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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S] 명작 중 명작 ‘드래곤 퀘스트 3’를 리메이크하는 고민과 해결책들

조회수 8614 | 루리웹 | 입력 2024.09.26 (08:00:00)

일본 국민 RPG라 불리는 ‘드래곤 퀘스트’. 1986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정식 넘버링만 11편을 넘긴 장대한 시리즈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은 무얼까. 자못 의외로 초기에 나온 ‘드래곤 퀘스트 3’가 팬 앙케이트 1위를 거진 항상 차지하는 편이다. 지금이야 다들 편하게 ‘로토’ 삼부작이라 부르나 당시는 1, 2편과 연결성 자체가 엄청난 반전이었고 훌륭한 완성도와 더불어 일종의 사회 현상이라 할만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냈다. 이 고전 명작을 스퀘어에닉스 팀 아사노가 특유의 HD-2D 스타일로 리메이크하는 중인데, 과연 부담감은 없을지 TGS 2024 미디어 프리뷰 이벤트서 하야사카 마사아키P를 만나 들어봤다.


[체험]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어디쯤, 드래곤 퀘스트 3 HD-2D


이거 망하면 업계를 떠야한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진 하야사카 마사아키P

 

● 2021년 발표 후 완성까지 3년이나 걸렸다. 뭔가 사정이 있었나


: 신뢰할 수 있는 개발 파트너를 찾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다(※ 팀 아사노는 그간 히스토리아, 어콰이어, 아트딩크 등 여러 외주사와 협력 개발을 진행함). 국내에 개발사야 많아도 이러한 규모의 거치형 콘솔 게임을 마지막까지 완성시킬 만한 체력을 보유한 곳은 드물다. 그런 파트너를 찾아 계약하고 개발까지 하려니 이처럼 긴 시간이 흘렀다.


● 명작 중의 명작 ‘드래곤 퀘스트 3’를 리메이크하는 부담이 상당하겠다


: 이거 실패하면 게임 업계를 떠야겠구나 싶은 부담감이 있긴 한데(웃음). 사실 ‘드래곤 퀘스트 3’가 발매됐을 당시 난 태어나기도 전이라 사람들이 막 엄청 열광하고 사회적인 현상까지 일으켰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래서 되려 부담감이 적지 않나 싶다.

 


● HD-2D가 무척 인상적이지만 Full 3D 리메이크도 검토했을 듯한데


: 물론 Full 3D 리메이크란 선택지도 있었다. 다만 그랬을 때 뭇 게이머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드래곤 퀘스트 11’ 수준은 되어야 않겠나. 현실적으로 11편 그래픽에 맞춰 ‘드래곤 퀘스트 3’를 리메이크하려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거기다 HD-2D의 경우 이번처럼 오래된 작품과 만나야 그리우면서도 현대적인 그 진정한 힘이 발휘된다고 본다. 때문에 의외로 내부 논의서 만장일치로 HD-2D 리메이크가 결정됐다.


● HD-2D라 어려웠던, 반대로 HD-2D기에 가능했던 표현이 있다면 뭘까


: 그간 HD-2D로 만든 ‘옥토패스 트래블러’나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약간 더 어둡고 성인 지향의 작품들이었다. 반면 ‘드래곤 퀘스트’는 색감이 밝고 화사한 편이라 HD-2D를 적용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뭣보다 ‘드래곤 퀘스트스럽다’란 감상이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표현을 잘 살려야 좋을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았다.


반대로 HD-2D라 좋았던 부분은 역시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이 그려준 귀여운 몬스터를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거. 아무래도 원작의 도트와 달리 3D는 본래 디자인의 느낌을 온전히 살릴 수 없으니까. HD-2D 리메이크를 선택한 게 참 다행이지 싶었다.

 


● 다만 전투 시 캐릭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 사실 개발 초기에는 캐릭터 뒷모습이 늘 보이고 직접 가서 때리기도 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매번 어떤 동작이 들어가니 ‘드래곤 퀘스트 3’ 특유의 좋은 템포가 망가지더라. 결국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다 호리이 유지 씨와 상담한 끝에 원작과 비슷한 형태로 회귀했다.


● SFC, GBC 그리고 모바일로 이식될 때마다 신규 콘텐츠가 추가되곤 했다


: 이제껏 몇 번이나 이식되며 새로운 요소가 들어간 만큼 HD-2D 리메이크도 그렇겠지, 하는 기대감이 당연히 따를 터다. 그래서 마물 조련사와 배틀 로드, 오르테가의 여정은 물론 엔드 콘텐츠로도 마련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 어린 신기능은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인데, 내부에선 다들 이게 꼭 필요하냐는 식으로 말하니까 좀 슬펐다. 다행히 게이머 분들은 다들 기뻐해주는 듯하다.


● 마물 조련사는 몬스터 특기만 갖고 몬스터 동료는 배틀 로드로 분리됐다


: 그 부분은 마물 조련사를 넣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는 게 빠르겠다. 일단 리메이크를 거치며 월드맵 및 각종 필드가 전체적으로 넓어져 뭔가 채워 넣을 요소가 필요했다. 휑하니 아무것도 없으면 되려 역효과니까. 또한 원작의 투기장을 다른 콘텐츠로 대체해야 했다. 본래 몬스터에 돈을 걸고 따는 방식인데 이게 해외 심의서 문제시될 공산이 크다. 끝으로 모처럼 리메이크이니 다들 신규 직업을 기대하지 않겠나. 즉 필드에 채워 넣을 요소 + 투기장을 대체할 콘텐츠 + 신규 직업 = 마물 조련사가 제격이다 싶어 추가한 것이다.

 


● 신규 에피소드가 도입됐는데, 그 외에 스토리를 보강하거나 재해석했는지


: 기본적으로 ‘드래곤 퀘스트 3 HD-2D’의 방향성은 원작 존중이다. 따라서 특별히 빼거나 더한 내용은 없다. 다만 원작이 워낙 고전이라 이 다음에 어디로 행해야 하는지, 뭘 찾는 게 맞는지 알기 힘든 부분은 힌트가 주어지도록 개선했다. 모쪼록 원작이 처음 출시될 당시 사람들이 받았던 감동을 여러분도 느끼면 좋겠다.


● 오르테가의 여정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면 좋겠다. DLC 같은 콘텐츠인가


: 오르테라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사용하는 방식의 콘텐츠는 아니다. 사실 원작에선 오르테라가 바라모스와 싸우다 어떻게 지하 세계로 떨어졌는지, 그 후 무슨 고초를 겪었는지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간접적으로 유추할 따름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여정 중간중간 오르테가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는 스토리를 추가한 것이다.


● 도우미 기능이 흥미로운데, 어째서 동일 어카운트만으로 제한을 뒀나


: 당초 구상한 모습은 부모가 어릴 적 좋아한 게임을 자식에게 선물하고, RPG가 익숙지 않은 아이를 위해 도우미 기능을 활용하는 거다. 물론 인터넷으로 동료를 파견 보내거나 받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도우미 기능이 도입된 목적과 어울리지 않기에 동일 어카운트로 제한을 두게 됐다.

 


● 내년에 ‘드래곤 퀘스트 1 & 2 HD-2D’가 출시된다. 본래 출시 순서와 반대인데


: 호리이 씨가 ‘드래곤 퀘스트 3’에 특히 추억과 애정이 많고 ‘로토’ 삼부작 가운데 접근성도 가장 좋은 편이라 우선적으로 리메이크했다. 본작을 즐긴 후 ‘드래곤 퀘스트 1 & 2 HD-2D’로 넘어가면 좀 더 적응하기 쉬울 테니까. 그리고 작중 시간순으로 따지면 3, 1, 2로 진행되니 그에 맞춰 깜짝 놀랄 만한 요소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


● 아직 원작을 접한 적 없는 신세대 게이머에겐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 원작을 접한 적 없는 게이머는 크게 두 부류일 터다. 먼저 ‘드래곤 퀘스트’에 대해 알고 최신작도 즐겼으나 3편은 해보지 않은 쪽. 이 경우 대마왕 조마라든지 여러 유명한 요소가 ‘드래곤 퀘스트 3’서 비롯됐구나 알아가며 즐기는 재미가 있겠다. 다음으로 JRPG 자체가 낯선 쪽. 이 경우 ‘드래곤 퀘스트 3’가 JRPG란 장르를 확립한 원점으로서 여러 유명 개발자도 영향을 받았다니 그런 부분에 주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 끝으로 ‘드래곤 퀘스트 3 HD-2D’를 기다리는 뭇 게이머에게 인사를


: “’드래곤 퀘스트 3’처럼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금자탑을 현세대기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의미를 느낍니다. 과거 원작을 즐겼다면 당시 기술적인 한계로 어느 정도 상상할 수밖에 없던 부분이 어떻게 HD-2D로 리메이크됐는지 감상하기 바랍니다. 만약 여태껏 즐긴 적이 없다면 본작이야말로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의 입문작으로 적당하니 이번 기회에 꼭 플레이하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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