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쯤 되어가는 이야기인가
당시 나는 퇴근 후 당시 백수였던 고등학교 동창놈과 저녁을 먹은 후
종종가던 횟집으로 2차를 갔다. 주인 부부와는 안면이 있는사이로 기분을 내어 도미를 주문했다.
한참 재개발과 관련하여 살던사람들이 보상금 받고 퇴거한 동네에 위치한 가게였다.
포장마차 거리라고 불리우던 골목은 이미 유동인구가 줄어서 한산했던 기억이 난다.
노후화 된 건물이 많던 쇄퇴한 어두운 거리에는 술취한 노가다꾼들과 노인들이 비틀거릴 뿐이었다.
이슬비가 내리는 분위기 속에 기세좋게 소주뚜껑을 열어 두어잔쯤 먹고 있을때였다.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체크남방을 입은 남자아이가 무언가 두꺼운 대학 전공서적 같은 책을 한손에 들고
다른 한손엔 작은쪽지를 든채로 가게안에 들어왔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무언가를 연속해서 말하고 있었는데 단박에 몸이 좀 불편한 아이인것을 알 수 있었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과 흡사한 모습이라고 할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인 아주머니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2천원쯤을 그에게 쥐어주고 있었다.
"엄마가 엄마가"
무슨일로 몸이 불편한 아이가 엄마를 찾고 있을까...
술도 한잔먹은 차에 오지랍이 발동하여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아이가 들고 있던 쪽지에
XXX 병원 20X호 XXX(이름) 라고 적혀있었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 엄마는 이렇게 불편한 아이를 돌봐주지 못하고 무언가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에 있구나..
그런 엄마에게 가기위해 무작정 길거리로 나온 아이가 불쌍하고 마음이 아파왔다.
"엄마가 병원에 계셔?"
"엄마 병원에. 엄마 병원에"
......
잠시 고민한 후 친구놈에게 말했다
"야 택시타고 데려다 주자. 한 30분이면 다녀오지 않겠냐?"
친구놈도 잠시 고민하는듯 하다가 그러자고 말했다.
횟집에 계산을 먼저 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얘좀 데려다주고 올게요 상 치우지 마세요!! ㅋㅋ"
"아유~ 뭘 그렇게 까지 ㅎㅎ 착하기도 하네들"
그렇게 우리는 그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잡아타고 그리 멀지않은 XXX 병원으로 향했다.
헌데 목적지가 다가올때 즈음 아이가 말했다.
"여기 아니. 여기 아니"
"아니야 여기 맞어 엄마병원 여기야"
병원앞에서 내린 우리는 이미 문을 닫은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가 받길래 여차저차 설명을 하고 환자나 가족에게 물어봐달라고 하니
그런 환자는 입원한적 없고 병실도 비어 있다고 했다..
살짝 짜증이 났다.
미리 전화해보지 않고 무작정 병원에온 우리의 행동과
그냥 파출소에 데려다 줄껄 그랬나 하는 후회가 교차했다.
그때 아이가 말했다
"우리엄마 일로와 우리엄마 일로와"
어디론가 우리를 인도하려고 하는듯 했다.
담배를 한대씩 입에 문 친구와 나는 처음있던 동네로 가느냐 파출소로 가느냐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괴성을 질렀다
"일로와! 일로와아아아아!!!!!!"
깜짝놀라 쳐다보니 안고있던 두꺼운책을 내려든체로 우리를 크게 뜬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었다.
한참을 노려본 후 거짓말처럼 정상적인 걸음걸이로 인파속에 천천히 스며들었다.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에 우리는 몇분간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얼마 후 다시 횟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몽둥이로 뒷목을 맞은것 처럼 벙쪄있었다.
한참을 앉아있던 친구놈이 입을 열었다.
"아까 걔가 들고 다녔던 책... 해부학책 아니였냐..."
주인 아주머니는 좋은일 했다며 소주한병을 서비스로 주겠다고 했다.
조선족이었던 종업원 아주머니가 소주한병을 우리에게 들고와 잠시 서 있다가 무겁게 말했다.
다시는 오늘 같은일 하지 말라고
10년 가까이 지난 후에도 가끔 친구와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한다.
그가 우리를 데리고 가려고 했던곳은 어디였을까..
다른건 몰라도 멀쩡하게 걸으면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그 아이는 몸이 불편한 아이였을까?
아니.....
아이가 맞을까?
지금도 의문만 쌓인다.
아 진짜 현실적이라 넘 소름돋내
지금도 친구랑 술먹다가 이거 생각날때 마다 소름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