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메이크라이, 나이 좀 있는 게이머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름이라도 들어봤을 액션 게임 시리즈 입니다.
당연히 저도 그렇고요. 나름 관련된 추억도 하나 선물해준 게임입니다.
게임이라고는 넥슨게임만 하던 애송이 시절, 3편 좀 해보겠다고 깝치다가 첫보스한테 두드려 맞고 울면서 제어판으로 달려간 치욕스러운 추억말이죠.
그런 제게 데메크 5의 발매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수많은 게임들로 단련이 된 지금, 과거의 불명예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전에 복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인지 부터 알아봐야겠죠? 과연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는 게임이었을까요?
백전 노장의 데메크5 리뷰 지금 시작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데빌 메이 크라이가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보면 다 똑같은 말만 할겁니다.
액션이 진짜 지린다고요.
아~ 액션이 지리시구나. 요즘 시대가 어느시댄데, 액션이 지리는 게임이 한두개도 아니고 이게 이 게임만의 특별한 장점이 될 수 있나요?
네 됩니다. 왜냐면 데메크의 액션은 평범한 액션이 아니라 '간지'액션이기 때문이죠.
막기? 평범하게 막는건 간지가 나질 않습니다. 무기로 촥 튕겨내야 간지가 나는거죠.
잡기? 그냥 잡는건 심심합니다. 잡으면서 대사도 한줄 같이 쳐줘야 간지가 나는거죠.
대전게임도 아니고, 그냥 ai패는 싱글게임주제에 인성질하는데에나 필요한 도발이 있는것도 이런 이유에섭니다.
멋지게 콤보한번 때려 박고, 도발 한번 날려줘야 진정한 간지 액션이 완성되기 때문이죠.
흔히 널린 액션게임들 광고 보면 스타일리쉬 액션이니 뭐니 말이 많은데, 이게 진짜 스타일리쉬입니다.
중2병 넘치는 대사와 겉멋에 찌든 모션에 취해 정신없이 악마들을 도륙내는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데메크5 에는 이런 액션이 3가지 맛으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기계팔을 사용하고, 익시드같은 고난이도 테크닉을 요구하기도 하는 네로,
4가지 스타일과 8개 이상의 무기를 통해 스타일리쉬의 끝을 보여주는 단테,
소환게이 V
전작들에도 있던 무기나 스킬들도 여전히 건재하고, 동시에 신작다운 새로움도 추가된 컨셉 뚜렷한 3명의 캐릭터를 플레이 하는 맛이 아주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그 맛을 느끼는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이게임 액션은 스토리에 곁들인 소스같은게 아닙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으로 가볍게 플레이했다간 큰코다치게 될겁니다.
이 게임은 회피도 커맨드로 사용해야 하는 기막힌 게임이에요.
패드로 할 수 있는 온갖 커맨드 조합의 끝을 보여주는데,
하다보면 내가 지금 격투게임하고 있는건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임내 준비된 모든 액션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그지같이 플레이해도 재미있긴 하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수가 없죠.
왜냐면 내 그지같은 플레이를 보고 한심하다고 비웃듯이 D라고 한글자 띄워주는 랭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플레이어 성적표라고 할 수 있죠. 적을 다채로운 방법으로 스타일리쉬하게 패면 랭크가 올라갑니다. 평타만 죽어라 갈기거나, 적한테 맞으면 바로 떡락하고요.
스테이지 클리어 했는데 대문짝만하게 D라고 박혀있으면 그토록 부끄러울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치욕을 씻기 위해 다시 이 악물고 도전하게 되는거죠.
학생땐 C도 절먹했는데, 화면 우측에 랭크 떡하니 떠있는걸 보면 참을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랭크를 올리기 위해 나만의 콤보를 개발하고, 적의 패턴을 파훼하게 됩니다.
S이상을 받지 못하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리는거죠. 단순히 알파벳 하나 띄운것 뿐이지만, 플레이어의 도전욕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봅니다.
저같은 아재들을 위한 콤보 어시스트 시스템이 있기는 합니다. 버튼 하나만 눌러도 어느정도 그럴듯한 콤보가 나가는 시스템이죠.
편하게 간지액션을 감상하는 맛은 있지만, 손가락을 비트는 재미가 반감되는건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다시 허수아비와 면담하며 직접 손으로 플레이하게 되었죠.
간지나는 액션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노력하는 맛이 있었고, 결과물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는 플레이어에게 강한 무기를 쥐어줍니다. 하지만 그걸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온전히 플레이어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네모네모누르면서 D폭격 맞으며 플레이할수도 있지만, 깔끔하고 간지나게 싸우기 위해 콤보를 연습하고, 높은 난이도에서 캐릭터를 완벽히 컨트롤해 그럴듯한 액션을 해낼수도 있습니다. 물론 후자가 훨씬 재밌겠죠?
그래서 어찌보면 샌드박스 액션게임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캐릭터를 잘 다루면 다룰수록, 더욱더 간지나는 액션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재미도 늘어나게되는 멋진 게임이었습니다.
액션이 끝내주는 게임답게 구성도 상당히 깔끔합니다.
퍼즐, 갑분싸의 주범이죠. 그래서 이겜은 퍼즐이 없습니다. 끽해야 길찾기정도? 리얼루다가 깔끔하게 순수 액션만으로 구성한 압축된 게임플레이를 제공합니다.
아무생각없이 애들 줘패다보면 어느새 게임이 끝나있죠.
압축된 만큼 플레이타임도 상당히 짧은데요,
1회차 플레이 기준으로 늦어도 10-12시간이면 엔딩을 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데, 파고들기 요소가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1회차 클리어 하고나면 뭔 메세지가 주르륵 뜹니다. 뭐가 해금되었네, 이젠 뭘 할수 있네, 더 높은 난이도가 있네, 아니 저 방금 엔딩봤거든요? 괜시리 궁금해서 또한번 해보고 싶어집니다. 대놓고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하는 부분이죠.
애초에 1회차 플레이로 캐릭터들을 온전히 다룰정도로 숙련도를 쌓기도 힘들고요. 더 높은 난이도에 도전하고, 더 완벽한 스타일리쉬 액션을 위해 반복을 거듭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플레이타임도 같이 늘어나게 될겁니다.
다만 아쉬운건 이런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겁니다.
나는 원래 1회차만 플레이하는 스타일이고, 회차반복같은건 질려서 못한다 하는 분들이라면 구매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부분은 저도 좀 불만이었는데요 대놓고 회차반복하는 게임인데, 딱히 다른 여흥거리도 없는게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데메크5의 게임진행은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캐릭터들을 플레이하게 되어있죠.
예를들면 1스테이지는 네로, 2스테이지는 V, 3스테이지는 단테, 이런식으로 고정이 되어있다는겁니다.
1회차때는 스토리 보면서 흐름에 따라가야 하니 캐릭터가 고정되어 있는데 큰 불만은 없지만, 다회차때에도 똑같은 캐릭터로만 플레이 해야하는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다회차니까, 선택적으로 캐릭터를 바꿔서 플레이 하게 풀어줄 법도 하잖아요? 근데 안되더라구요. 똑같은 보스 똑같은 캐릭으로만 잡아야 합니다.
하다못해 보스러쉬같은거라도 있었으면 이런 불만은 없었을겁니다. 이건 절대 제가 V라는 캐릭터를 플레이 하기 싫어서 생긴 불만이 아닙니다.
깊이 있는 스토리같은걸 기대하시는 분들도 구매하기 전에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게임은 정말 다른거 다 내팽겨치고 오로지 액션에만 모든 정성을 쏟은 순혈 액션게임입니다.
데메크5편이라고 떡하니 시리즈 타이틀 붙여서 나온 작품이긴 하지만, 전작들을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덴 문제가 없습니다. 게임 내에서 자체적으로 스토리 요약 영상을 제공하는것도 있지만, 그보단 스토리 자체가 굉장히 단순해서 뭘 알아야 하는게 없거든요.
심오하다던가, 무슨 교훈이 담겨 있다던가 하는게 아니라 그냥 가벼운 킬링타임용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짧잖아요? 플레이타임은 10시간이지만, 이게임 스토리 요약하는덴 5분도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캐릭터들의 매력어필시간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 현란한 춤사위를 보십시오. 이 남자 가지고 싶지 않습니까? 이게 데메크만의 치명적인 매력의 스토립니다.
데빌 메이 크라이는 참 단순한 게임입니다. 오직 액션 밖에 모르는 바보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호불호가 꽤 심하게 갈릴 수 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한번쯤은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취향에만 맞으면 이만한 게임이 없거든요. 가끔씩 생각날때 꺼내서 플레이하기에 이보다 좋은 게임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노익장은 건재하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저도 단테도 주름살이 많이 늘었지만, 그 재미만큼은 건재한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5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