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택뱁니다"
"네 나가요"
남자는 친숙한 목소리에 하던 게임도 멈추고 택배를 받으러 갔다. 문을 열자 앞에는 격일마다 만나는 택배 배달원이 서 있다.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죠"
"그래도 좀 쉬셔야 할텐데. 안 힘드세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낡은 USB를 꺼내 배달원에게 건넸다. 그것을 받은 배달원은 그에게 택배 상자를 건네고 물었다.
"이게 그저께 준 녀석입니까?"
"네. 보기엔 낡았지만, 기계는 겉으로 판단하는게 아니라는 걸 또 한번 느꼈죠"
"저도 일이 끝나면 동료에게 넘기겠습니다. 그럼 배달이 밀려있어서 이만"
남자는 배달원을 배웅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작은 상자를 감싼 테이프를 맨손으로 거칠게 뜯었다. 마치 굶주린 야수와도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는 상자를 뜯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 육시를 할 판매자 놈! 랜덤 사은품이라면 2년 안쪽으로 정하는게 상도덕인걸 알면서 이 짓거리를 한 거지? 글 다 삭제하고 튀었구만, 망할 놈...에이 제기랄"
그는 이틀 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스포츠 용품을 구입했다. 물론, 최근 유행하는 랜덤 사은품을 추가한 거래였다.
구매자가 만원의 추가금을 내면 판매자는 정말 '랜덤'한 사은품을 스포츠 용품이 포장된 상자 안에 넣어 보내는 식이다. 상자의 크기도 있기에 보통은 USB를 넣고, 드문 경우 DVD를 넣기도 한다. 허나 여기에는 불문율이 있다. 사은품은 2년이 지나지 않은 상품일 것.
그 덕분에 그는 오늘 배달원에게 줄 USB를 만드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배달원이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니까, 그에게 만큼은 신품을 보여주자 생각해 어렵게 구한 자료를 USB에 담아준 것이다. 원래 USB에 들어있던 것은, 2년은 커녕 20년을 바라보는, 지금은 존재감 조차 희미한 나뭇잎 회사의 물건, 그리고 사실은 조류라는 루머가 돌던 과일의 작품들이었다.
"이번 것도 이상한 거라면 사이트를 뒤집어 엎어버리겠어 아주"
남자는 오늘 받은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잠시 후 자동으로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창 하나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X됐네 X발"
낚였다. 어쩐지 가격이 싸다 했다. 남자는 그렇게 곱씹으며 옷장안에 넣어둔 가방을 들고 컨테이너 박스를 뛰쳐나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 요상한 앱을 실행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번호판을 가린 택시 하나가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남자는 가방을 짐칸에 넣을 새도 없이 좌석에 밀어넣고 택시에 올라탔다.
"어디로 모실까요"
"월성으로 갑시다. 거기라면 안 오겠지"
"방호구 한 벌에 2천만원이라던데 괜찮습니까?"
"2천만원이 문젭니까? 그거야 조만간 사이트 협박해서 뜯으면 될 일인데."
택시 기사는 입을 다물고 곧장 출발했다. 잠시 후 열 대의 경찰차가 컨테이너를 에워쌌다.
성유게에 예전에 썼던 글이 떠올라 여기로 가져와봤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계속 혼란스럽네요. 나는 랜덤 사은품을 받았고 그 안에는 USB가 들어있었다. USB에는 이상한 것이 들어있었고 이 때문에 주인공은 살던 컨테이너에서 도피. 이 직후 열 대의 경찰차가 도착한다. 여기까지는 알겠는데 주인공이 왜 배달원에게 USB를 주는 건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고. 전체적으로 이 단편에는 사건만 발생하고 아무런 설명이 나와있지 않아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나날이 심해져가는 소위 '쩡과 쩡 공유의 규제' 가 더 나아갔을 때의 한국을 상상해봤습니다. 업계?용어 때문에 보기 어려웠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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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문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