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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시부사와 코우, 게임 개발 여정과 PD를 위한 조언

조회수 917 | 루리웹 | 입력 2024.11.15 (14:53:13)

지스타 2일차인 15일,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의 총괄 프로듀서 '시부사와 코우'(본명 '에리카와 요이치')가 'G-CON 2024'에서 경영 방침과 회사의 강점, 프로듀서로서 현재 하고 있는 일과 43년의 개발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지스타 20주년을 축하한 그는 현재 74세(1950년 10월 26일생). 44년 동안 게임 개발을 해왔기에 가장 나이가 많을 것 같다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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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섬유 관련 일을 하는 집에서 태어났기에 이 일을 물려 받을 줄 알았고, 게이오 대학에서는 마케팅을 배워 73년 졸업 후 아버지의 명령으로 다른 데서 고생 좀 해보라는 말에 4년 정도 근무하다 아버지의 회사가 망해 정리를 돕고자 고향으로 돌아갔다. 백수가 되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에 빠진 나이가 27세. 아버지의 회사를 리스타트 해보자는 생각으로 무모했지만 다시 일으켜보자고 결심한 결과가 1978년 코에의의 탄생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섬유 판매 회사였는데, 너무 불황이어서 시작 자체가 매우 위태로웠다. 일이 너무나 안 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고민하다 근처 책방에서 PC 관련 월간지와 주간지를 발견, 읽어보니 앞으로는 PC의 시대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PC 가격은 30~40만 엔. 대졸자 초임이 4~5만 엔이었던 시절에 너무나 고액이었다. 이 비싼 장난감이 앞으로를 견인할 것이라는 말에 혹했지만 당시 너무 돈이 없어 이 이야기를 아내에게 털어 놓았더니 고등학생 때부터 주식 투자도 했던 아내가 이를 선물했다.

이렇게 얻은 PC를 유용하게 쓰고자 프로그래밍을 독학하여 재무관리, 재고관리, 견적 계산 등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었다. 그런데 PC 잡지에는 게임도 있어서 이를 입력해보니 상당히 흥미로웠다. 바둑이나 장기 같은 게임을 좋아했기에 할 수 있는 게임, 또 좋아하던 역사를 다룬 게임이 하고 싶었는데, 당시는 인베이더와 팩맨 같은 슈팅, 액션 게임만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역사를 고찰할 수 있는 게임을 처음으로 만든 것이 1981년 선보인 '카와나카지마의 전투'였다. 전국시대의 유명한 전투를 시뮬레이션 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 같은 나이대에 역사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내에게 상담하니 통신 판매를 해보라고 해서 수십 개를 예상하며 진행했다가 1만 개나 팔려 깜짝 놀랐다. 이처럼 코에이의 게임 비즈니스 시작은 취미로 게임을 만든 것이었다.

수익을 늘린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의 반응이었다. 엽서와 편지로 게임이 너무 재미있다는 의견을 보내주셨고, 역사 이야기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아들과 함께 즐겼다는 인사에 게임을 만드는 보람을 느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게 됐는데, 처음 만든 '삼국지'가 글로벌 100만 장이 팔렸다. 이처럼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후속작을 바란다는 요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년에 삼국지 발매 40주년을 맞게 되는데, 이를 기념하여 지난 달 '삼국지8 리메이크'를 발매하기도 했다.

40년 정도 시부사와 코우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데, 돌이켜 보면 전 세계 게임 산업은 우상향 하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처음에는 업소용 게임기, 그 다음은 PC, 그 다음은 콘솔이 차례로 등장하며 계속해서 게임 산업이 발전해왔고, 2000년대에는 모바일 게임이 유저층을 크게 넓혔다. 2023년 기준 250조 원 정도의 규모를 갖고 있으며, 50%가 스마트폰, 30%가 콘솔, 20%가 PC인데,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PC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콘솔은 내년에 새로운 스위치가 나오기 때문에 또 다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또한 인도, 중동, 브릭스에서 게임 산업 확대가 전망된다.

코에이 본사는 요코하마에 위치하고 있고, 매년 250-300 명을 채용, 사원 수는 2024년 3월 기준 3천 여 명에 달한다.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5~7년이 걸리기 때문에 개발비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견디면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로건은 새로운 재미로 고객을 재미있게 만들자이며, 경영 방침은 최고의 콘텐츠 창조, 성장성과 수익성의 실현, 사원의 복지 향상(현 일본 게임 산업 최고 수준), 새로운 분야에 도전의 네 가지로 매력적인 기업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다음 개발에 사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각 IP 별로 영업이익을 관리하고 있다. 영업이익이 낮다는 것은 고객의 지지를 받지 못 했다는 이야기로도 이어지는 만큼 영업이익 = 재미이자 다음 타이틀에 대한 기대치라고 생각한다. 2009년 테크모와 경영 통합 후 일관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는데, 이는 글로벌 IP의 창조와 전개 덕분이다. 지적 자산인 IP를 월드와이드로 즐길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플랫폼, 장르, 컬래버레이션, 타이업 등의 전개를 통해 확장하고 있다. 인왕(니오) 시리즈는 누적 출하량 750만 장을 돌파했고,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플랫폼 전개는 PC, PS5, PS VR2, 스위치, Xbox 등 다양한 하드웨어와 iOS, 안드로이드,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행하고 있다. 장르는 삼국지를 예로 들면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 외에도 삼국지 온라인, 삼국지 RPG, 삼국지 대전 게임, 삼국지 액션 게임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 전개는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부문으로 파이어 엠블렘, 젤다, 도검난무, 파이널 판타지, 페르소나 5 등 계속해서 늘려 나가고 있고, 삼국지 전략판, 삼국지 전기판도 중국에서 활약 중이다. 타이업은 완구, 만화, 애니, 음료, 영화, 출판, 음악 등과의 협업을 말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지자체와 액티비티 홍보를 하거나 공익 관련 포스터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야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 최근 발매된 삼국지8 리메이크와 거스트의 유미아의 아틀리에, 오메가포스의 진 삼국무쌍 오리진의 영상을 차례로 보여준 그는 앞으로 출시될 타이틀을 소개해 봤다며, 일본과 아시아의 역사를 테마로 한 작품들을 전 세계에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프로듀서로서 44년, 시부사와 코우로서 43년 동안 게임을 만들면서 느낀 바에 대해 그는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아이디어는 실제 경험에서부터, 부하는 동지라는 세 가지 항목을 꼽았다. 자신은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메타포,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6 등 타사 게임은 물론 좋아하는 게임을 꾸준히 플레이 하고 있고, 아이디어는 삼국지를 예로 들면 처음에는 전략, 전투뿐이었지만 실제 매니지먼트를 경험하면서 이를 살려 게임에도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추가되었기에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하며, 부하 직원을 동료로 삼아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을 얻어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것이 프로듀서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딱딱한 이야기이지만 품질, 납기, 예산은 기대치, 영업이익을 올리기 위해 프로듀서에게 필수적이며, 이를 결과로 수렴시키기 위해 예산은 얼마나 투입해야 할 지, 수익은 어느 정도 날 지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며 젤다의 경우 주제가를 외울 정도로 좋아했고, 서로 힙을 합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사내에서 젤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리는 식으로 만든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장으로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이 때는 다면적, 본질적, 장기적으로 생각하여 결단을 내려야 하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 차선이 안 되면 차차선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듀서는 경영자이자 플레잉 매니저가 되어야 하며, 모든 임원도 게임 개발에서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라고. OS적 발상은 PC에서 각 파트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듯 하자는 것이다.

그의 신조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성장하는 업계에서 마음껏 일한다,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의 세 가지로 간절이 원했던 PC를 아내가 사준 것처럼 가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야망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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