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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기이함을 어디서 느끼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신경을 치켜세우고 하루하루를 생활 해야 했는데, 그 시선은 보통의 시선과는 다르게 어두워지면 사그라들고 밝을수록 심하게 나타났다. 나는 이윽고 야외에 나갈 수 있는건 밤에만 가능해 졌고, 낮에는 집 안에 틀어 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시선을 느끼고 기이함을 느꼈으며 그나마 괜찮게 있을수 있다고 느낀 공간은 외조부께서 요양중에 계실 때 쓰시던 방 이였다.
나는 그 방안에서 그 상록관목의 식물과 외조부의 노트를 두고 생각 하고 정리하는 것으로 매일매일을 보냈다. 그러나 머릿속에서는 계속 정리되지 않는 지식만이 떠 다녔고 그것을 정리하려 하면 무언가가 방 안이 아닌 내 머릿속을 기어다니는 듯한 기이함이 느껴져서 제대로 생각하기 조차 어려웠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하기는 어려웠고 시간도 제대로 살펴 볼 수 없었으며 날짜는 물론 요일 조차 헷갈리기 시작하였다. 가족들은 진심으로 날 걱정하며 병원에 가보길 권고했지만 대부분의 정신과가 낮에만 영업하기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한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외조부께서 남기셨던 노트 중 가장 낡고 오래되어 나중에 보려고 챙겨둔 노트가 있었다. 나는 그 노트를 펼쳐서 읽었고 그리고 그 노트는 이제까지의 노트와는 다른것 임을 알 수 있었다.
그 노트는 전의 노트 처럼 그 식물을 연구하고 정리한 노트가 아닌 외조부님의 일기장에 가까웠는데, 노트 처음부분에는 매우 이상한 필체로 써져 있었으나 장을 넘길수록 점점 정상적인 필체로 바뀌어나갔다.
그 일기에는 외조부님께서 산 정상에서 그 식물을 보고 난 후부터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것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나는 그 내용이 지금의 나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주의 깊게 읽어 나갔다.
외조부님도 까닭 모를 불안감과 꿈틀거림을 느끼셨고 그것들이 어디서 느껴지는 지를 찾기 위하여 고생하셨다고 하셨다. 외조부께서는 이윽고 그 시선들이 주변에 있는 식물들에게서 쏟아진다는 걸 깨닫고 그 시선은 즉 산에 있는 그것과 관련이 있다는것도 깨달으셨다.
그 이후로 외조부님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식물들을 없애고, 그 상록관목에 대해서 조사하려 했으나, 어떤 서적에도 그 식물의 잎의 모양이나 상록관목임에도 불구하고 스톤치드가 느껴지는 이유도 알아 낼 수 없으셨고 그 이후 한가지 깨달으셨는데, 그 것은 우리가 어떻게 할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완전히 없애기도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이 적혀있었다.
외조부님께서 정리하시기를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다양하게 변화한 특징적인 것이라 했다. 식물로 생각되지만 식물이라고 생각되기 어려우며 없애도 없어지지 않고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방법이라 정리해 두셨다.
산에 오르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만약 산에 오르더라도 철조망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되며 안쪽에서 무언가를 느꼇다면 정신이 안정해 질때까지 집에서 요양해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은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그 노트를 다 읽은 후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외조부님의 말을 따르지 않은것은 둘째치더라도 앞으로의 생활은 외조부님의 말씀대로 집 안에서 요양을 할 수 밖에 없는데, 가족 중 그 누구도 나의 말을 믿지 않을게 확실했다. 하얀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면 천만다행일 상황이 였다.
아직 대학에 가기까지 2주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에 나는 2주 동안 최대한 정신이 안정되길 바라며 집안에서 외조부의 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그렇게 된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는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주로 나는 수풀이 무성한 숲을 걷고 있었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숲을 계속해서 걷다가 보면 어느순간 커다란 나무 앞에 가 있게 됬는데, 그 나무의 모습이 산에 있는 그것과 매우 비슷했다.
다만 꿈에 나오는 그 나무는 멋대로 움직이고 뿌리르 뽑아 걸어 다녔는데, 사람들은 하나를 잡아 가지로 움켜 쥐면 그 사람은 사라지고 가지는 위로 뻗어 그 식물과는 다른 식물이 되었다.
나는 커다란 나무를 보고 놀라 가만히 땅에 주저 앉을 수 밖에 없는데 땅 안에서 뿌리가 꿈틀 거리는 것이 느껴지고 그로인해 땅이 바뀌는 것 조차 볼 수 있었다.
그 나무는 이내 나를 집어 삼키려고 가지를 뻗으며 나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뿌리를 움직여 땅을 사라지게 한다.
그것이 나를 집으면 나는 꿈에서 깨어버린다.
아주 끔찍한 악몽으로 매일 같이 이 꿈을 꾸니 나로선 아무리 오래 자도 잠같지않고 오히려 잠 자기를 꺼려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부딪혀 볼 심산으로 산을 올라갔는데 산의 중턱까지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으나 철조망에 가자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철조망 안쪽이 마치 하나의 벽처럼 철조망 안쪽을 빙 둘러서 그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철조망 사이로 작은 가지들이 뻗어 나와서 그 작은 가지들은 다시 서로 얽히고 있었다.
나는 믿을수 없는 광경을 보고, 외조부님의 말씀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식물은 전혀 평범하지 않으며 무엇인지 차마 짐작하기도 어려운 것 이였다.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때도 그것은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철조망 밖으로 가지를 뻗어 대기 시작했고, 가지가 다가올 수록 발 밑에서는 무언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나는 뒤로 물러나지 못하고 기어오는 가지를 바라보았다. 가지가 다가옴에 따라 내 몸 안에서는 무언가 꿈틀 거리는게 느껴졌고, 내 머릿속에서는 무언가 자라나는게 느껴졌다. 가지들은 나를 향해 뻗어오거나 아니면 서로 서로 뒤엉켜 마치 철조망 안에 있던 식물 벽이 밖으로 밀고 나오는 것 처럼 보이기 까지 했다.
나는 미친듯이 아니 미쳐서 소리를 질렀고 그 이후로 내 기억은 끊어졌다.
이후 경찰에 말에 따르면 나는 작은 부탄가스와 라이터, 그리고 기름통을 사용해 외조부의 산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식물들과 같이 있더라도 시선을 느끼지 않았다. 꿈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낮에 밖을 걸어 다닐 수도 있었다. 나는 풀려났다.
아냐.
아니야! 나는 풀려나지 않았어!
그들은 나를 이용했을 뿐....
나를....
그들은 바로 여기에 있어!
여기에 있고 저기 창 밖에 있고, 나를 보고 가지를 흔들고 있어!
창문에 달라붙은 잎들이 서로 얽히고 가지가 창문을 두드리고!
그들은 내 정신을! 내 몸을 빌려서 불을 내고 철조망을 없앴어!
자신들을 가둔 그 외조부님의 철조망을 없애고!
밖으로 나왔어!
그것이 이미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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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허무하게 완결을 내봤습니다.
오늘이 개학이라서 어제 급하게 썻는데, 몇가지 구상해두었던 것중에 빼놓고 쓴게 있더라구요
뭐 그럭저럭 결말이 났지만 한국인들은 싫어하는 열린결말입니다.
그런데 별로 안열린것 같음
다음에는 무슨소설을 쓸지 궁리하고 있습니다.
비평은 감사히 받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