : 많은 분들이 즐겨 주셨으면 좋겠고, 스테이지 에디터로 자신이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면서 게임을 만드는 재미도 함께 느껴 주셨으면 한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