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

확률형 아이템 국회 토론, 입법 반대 우세

조회수 29212 | 루리웹 | 입력 2016.08.30 (19:51:12)

30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과 국민의당 이동섭 국회의원의 주최로 ‘게임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관련 게임이용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경희대 윤지웅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 토론회는 서울대 유병준 교수의 ‘확률형 아이템의 게임사용자 효용 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연구’와 경희대 유창석 교수의 ‘확률형 아이템의 의의 및 변천사, 그리고 시사점’ 발제 후 한양대 황성기 교수, 녹색소비자연대 윤문용 정책국장,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컨텐츠산업과 최성희 과장의 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오늘 이렇게 많이 찾아주신 것 같다.”고 서두를 꺼낸 노웅래 의원은 “수출 실적과 일자리 창출 등 산업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게임 산업이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업계 자율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투명성을 높여 게임 산업을 진흥시키고자 확률 공개를 입법하려는데, 그것이 게임 산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듣고자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번 상임위에서 김종덕 장관에게 오버워치를 아느냐고 물은 이후 게임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 이동섭 의원은 “게임은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였지만 정부 규제로 주저 앉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좋은 의견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유병준 교수는 “부분유료화 모델은 국내에서 만들어졌지만 전 세계 업체가 쓰고 있을 만큼 가격 차벌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으며, 90%의 이용자가 무료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설명하고, “확률형 아이템의 도입은 과금 유저의 비용을 늘어나게 하지만 확정형 아이템에 비해 가격 차별 효과를 강화하여 전체 유저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고, 중위권 유저부터 무료 유저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기존 부분유료화 모델은 돈을 지불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를 벌리게 되는데, 중국에서는 돈에 따른 위계와 서열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에서는 과금 유저가 일방적으로 무료 유저를 이길 경우 반발과 이탈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서, 과금 유저와 비과금 유저 모두 피해 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확률형 아이템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확률 상세 공개가 효과적이지 못한 이론적 근거로 극소수에 의해 전체 의견이 유도되는 부정적 캐스케이드 효과, 게임 업체에서는 적절한 밸런스를 찾기 위한 확률 조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공개할 경우 수익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완전 경쟁 시장의 원리의 두 가지를 내세운 그는 확률을 조작하여 이용자를 기만한다는 노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 난이도 조정은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켜 유저 만족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반박하고, 사행 행위 조장을 방지해야 한다는 정 의원의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가 경제에 공헌하는 대표 컨텐츠 산업에 대한 과다한 규제가 국민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유창석 교수는 “디지털 컨텐츠는 가격 차별화를 하지 않으면 가격이 0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 실제로 부분유료화 이전에는 패키지가 게임 잡지의 부록이 되면서 가격이 0으로 수렴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부분유료화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이 처음 시도된 것은 일본이고, 이후 일어난 혁신도 일본에서 일어났다. 이것은 일본에 가챠폰, 파칭코 같은 확률형 상품, 경품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소비자의 효용을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는데, 표현을 바꿔 저항감을 없애는 디노미네이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짐작만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만드는 선호역전 특성까지 결합되어 매출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1970년 이미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일었다. 빵에 26종의 스티커를 넣고, 전부 다 모으면 여행을 보내준다는 방법으로 두 번의 확률을 도입했던 것인데, 이것이 디지털 컨텐츠 시대에 재차 문제가 되었다. ABCD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아주 좋은 아이템을 주는 방식이 그것으로, 4개 중 2개까지 확보할 확률은 60%로 상당히 높다. 이 때 좋은 아이템을 하나 받으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나머지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지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왜곡된 결정을 내리는 식이다.

결국 컴플리트 가챠는 일본에서 퇴출되었지만,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일괄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다 보니 제대로 제재가 되지 않고 있고, 한국 개발자들 역시 확률형 아이템에 익숙하지 않아서 고객에게 즐거움을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어서, 법제화 이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의 문제점에 대해 황성기 교수는 입법안이 게임 과소비 억제, 사행성 조장 방지,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을 법적 규제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이는 직업수행(엉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측면이 있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가능성이 높으며, 자유민주사회에서는 소비를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확률은 영업 비밀에 해당할 확률이 높아서 법적으로 공개를 강제하는 것은 본질적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사행성이 성립하려면 환금성이나 환가성이 있어야 하는데 게임의 경우 보상이 없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알권리는 소비자의 권한인 만큼 요구가 가능하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생명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성분과 원재료 공개는 강제할 수 있으나, 이러한 원재료를 얼마에 구입하여 얼마의 마진을 붙이는가는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인터넷 규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의 역차별 문제를 꺼내며 실명제 전만 해도 판도라가 동영상 서비스의 1위 업체였으나 실명제 도입 후 유튜브가 1위로 올라섰다며, “법적인 규제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율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모니터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토론자가 법제화를 반대하는 모습을 보니 당황스럽다.”고 말을 꺼낸 윤문용 국장은 “현재 국내 1, 2위 게임은 모두 외국 게임이고, 10위 권 내에서 순수 국산 게임은 5개에 불과한데, 모두 2005년 이전에 개발된 게임이다.”라며 “시장은 오히려 더 커졌는데도 게임 회사들이 위기에 빠진 이유는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는 확률형 경품 등에 대한 확률을 이미 법제화 해놓은 상태인데 비해 아이템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는 상황이다. 비록 환금성이 없다고는 하나 게임 아이템에도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그는 “많은 지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단통법이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놨는데도 벌금을 물어가면서 이를 어겼기 때문에 나오게 된 것”이라며, “최소한의 규제가 있어야 소비자들의 인식도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규제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이용자들이 더 원하는 상황”이라고 말한 최성희 과장은 “대안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 방향을 논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기에, 우선 게임 업계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적절한 사업 모델인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부 이용자들은 정확한 확률을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 자율 규제에 대해 이용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기 떄문”이라며, “하지만 이를 법이라는 강제적인 방식으로 가야 할 지, 아니면 자율 규제를 확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은 업계 자율 규제에 관한 신뢰성 회복 및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어 “게임은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산업”이라고 언급한 그는 “이용자가 시스템을 평가하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병준 교수는 “소비자 불만에 대해 업체들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입수 난이도에 불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유창석 교수는 “이미 확률형 아이템도 져물어 가고, 중국식 BM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 곁가지에 휘둘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확률에 대한 업계의 공부가 필요하다.”, 황성기 교수는 “자율 규제의 효과가 낮다고 법적 규제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이용자 만족도는 확률에 대한 것인지, 자율 규제에 대한 것인지 명확히 분리할 필요가 있다.” 윤문용 국장은 “이용자들은 자율 규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다. 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행정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성희 과장은 “강제적인 규제로 가는 과정은 정말 신중한 과정을 요구하지만, 실제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중도 퇴장하지 않고 끝까지 자리를 지킨 노 의원은 “경제적, 산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작용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 이 법안을 추진했다.”며, “게임 업계에 부정적인 이슈를 던지고자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오늘 나온 의견들을 수렴하여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질의 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 ‘확률이 공개되면 구매 의사가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라는 설문 조사에 ‘영향이 없을 것이다’와 ‘늘어날 것이다’라는 답변을 합쳐서 70%에 조금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 굳이 법을 만들 필요가 있나?

윤문용 : 그래서 우리도 법안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투명성을 높여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 어떤 민원이 들어오고,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최성희 : 우리 쪽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도 있고, 콘텐츠조정위원회 쪽으로 들어오는 것도 있는데, 확률형 아이템 자체에 대한 민원, (자율 규제 참여 업체의 경우) 명확하지 않은 확률 공개, 그리고 확률 조작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 확률형 아이템은 온라인보다 모바일 게임에 더 많은데, 법안이 만들어지면 해외 게임에 대해서도 역차별 없이 적용이 가능한가?

윤문용 : 한국에 정식 발매되는 게임은 한국향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국내법을 따라야 한다. 오히려 지금의 자율 규제가 협회 가입자들에게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말하는 신뢰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윤문용 : 이용자에게 고지를 하고 이후 확률을 변경한다면 이를 조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럴 경우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고 본다.

● 자율 규제 강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헀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성희 : 대표적인 게임 커뮤니티나 게임 회사, 언론사 등의 이용자 의견을 듣고 있고, 이를 업계에서 준비 중인 자율 규제 방안에 전달하고 있다.

이장원 기자   inca@ruli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