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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탐험·연쇄 액션으로 압도, '칼리스토 프로토콜' 시연

조회수 17636 | 루리웹 | 입력 2022.10.27 (00:10:00)

크래프톤 산하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의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 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최초 시연회를 열었다. 이번 시연은 PS5 플랫폼으로 약 50분 가량 플레이할 수 있었다.



이번 시연회는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준비가 들어갔다. 각 시연자들을 파티션으로 나누어 어둡고 오직 혼자서 플레이하는, 즉 ‘공포를 느끼게 하는’ 환경으로 세팅되었다. 이는 글렌 스코필드의 요구사항이기도 했다고.

시연에 쓰인 구간은 게임의 중반 정도에 위치한 ‘해비탯(Habitat, 거주지)’ 레벨이다. 칼리스토의 매우 깊은 곳에 위치한 이 구간은 트레일러에서도 몇차례 선보인 곳으로 하수구 슬라이드가 등장하는 바로 그곳이다. 주인공 제이콥 리는 이 칼리스토에 위치한 블랙 아이언 교도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인다. 체험의 마지막 파트에 하수구 씬이 등장하며, 지하에 도착하고 나서 끝이 났다.

※본 기사에 사용된 시각 자료들은 모두 크래프톤에서 별도 제공된 자료를 가공한 것입니다.
※기사에 잔인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샌드박스가 가미된 진행, 콤보가 가미된 전투

‘칼리스토 프로토콜’ 을 시연하고 나서 느낀 두가지의 큰 특징은 바로 진행과 전투에 있다. 먼저 게임의 레벨 디자인 및 진행 구조는 구간 별로 샌드박스적인 느낌을 풍기며, 전투는 단순한 슈팅이 아니라 좀더 박자와 콤보감이 있게 근접, 화기, 특수 능력을 적절히 섞었다.



그래서 가장 궁금할 질문인 “개발자의 전작 ‘데드 스페이스’ 와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가?” 에 대해서는 “같은 코드를 공유하지만 분명히 다른 게임이다.” 로 답할 수 있다.

먼저 진행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게임, 또는 최소한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매우 최소한의 미션 가이드라인이 있었다. 레벨에 진입했을 때 어디로 가라, 무엇을 해라 라고 직접적으로 인디케이터로 가리키거나 하는게 없다.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탐험하며 길을 찾아야 하며, 당연히 각종 숨겨진 획득물도 찾아낼 수 있다.

맵의 각 구간에는 간단한 입구 퍼즐도 있다. 본격적인 형태는 당연히 아니며, 해당 스테이지의 경우에는 문을 개방하는데 필요한 게이트 퓨즈라는 아이템이 있다. 이 게이트 퓨즈는 전원이 나간 문의 조작 패널에 끼워 그 문을 개방할 수 있고, 쓰고나서는 다시 빼서 다른 문에 끼워넣을 수 있다. 즉, 이 게이트 퓨즈를 확보해서 정해진 수량만큼 끼웠다 뺐다 하며 문으로 된 퍼즐을 푸는 식이다. 이는 아마도 이 레벨 전용의 기믹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필요없는 곳에서 퓨즈를 떼서 필요한 곳에 붙이면 된다.


비록 HUD 나 UI 측면에서 임무를 보조하는건 약한 편이나, 레벨 디자인 측면에서 이를 확실히 유도하고 있다. 나아갈 수 있는 통로, 또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환기구, 지나갈 수 있을 듯한 파이프 사이 등 보이는 대로 플레이하면 대부분 진행이 되고, 정답은 없다. 필자는 최단 루트를 추구하기보다는 그냥 보이는대로, 꼼꼼하게 다 가보자는 느낌으로 진행했는데 어느덧 미션 지역에 와있었고, 또한 다른 시연자들과 진행 경험이 달라서 흥미로웠다.

제작진은 의도적으로 이 게임에서 명시적인 HUD 나 UI 를 최소화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플레이에서 어떤 정보를 정리된 형태로 보여주는 건 오직 캐릭터 등의 체력, 무기를 들면 나오는 잔탄량을 비롯해 대부분 간접적이고, 화면이 아닌 게임 속의 일부분으로서 보여준다. 임무 지시 또한 독특한데, 게임 세계의 다른 인물들이 지나간 흔적, 행동들을 홀로그램 형태로 보여주어 이를 보고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유추하는 식이다.



때문에 게임 자체가 비록 완전히 샌드박스라고 할 수는 없지만, 플레이어를 정해진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풀어둔다. 둘러보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고, 재화와 소모품을 모으고, 수집 요소들을 챙기면서 소소한 이득을 얻고, 호기심을 해결한다. 이는 진짜로 내가 이 폐쇄된 공간에 고립되어서 어떻게든 탈출할 길을 찾고있다 라는 감각에 매우 잘 몰입되게 해준다.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은 바로 전투다. 그리고 이 전투는 ‘칼리스토 프로토콜’ 을 ‘데드 스페이스’ 와 결정적으로 구분 짓는 부분이기도 하다.




4K 공식 스크린샷 이미지


글렌 스코필드가 만든 이 두 게임의 전투는 적의 핵심 기믹, 키워드 하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데드 스페이스’ 는 다름 아닌 슈팅으로 촉수(Limb)을 잘라내는게 중요했다.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 의 전투는 단순히 어떤 부위를 공격하는게 아닌, 근접전과 초능력 그립이 슈팅 만큼이나 똑같이 중요하다는 큰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총기와 근접무기(전기가 흐르는 바톤 같이 생겼다), 적을 잡아채는 그립이라는 염동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회피 능력이 있는데, 이 회피의 조작법이 흥미롭다. 적의 공격이 가해지는 방향을 보고 좌측 스틱(이동에 쓰이는 그것)을 반대 방향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입력하면 슥 위빙으로 피해내는 식이다. 이 손맛이 제법이다.


그로기 상태로 만들고 약점을 쏜다. 이게 핵심이다.


이 게임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이렇다. 시연회에서 가장 잘 써먹은 콤보를 말하자면, 먼저 그립으로 적을 바로 앞으로 당겨온다. 그리고 그립을 놓자마자 근접 공격을 날려 그로기 상태로 만든다. 이러면 적에게 빛나는 원으로 약점이 표시되는데, 이때 총기로 사격할 경우 자동으로 약점에 조준하며 큰 데미지를 준다. 이렇게 그립-평타-사격 이라는 기본적인 콤보가 바로 ‘칼리스토 프로토콜’ 의 전투를 상징한다. 즉, 이 게임의 전투는 오직 근접만, 오직 사격만, 오직 그립만 써서는 풀어나갈 수 없다. 이들 각각의 무장을 어떻게 조화롭게, 적시에 사용하느냐가 전투 능력의 잣대다.



만약 적이 달려든다고 다짜고짜 총을 쏘게 되면 데미지는 들어가지만 약점 사격에 비해 약한 데미지, 그리고 낮은 저지력 때문에 한 탄창을 모두 소모하고도 그대로 달려드는 적을 보게 된다. 반면에 오직 근접전으로만 풀어나가려면 한 두 번이라도 회피에 실패하면 죽음이 가깝다. 그립은 기본적으로 던져서 피해를 입힐 수도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는 공격력이 낮은 편이다.


회피는 꽤 재미있고 손맛이 좋으며, 약간 소울라이크의 공방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이 세가지 전투의 요소를 모두 활용해야 총알이 부족해지지 않고, 그립 파워가 모자라지도 않고, 정신없는 회피의 압박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게임의 전투는, 분명 플레이어 캐릭터의 동작이 엄청나게 빠르거나 하지 않음에도 박진감 넘친다. 그냥 슈팅이 아니라 일련의 연쇄 조작을 통한 콤보처럼 흘러간다. 플레이어의 컨트롤러는 타이밍에 맞춰 바쁘게 움직이고, 적의 유형에 따라 어떻게 상대할지 재미있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전투는 예상하지 못했음에도 이번 시연에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기억에 있는 ‘데드 스페이스’ 식 대로 총부터 꺼내들었고 무수한 데드신을 봤지만, 이 전투 방식에 익숙해지고 나니 굉장히 재미있고 적을 상대하는게 즐거워졌다. 그렇다고 게임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기에, 두세명 씩 적이 달려들면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내지 못하면 죽음을 맞는다.



■ 억지부리지 않는, 분위기로 압도하는 호러

공포 게임으로서의 분위기 또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의 분위기를 세가지 키워드로 요약하면 어둡고, 축축하고, 녹슨 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강철로 된 우주 기지는 내가 얼마나 깊숙히 있는지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고, 어둡고 축축한 환경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저 앞에 뭔가 물이 고여있거나, 또는 어둡게 가리워진 암부가 있다면 진행하기 전에 멈칫 하는게 당연하다.




4K 공식 스크린샷 이미지


이 게임은 HUD 를 최소화한 만큼 매우 담백하게 주변 환경을 그대로 전달한다. 이따금씩 끼익 거리는 소리와 물흐르는 소리가 난다. 몰입감은 더해지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어디에서, 어느 순간 쯤에 일이 일어날지는 꽤 잘 보인다. 외딴 행성 지하 깊숙한 우주기지는 일면 공포게임 ‘SOMA’ 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다만 게임의 고어함은 좀 더 농도가 짙고, 적나라한 편.

한편으로, 공포게임에서 가장 마이너스가 되는 디자인은 무조건 무서운게 아니라 어떻게든 무섭게 만드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분별한 점프 스케어 남발, 지나치게 플레이어의 루트를 강제하는 진행 등등. 하지만 ‘칼리스토 프로토콜’ 은 그런 생각없는 호러와는 궤가 다르다. 무차별적인 점프 스케어도, 대놓고 억지 공포를 던지는게 아니라 그냥 분위기 하나로 모든걸 압도한다. 피와 기름이 흥건한 강철 바닥을 보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상하게 되는 그런 공포 말이다. 그래서 무작정 무서워 죽겠고, 게임을 도저히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 긴장감 가득한 스릴러에 호러와 고어가 섞여든 것 같다.





물론, 필자는 루리웹 편집부에서 가장 공포 내성이 강한 편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암네시아’ 시리즈나 ‘SOMA’ 같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긴 편인데, 특히 SF 호러를 매우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이렇게 막무가내가 아닌 분위기로 조지는 호러는 매우 반갑고 좋다.

게임의 성장 요소는 장비의 업그레이드로 이루어진다. 잔탄량, 공격력 증가 옵션은 당연히 있고, 꽤나 무기별로 상세한 테크트리가 준비되어 있어 재미있는 성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재화는 게임 내에서 적을 죽이거나 탐색을 통해 얻고, 가끔씩 나오는 업그레이드 콘솔에서 사용한다.

그래서 종합적인 평가로 결론을 내자면 이 게임은 ‘데드 스페이스 4’ 가 아니다. 분명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새로운 게임이다. 비록 어느정도 테이스트를 공유하기는 하나 그것은 SF 호러라는 큰 테마 안에서이고, 세부적인 게임 플레이 방식, 특히 전투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독창적인 게임임을 공고히 한다. 그리고 매우 재미있었다.




4K 공식 스크린샷 이미지


비록 한시간 정도의 짧은 시연이었지만 전체 게임이 이러한 토대 위에 잘 쌓아올렸다면 분명히 올해 출시된 게임 중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게임이 아닐까 싶다. SF 호러에 목말라있던 팬들에겐 단비 같은 게임이고, 이 장르의 광팬이 아니더라도 어느정도의 호러, 고어 내성이 있다면 이 게임이 가진 분위기와 탐험과 전투의 재미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시연 버전은 아직 음성/자막 한국어화 적용 등 후반부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 버전이기에 보이스 오버나 몇몇 자막이 출력되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웠다. 그러나 게임 내 곳곳에 삽입된 한글은 보기 좋았으며, 전반적인 게임의 퍼포먼스는 출시 전임을 감안하면 일부 구간의 프레임 저하가 있을 뿐, 만족스러웠다. 12월에 한국어화가 완성된 버전으로 빨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