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하프라이프2보다 1을 더 좋아합니다.
하프라이프2의 시스템은 좋지만 레벨디자인이나 스토리는 1이 훨씬 좋다고 생각해요.
당시 첨단을 걸었던 1에 비해 2의 스토리나 배경은 너무 클리세적. 정말 탁월하고 칼같던 1편에 비해 중력건 활용이 주가되는 2편의 레벨디자인은 좀 양날의 검이었고요.
어쨌든 제 마음 속의 최애 게임이었던 하프라이프1을 다시 시작했어요.
그런데 차마 원작으로 하기는 뭐해서 리메이크작인 블랙메사 소스로...
일단 블랙메사를 해보며 다시 점검해보는 하프라이프1은 이랬습니다.
현실적인 지하 연구대단지-터널-위성발사대-군부대 등으로 이어지는 당시 신선했던 배경들은 이제 보면 한계가 느껴져요.
지금시각으로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는 배경들처럼 보이거든요. 무엇보다 기술적 한계때문에 대부분 좁은 실내를 방황하며 다니다보니 답답함을 금할수가 없네요.
당시 군인들과 싸우는게 너무 재밌고, 실감나서 게임을 멈출수가 없었는데 이것도 무덤덤하고..(지금기준에선) 특별한것 없이 적패턴이 반복될뿐이니 지루하고요.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 많이 들고 애정과 추억이 없었다면 끝까지 하기 어려웠을것 같아요.
역시 아무리 명작 게임이라도 시대를 극복하진 못하는구나..싶은..
그런데 제가 한건 블랙메사잖아요. 진짜 하프라이프1가 아니라..아무리 충실하게 리메이크했다고 해도 아마추어팀이 만든 모사작품인데...
갑자기 진짜 하프라이프1이 궁금해졌는데 할수는 없고;; 그래서 유튜브로 플레이 영상을 쭉 봤어요. 제가 해본 블랙메사와 비교해보며.
당시 '우와! 위성날아가는거 봐. 너무 진짜같아' '우와 탱크봐봐.이렇게 현실적일수가' '우와..헬리콥터도 저렇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다니' '난 마치 영화안에 있는 것 같아'
막 이런 감탄사들이 절로나왔던 영상미들은 지금 관점에선 처참한 수준이죠.
당시엔 진짜 시시각각변하는 현실적인 그래픽 구경하는 것만으로 게임이 너무 대단했는데 그 마법이 사라지니 역시 참 답답한 옛날 게임 그 자체더라고요.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니 확실히 원작은 참 우수한 부분들이 지금도 좀 보이더라고요. 배경, 그래픽을 제외하더라도...
블랙메사를 할때는 좀 그게 잘 안느껴졌는데 오리지널에는 그게 있었어요. 일단 게임이 참 디자인 잘되었다는게 팍 느껴져요.
블랙메사는 그래픽에 신경쓰고, 주변 환경을 더 그럴듯하게 덧붙이면서 굉장히 디자인이 어수선해진거였습니다. 뭐랄까 포털시리즈처럼 배경이 딱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진 원본은 굉장히 직관적이었죠.
실내환경은 대부분 퍼즐로 이뤄져있는데, 이게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저게 작동되겠다. 어디로 가면 되겠다.하는게 선명하더라고요.
또한 적들을 보면요. 블랙메사는 기존 원작이 가진 만화스러움을 보다 현실적으로 개조하면서 중요한걸 놓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습니다.
그러니까 원작 하프라이프1의 세계는 수학적인 세계입니다. 모든 적들이 정해진 hp를 가지고 있고, 무기류는 정해진 타격을 주죠. 이것때문에 권총으로도 헬기를 잡는 이상한
그림이 나오기도 하지만, 저걸 잡고 나가느냐, 아니면 그냥 피해서 다음 레벨로 나가느냐를 선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리메이크작에선 상당수가 무적이거나 특정한 무기로만 잡을수가 있어서 모든것들이 불명확하게 느껴져요. 헤쳐가는 방식을 더 강요하는 진행이랄까.
원작에서는 개발자가 의도하는걸 벗어나더라도 뭔가 새로운 진행이 펼쳐질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블랙메사는 정해진 틀을 벗어날수가 없는 갑갑함이 있더라고요.
게임 센스의 차이도 좀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블랙메사는 퍼즐구간에서 퍼즐에만 집중해요. 그것을 제시하고 해결하는데만 신경을 쓰고 다른건 없죠. 반면 원작은 기묘한 줄타기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컨데 파이프를 타고가다 무너지는 장면이 있다고 한다면, 블랙메사는 그냥 파이프가 갑자기 무너지는 그 연출 하나가 나오고 그냥 끝인데 반해. 하프라이프는 그렇게 떨어지는 공간이 상당히 높고 그 아래에는 탁자가 있고 보급아이템이 마련되어 있죠. 높은곳에서 갑자기 떨어지면서 아래 탁자때문에 주변이 난장판이 되고, 땅에 닿는 즉시 체력이 빨간색이 되었다가 보급아이템수급으로 안정이되는 과정들이 순식간에 지나가는....뭔가 연출하나에만 신경쓰지 않고 그외 정서나 분위기, 게이머의 심리등을 두루 고려했달까. 세세한 부분에서 그런 센스들의 차이가 존재하더라고요. 블랙메사가 미쳐 재현하지 못한...
물론 블랙메사도 정말 장인정신으로 잘 구현해냈긴 한데 확실히 아쉬운 부분들도 많이 보이더라고요.
벨브가 최신엔진으로 하프라이프1을 제대로 리메이크해주면 어떨까 싶기도 한데..지금 관점으로 하프라이프1은 좀 많이 갑갑한 게임이라 좋아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요.
아무튼 명불허전이면서도 역시 게임은 세월의 벽을 넘기가 참 힘들구나 싶기도 하고...내 추억이 좀 바래는 느낌도 들고 그렇네요.
그냥 정리없이 주저리주저리 적다보니 글이 어수선합니다.죄송.
잘봤습니다
저도 하프1팬인데 추억속에서 엄청 보정되있겠구나 잘 짐작할수있는 글이었네요. 다시해보진 말아야겠습니다 ㅎㅎ
당시에 볼 수 없던 신세계였던거죠. 알렉스도 그렇고. 밸브가 대단한건 영상 연출에 대한 방향을 제시 한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