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더스트2, 미술과 감성 뿐인 게임은 되지 않길
국내 게임 시장의 주축이 모바일로 옮겨간지 어느덧 수년이 흘러, 속편 전개가 가능할 만큼 기반을 공고히 한 IP도 늘어나고 있다. 겜프스엔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제공하는 모바일 RPG ‘브라운더스트’ 역시 2017년 론칭 이래 5년 이상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다. 이제 때가 되었다는 판단인지 작년에만 ‘브라운더스트 앤 퍼즐’과 ‘브라운더스트 스토리’라는 스핀오프 2작을 냈고, 내년 중 정식 넘버링 타이틀 ‘브라운더스트2’도 선보일 예정. 이에 앞서 1월 10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사전 테스트도 진행된다. 안드로이드 유저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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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부터 일주일간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는 모바일 RPG '브라운더스트2'
감성과 게임성, 고전 JRPG를 향한 헌사
시리즈화에 있어 스핀오프가 저변 확대를 위한 변화구라면, 정식 넘버링 타이틀은 그간 집결한 팬덤을 향한 몸 쪽으로 꽉 찬 직구다. 따라서 비주얼이나 콘텐츠 등 일부 사양이 번경되더라도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요소만큼은 충실히 계승하기 마련. 그렇다면 ‘브라운더스트’하면 떠오르는 핵심 재미요소란 무엇일까. JRPG 또는 왕도 판타지로 요약되는 특유의 감성, 명불허전 일러스트와 아트 스타일, 완성도는 둘째치고 나름대로 신경은 쓰는 스토리텔링, 그리고 살짝 낯뜨겁지만 이른바 전략갓겜이라 불리는 게임성이 있겠다. ‘브라운더스트2’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겜프스엔은 전작부터 레트로(특히 JRPG)에 대한 애정을 피력해왔고 이는 게임 곳곳에 연출과 스토리텔링으로 드러난다. ‘브라운더스트2’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소싯적 싱글플레이 RPG에 보다 가까운 형태로 만들어졌다. ‘원신’ 대성공 후 업계에 싱글플레이 콘텐츠로도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반향이 일었는데, 아마도 겜프스엔 역시 호요버스를 레퍼런스로 삼지 않았을까 싶다. 메인 시나리오의 각 화 및 외전을 게임팩으로 표현하고 포장을 뜯어 기기에 삽입하는 연출은 물론 닌텐도 패미컴서 빌려온 것이다. 본작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
튜토리얼서 엘린이 플레이한 게임기나 팩을 꼽는 연출 등은 패미컴을 향한 헌사다.
각 게임팩이 하나의 장에 해당하고, 아예 독립적인 내용을 다룬 외전도 존재한다.
이야기는 전작의 11년 전, 카리안 제국이 아닌 스베른 연방을 무대로 삼았다. 시골 청년에 불과한줄 알았던 주인공 라텔이 혈각자라는 특수한 존재임이 밝혀지고 흑마법사를 추적하던 검사 유스티아에게 구출되며, 이윽고 두 사람은 함께 멀고 험난한 여행길에 오른다. 앞서 소개했듯 메인 시나리오는 여러 화 = 팩으로 구분되고 각각은 완연한 싱글 게임처럼 만들어졌다. 스토리에 따라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고 이벤트신을 감상하며 적과 조우 시, 그러니까 심볼 인카운터 방식으로 전투가 벌어진다. 턴 기반으로 진행되는 전투 공방에 대해선 후술하도록 하겠다.
금번 테스트 빌드는 튜토리얼 ‘안녕, 엘린!’, 메인 시나리오 1~5화에 해당하는 ‘피의 기사’, ‘푸른 마녀’, ‘안개의 명사수’, ‘안경과 고양이’, ‘사막의 꽃’, 하이스쿨 판타지 컨셉의 외전 ‘제이든스 게이트(보다시피 ‘슈타인즈 게이트’ 패러디)’, 도전 콘텐츠 ‘악마성’과 PvP ‘거울 전쟁’으로 구성됐다. BM이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 피로도 회복과 의상 및 전용장비 뽑기에 유료 재화가 필요하고 시즌패스도 제공하나 따로 돈을 받진 않더라. 동료 합류는 영입 계약서라는 별도 재화로 이루어지며 치료제에 해당하는 음식과 일반장비는 특정 캐릭터의 재능 스킬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메인 시나리오는 오롯이 혼자 즐기는 싱글 RPG처럼 구성됐고 실제로도 그런 느낌.
장비나 회복제(요리)도 인게임서 수급 가능하고 공략에도 문제가 없는 난이도다.
가벼워진 전투, 여전한 순서와 배치의 묘
전투는 ‘브라운더스트’를 전략갓겜으로 만들어준 핵심 중의 핵심이나 갈수록 진입장벽을 높이는 주범이기도 했다. 전투든 육성이든 그 깊이와 진입장벽은 동전의 양면처럼 사실상 같은 말인 법이다. IP를 대표하는 개성이자 장점이고 겜프스엔의 특기인 만큼 당연히 계승할 건 계승하되 어떻게 하면 (어느 순간부터 신규 유입이 뚝 끊긴)전작의 전처를 그대로 밟지 않느냐가 숙제다. 그걸 위해 ‘브라운더스트2’ 전투 시스템은 여러모로 무거운 시스템을 덜어내며 경량화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앞으로 서비스가 장기화되면 또 어떨지 모르지만 현재로선 확실히 가볍다.
일단 전투 UI 자체는 전작의 좌우로 긴 전장을 90도 돌려 세웠을 뿐이다. 본작의 기본 화면이 세로 기준이므로 이는 자연스런 변화다. 여기에 적과 아군이 각각 6x3=18칸으로 총합 36칸이던 전장 규모가 3x3=9칸의 총합 18칸으로 대폭 줄었다. 출전하는 동료도 딱 다섯 명에다 무엇보다 액티브 스킬이 단 하나다. 여전히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긴 하지만 다뤄야 할 말도 고려해야 할 변수도 신규 유저가 납득 가능한 수준이 됐다. 출전 인원 감소는 그만큼 육성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도 있다(전작은 캐릭터 육성 피로도가 끔찍한 수준으로 악명 높았다).
이른바 '전략갓겜'이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그것이 진입장벽으로도 작용했던 1편.
'브라운더스트2' 전투 시스템은 그 정수는 계승하되 여러모로 가볍게 덜어낸 형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규모의 차이를 제쳐두면 ‘브라운더스트’와 ‘브라운더스트2’ 전투의 묘는 동일하다. 범위, 배치, 순서다. 본작에서 액티브 스킬은 제아무리 단순한, 가령 거대 멧돼지의 돌진이라도 범위 공격인 게 보통이다. 유스티아의 하얀 사신은 정면 두 칸을, 라텔의 약초 추적자는 정면과 좌측 후방 사선으로 한 칸을 공격한다. 크라이의 해방된 약탈자처럼 X영역의 다섯 칸을 아우르는 강력한 효과도 있다. 따라서 9칸 안에서 아군의 범위 공격은 극대화하면서 적의 범위 공격은 최소화되도록 배치를 짜는 게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판단이다.
적과 아군의 배치(물론 적 배치까지 관여할 순 없지만)가 끝난다면 두 번째 전략적 판단은 행동 순서로 갈린다. 전투 UI 하단에 캐릭터 일러스트를 옮겨 행동 순서를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 대다수 액티브 스킬은 대상이 거기 존재해야 발동한다. 범위기는 범위기지만 허공을 칠 순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면을 공격하고 그 사선까지 노렸는데 아군이 먼저 앞선 적을 처치한다면 한 칸을 지나 엄한 곳으로 스킬이 날아간다. 바보 같지만 꽤 흔한 실수다. 역으로 범위기를 의도한 곳에서 발동하고자 우선 경로를 가로막은 적을 치우는 식으로 순서를 짜기도 한다.
적과 아군의 스킬 범위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배치와 순서를 정하는, 일종의 퍼즐.
전투에 앞서 파티 로스터를 정리해두자. 코스튬에 따라 스킬 등이 바뀌기도 한다.
테스트기에, 미진한 요소와 미묘한 균형
사람의 첫인상이 외모로 결정되듯 게임도 일러스트와 아트 스타일이 초반 유입을 크게 좌우한다. ‘브라운더스트’와 마찬가지로 ‘브라운더스트2’ 역시 이 지점에 있어선 감히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 속편이 취한 접근법은 필자처럼 고전 JRPG를 즐기며 자라난 세대에게 전작보다 훨씬 큰 울림을 준다. 싱글 게임을 연상케 하는 구성은 전형적인 모바일 RPG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뭇 유저에게 호감을 사기 충분하고. 아직 테스트 단계임에도 ‘브라운더스트2’가 선사하는 미술과 감성은 거의 완벽하다. 호불호가 없지야 않겠으나 분명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터이다.
다만 굳이 세로 화면을 택한 이유는 모르겠다. 스토리텔링에 유리한가? 아니. 새로운 전투 시스템에 적합한가? 반대로 전투 시스템이 세로 화면에 맞췄다고 봐야 한다. 일러스트 감상하기 좋아서? 그렇긴 하지만 별로 중요치 않다. 일본 시장을 겨냥해서? 아마도. 그래서 더 편해졌나? 이게 가장 문제인데 그다지 편하지 않다. 세로 화면을 택했으면 한 손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하는데 ‘브라운더스트2’는 그게 안된다. NPC 선택 시 관련 UI가 그 머리 위에 뜨기 때문이다. 시점도 너무 원경이다. 갤럭시노트10+로 테스트했는데, 눈이 아파서 이따금씩 플레이를 멈춰야 했다.
심미적인 성취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배경 묘사가 훌륭하고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문제는 지나친 원경으로 눈이 피로한데다, 세로 화면임에도 한손 플레이가 불편한 UI.
전투가 가벼워진 건 호불호의 영역, 여기에 대중성까지 고려한다면 개선이라 하겠다. 그렇더라도 연출까지 죄 가벼워져야 했을까. 가뜩이나 액티브 스킬이 하나로 줄었는데 연출이 스탠딩 CG만 나오고 끝이라 영 보는 맛이 영 떨어진다. 고전 JRPG의 수수함을 본받으려 했는지 몰라도 지금으로선 그냥 없어 보인다. 그리고 테스트라는 건 참작하겠지만 편의성과 정보 제공도 아쉽다. 인벤토리서 다중 선택 같은 기본적인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 상태다. 재능의 묘약(재능 스킬 자원)이 부족하면 스토리 진행이 막힌다는 걸 몰라 귀한 테스트 기간의 하루를 날려버렸다.
BM을 논하긴 시기상조이나 유료 재화 때문이든 인게임 재화 때문이든 결코 부담 없는 게임은 아닐 듯하다. 필자는 유저 여러분보다 일찍 별도 테스트로 상당한 재화를 제공 받았음에도 결국 픽업 뽑기에 실패했다. 의상과 전용장비를 제외한 파밍 요소는 인게임 플레이만으로 획득 가능하지만 사냥 노가다에 필수적인 피로도 회복은 유료다. 1회 충전량인 40회로 1성 승급의 별 하나도 먹기 힘들 만큼 드랍율도 좋지 않다. 당장은 시나리오만 쭉 밀면 콘텐츠 소모가 너무 빠르고 그렇다고 사냥 노가다를 강제하면 지나치게 야박한 이래저래 미묘한 균형이다.
전투 시스템 경량화는 지지하는데, 그와 별개로 연출이 정말 성의도 볼품도 없다.
아직 테스트이므로 인게임 콘텐츠 외적인, BM 등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겠다.
|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