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라그누프의 책.
그 안에 깃든 끝없는 어둠과 무한한 지식.
이젠 누구도 읽을 수 없지.
추악한 베룬이 꺼지지 않는 불로 태워버렸지.
하지만 깨달아버렸어.
내 눈도 저 불꽃과 같이 타고 있다면
지독하리 물어뜯는 저 빛을 뚫고
달콤한 그림자를 맛볼 수 있겠지.
인간의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싸움
용과 거인이 전쟁을 벌인 최초의 폭풍이 시작되기 이전,
용의 왕, 외눈박이 테를라흐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 힘을 원했으니
끝 없는 벼룩이 노래한 예언에 따라
테를라흐는 금강의 방패, 가장 찬란한 갑옷,
창백한 비늘을 떼어냈다네
무엇도 막을 수 없기에 무엇도 그를 해할 수 없다지
아, 하지만 어찌나 우스운 이야기인가
무적의 몸을 얻은 테를라흐는
그대로 투쟁의 의지도 잃어버렸기에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세상 속으로 흩어졌다네
최고의 장군과 왕을 잃어버린 용 군단은
그의 각성을 따라할 수 없었다네
하나 하나가 별개의 존재로 성립된 용
똑같은 존재가 둘이 될 수는 없기에
"그대로 칼을 뽑으면 과다출혈로 죽는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겠지.
계속 쫓아오면 더 이상 자비는 없다."
핏빛나무 엘드리드.
하늘이 높아질 때 붉게 변하는 그녀 머리칼.
그 어떤 풀도 그 아름다움을 흉내낼 수 없었다지.
그 어떤 왕이 가진 루비도 그 색을 따라갈 수 없었지.
모든 새와 바위, 신들이 그 마법에 감탄했다네.
산맥이 세워지기 전, 나무가 자라나기 전,
엘드리드의 머리를 보고 대장장이는 불꽃을 만들었지.
서서히 대지를 물들이는 그 아름다움이 참으로 비슷하지 않은가.
뇌랑 심장에 칼 박혀있는데 이미 죽은 상태 아니냐?
불꽃은 그 원형이 되는 엘드리드의 머리칼과 공통점이 매우 많다 얼마 가지 않아 싹 사라져버린다는 것 까지
하지만 언젠가 그녀의 머리칼은 다시 일렁이리라. 모든것을 삼킬 때 까지, 그녀를 향한 희롱이 잿더미가 될 떄 까지.
흐라그누프는 방사능을 연구하다가 죽었다 그의 연구기록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피폭되어 죽는다
뇌랑 심장에 칼 박혀있는데 이미 죽은 상태 아니냐?
그녀는 겨울이 되면 대머리가 된다
병원은.... 죽으면 부활시켜주는 곳인가
칼 너무 많이 꽂았잖아 ㅋㅋㅋㅋㅋ
눈은 수정체로 빛을 받아들여 시각을 인식하기 때문에 눈에 불을 붙히면 그냥 앞이 안 보일 뿐입니다. 이해하셨죠, 환자분?
머리하고 가슴에 칼이 꽂혀있는데 살아있다니, 불사신인가
???: 마력으로 뇌와 심장의 위치를 옮기면 된다.
무한히 타는 불이라면 책을 충분히 태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책이 스스로를 지키는 기능을 간과했었네. 책은 그저 스스로를 계속 만들었어. 불이 공허로 활자들을 흩트려 놓는다면 그 내용이 무너질 것이리라 생각했겠지. 하지만 어쩌면 시선이 공허에 닿을 수 있을지도 몰라. 빛이 어둠을 가린다면 최소한 활자의 형상에 담긴 어둠이 끝없는 빛에 흐려질 거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어둠은 가려지지 않아. 다만 알아보기 조금 어려워질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