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동안 어쩌다보니 SRPG 게임만 해서 진짜 액션 게임이 너무 고파서 뭐라도 좀 해야겠다는 시점에 나온 게임이라 발매 다음 날 사서 플레이했습니다. 2018년인가? 티저 영상을 회사 화장실에서 똥사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진짜 세월 참 빠르네요. 사실 신작 IP라 3D 액션 게임이라는 정보만 듣고 구입한거라 게임성에 대해서 큰 기대까진 하지 않고 '오 적당히 재미있으면 좋겠다.' 같은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플레이하면서 진짜 게임성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제가 지금까지 했던 액션 게임 중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한 느낌이네요. 진짜 졸업 이후 10년 넘게 게임을 잊고 살다가 플스4를 구입해서 첫 게임으로 블러드본을 했을 때 받았던 그 느낌에 비견되네요.
그래도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고... 개인적으로 액션 게임을 플레이 할 때 스토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엔딩 보고 나서 '어... 그래서 스토리가 정확하게 뭐였더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황무지 진행할 때쯤부터 대충 스토리가 예상되는 편이죠. 그래도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엉성한 스토리는 아니고, 역설적으로 스토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에 큰 문제라고 느끼지도 않았지만 단 하나.서브 퀘스트는 미니맵의 부재와 제한적인 빠른 이동. 그리고 미로같이 얽힌 특정 스테이지 구성과 맞물려서 상당한 짜증 요소였습니다.
그나마 메인 스토리를 진행할 때는 드론 네비게이션이 어느 정도 이동할 방향을 지정해주는지라 크게 헤매지 않았는데 서브 퀘스트를 위해 그 장소에 다시 들릴 때는 드론 네비게이션이 없이 알아서 퀘스트 장소까지 도달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길찾기에 능숙하지 않으면 정말 엄청나게 길을 헤매게 만들더군요. 한 번 지나왔던 길이라 유저들이 대충 길을 알거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만든 건진 모르겠는데... 결국 매트릭스11인가? 거기 침수 구간에서 경사로로 떨어져서 원래 있던 전화 박스로 되돌아가지도 못한 체 1시간 넘게 출구를 찾아서 헤맨 다음 서브 퀘스트는 그냥 때려치웠습니다. 포기하고 되돌아가지도 못하게 만든 악랄한 구성에는 정말 악의가 느껴지더군요. 무난하게 다른 액션 게임의 빠른 이동 시스템을 답습하기만 해도 되는데 왜 이런 식으로 만든 건지...
하지만 서브 퀘스트는 짜증나면 안 하면 그만이고 액션 게임에서 액션이 재미있으면 어지간한 단점은 다 눈감고 넘어가는 편인데, 예상 외로 액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가 너무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세키로 시스템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면서도, 최근 액션 게임의 주류가 된 소울류 게임이 가지는 일종의 게임 문법. 그러니까 '적의 공격을 피하거나 다 막은 다음 내가 공격. 그리고 적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면 다시 피하거나 막는다.' 는 일종의 정형화된 공방 패턴에 더해, 내가 사용하는 스킬이 적에게 큰 경직이나 다운을 유발한다는 걸 하나 추가해서 유저가 게임의 패턴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공격을 퍼붓다가 적이 공격하기 시작할 때 소울류 게임은 내가 하던 공격을 멈추고 회피나 가드를 해야되지만, 이 게임은 그냥 스킬을 뿌려서 적을 눕혀버리면 그만이죠. 아주 일부 적의 패턴에 슈퍼 아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유저의 기술에 얌전히 누워줍니다. 그래서 내 스킬 게이지가 허락하는 한 일방적으로 공격을 쏟아부을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붓기만 할 수도 없는 게, 결국 스킬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적에게 공격 타이밍을 넘겨줘야 하는데, 스킬 게이지가 없으면 적의 패턴을 다 튕겨내거나 회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후반 보스들의 특정 발악 패턴은 '이게 사람이 보고 막는 게 가능한가?' 싶은 패턴이 몇 있습니다. 소울류라면 결국 자비 없이 그걸 다 막거나 피해야 하는 반면, 이 게임은 스킬을 발동시켜 내가 막거나 피하지 못하겠다 싶은 패턴은 아예 시작하기도 전에 눕혀서 패스해버릴 수 있죠.
요약하자면, 결국 이 게임 전투의 핵심 매커니즘은 스킬에 사용되는 자원 관리. 내가 가진 스킬 게이지를 어디까지 공격에 쓰고, 어느 정도를 방어에 돌릴 것인지를 유저가 선택하게 만드는데 있습니다. 진짜 이게 단순한 차이점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거 하나가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을 상전벽해에 가깝게 만들더군요. 완전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검증된 기존의 맛에 약간의 양념을 더하는 걸로 자신의 새로운 맛을 입히는데 성공했달까? 결국 유저가 원하는 건 재미고, 그게 새로운 것인지 기존의 것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그냥 재미있으면 그만이고,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시프트업이라는 회사가 아마 창세기전3 일러스트 담당하셨던 분이 세운 회사라고 알고 있는데 첫 작품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니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장수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런 훌륭한 액션 게임을 한 작품만 즐기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가로 최종 보스 클리어 후 영상 하나 올립니다. 이 게임의 희한한 특징 중의 하나는, 전투 시 내가 특정한 타이밍에 특정한 패턴으로 행동하면 적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정해진 패턴의 공격을 한다는 점입니다. 의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거의 대부분의 보스가 그런 특성 때문에 일종의 패턴화가 가능합니다. 이 영상에서도 적이 어떤 패턴으로 공격할지 미리 예측할 수가 있어서 아예 적보다 먼저 움직여서 자세 잡고 적의 공격을 기다리거나 그러고 있습니다...; 단 하나, 그런 패턴화가 안 되는 적이 하나 있는데 최종보스 전에 만나는 레이븐입니다. 그 덕분에 노 데미지 플레이를 할 때는 최종보스따위와는 비교가 안 되는 난이도를 자랑하더군요.
2018년도 개발시작했는데 티져 영상도 있었군요
년도가 정확한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당시 무슨 강하 캡슐에서 밖으로 나오는 영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제목도 스텔라 블레이드가 아니었던 기억이 나는데...
처음엔 프로젝트 이브라는 이름으로 공개했죠
글 정독하며 잘봤습니다. 문단 띄어쓰기 좀 ㅜ
헉. 죄송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