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개:
[세상에서 게임이 사라진다면?! 노게임 노라이프]는 어떤 계기로 비디오 게임이 사라진 세상에서,
게임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문피아에서도 비슷한 설정의 다른 소설인,
[천재 게임개발자가 되었다! 노게임 노라이프]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루리웹에 올리는
[세상에서 게임이 사라진다면?! 노게임 노라이프]가 진한 다크초콜릿 맛이라면,
문피아에 연재되고 있는
[천재 게임개발자가 되었다! 노게임 노라이프]는 사이다맛에 가깝습니다.
PC, 모바일 링크:
https://novel.munpia.com/236338
문피아앱 바로 열기 링크:
https://link.munpia.com/n/236338
-본문 시작
세상의 모든 게이머에게 바칩니다.
No Game No Life #1 <어떤 첫사랑>
아버지에게 <슈퍼 패밀리아컴>을 선물 받았을 때,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비디오 게임을 악이라고 믿고 있던 어머니와 이혼한 후, 아버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내게 게임기를 선물한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의기소침에 있던 나에게 게임기 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열두 살 난 아이에게 부모님의 이혼이란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열두 살 난 아이는 호기심이란 놈에게 늘 패배하고 마는 법이다. 게임이 들어 있는 황금색 케이스에 저도 모르게 자꾸만 눈이 갔다. 케이스에 그려진 검과 방패는 말없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정말 안 할 거야? 영재 네가 갖고 싶어 했던 거잖아.”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나와 시선을 맞추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
“필요 없으면 환불할까?”
“어! 필요 없어!”
“아빠는 영재 네가 게임이 됐든, 뭐가 됐든 무언가를 증오하지 않길 바란다. 칼과 총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어. 도구는 그저 도구일 뿐인 것처럼 게임은 그저 게임일 뿐이야.”
“…”
“네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내일 가서 환불할게. 언제든 갖고 싶으면 다시 말해도 돼.”
게임기 따윈 필요 없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아버지가 서재에 틀어박혀 집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커다란 박스에서 게임기를 꺼내 TV에 연결했다.
<슈퍼 패밀리아컴>에 카트리지를 꼽고 전원을 넣는 순간, 흑백이었던 내 인생은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게임 패드를 꼭 쥔 두 손을 통해 나는 미지의 세계와 연결되었다. 옷장을 통해 환상의 나라로 떠나게 되는 어느 이야기처럼, 나는 게임을 통해 모험이 기다리는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부모님의 이혼, 친구와의 다툼 같은 나를 괴롭히던 문제들은 어느새 절로 증발해 버렸다.
게임은 건조하고 메말라 있던 내 일상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설령 어머니의 말대로 게임이 악이라 해도, 나는 그 악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이제는 게임이 악도 선도 아닌, 그저 대중적인 놀이 문화이자 가장 진보된 예술 중 하나임을 잘 알고 있지만, 당시 나는 게임이 악이라면 그 악의 한복판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것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아니, 게임이라는 농밀하고도 유쾌한 유희가 결코 악일 리 없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유희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산소와도 같은 것이다.
게임이 악이라면 세상의 모든 즐거움과 놀이 역시 악이 되며, 엄격한 청교도적인 억압과 절제만이 선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어머니에게 선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내 유년 시절의 많은 부분을 흑백에 가두려 했던 어머니…. 유희와 담을 쌓은 그 시절, 나는 매일처럼 질식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어머니에게 일어난 비극은 한 인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나도 묵직하고 치명적이었으니까.
한때 유럽에서까지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리던 어머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연주가로서의 인생을 조기에 마감해야 했다. 가해자인 운전자는 사고 당시 휴대용 게임기에 열중해 있었다.
보도에 바퀴를 걸치고 주차하고 있던 트럭 때문에 어머니는 멈추지 않고 달려오는 승용차를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횡단보도를 채 절반도 건너지 못하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거대한 쇳덩이에 무방비로 치어 수 미터를 날았다.
몇 번의 긴 수술 끝에 어머니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누구보다 섬세하고도 강인한 연주를 가능케 했던 어머니의 두 손은 결코 예전과 같지 못했다.
특히 오른손의 뼈마디는 수십 개로 조각이 나, 어머니는 다시는 오른손을 쥐지도 펴지도 못하는 불구가 되어야만 했다.
한때 마법에 걸린 손이라고 칭송받던 어머니의 손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저주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인간의 심리라는 것은 건강한 몸을 하고 있어도 어떤 역경에 부딪히면 늘 무언가를 탓하게 만들곤 한다.
하물며 자신이 공들여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빼앗긴 어머니는 운전자는 물론, 운전자를 한눈팔게 만들었던 게임을 무엇보다 증오하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잉꼬부부라는 말을 듣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결혼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그 사고가 일어난 이후부터였다. 사고는 어머니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사고를 당하기 전, 어머니는 강도 높은 피아노 연습과 바쁜 연주 일정에 쫓기면서도 늘 가족과의 시간을 중시했다. 사소한 일에도 소녀 같은 천진난만한 웃음을 터뜨리며 가족에의 애정을 표현하던 어머니.
하지만 그 잔인한 사고는 어머니로부터 웃음을 앗아가 버렸다. 그 비극은 어머니를 가족은 물론 세상 모두와 고립하게 만들어 작은 방에 가두어 버렸다.
아버지는 자신의 세계를 상실한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가 타고난 헤비 게이머였던 아버지의 게임 컬렉션을 못마땅하게 여기자 술과 담배를 끊어도 게임은 도저히 끊지 못한다고 말하던 아버지는 기꺼이 게임기와 모든 관련 용품을 처분했다.
국내외의 게임 잡지만은 서재의 잠금 서랍장 속에 보관했는데, <비디오 게임의 역사>라는 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어머니는 집 안에 그런 물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견딜 수 없어 했다. 어머니에게 있어 게임 잡지 또한 악의 일부였던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게임 잡지를 당시 근무하던 대학의 사무실로 옮겨 그곳에서만 원고를 써야 했고 점점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어머니의 게임에 대한 원망은 점차 아버지를 향해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게임에 관계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노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영재야? 네 아빠가 어디에다가 게임을 숨겨놨니? 응, 말해 봐. 엄마가 화 안 낼테니까. 어서, 응? 됐어. 그냥 엄마가 찾을게.”
어머니가 몇 번이나 온 집안을 뒤집어 놓고 있지도 않은 게임기와 게임 잡지를 찾으려하자, 아버지는 처가와 상의해 어머니를 정신과 의사에게 데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신은 미친 게 아니라 그저 절망에 빠져있을 뿐이라며 병원행을 완강히 거부했다.
“이제 내가 미친년으로 보여? 그래, 차라리 미쳤으면 좋겠어. 당신도 내 처지가 되면, 아침에 눈을 뜰 이유가 사라지면, 절망에 통째로 집어 먹히면, 차라리 미쳐버리고 싶을 꺼야. 나는 죽어도 병원에 안 가. 아니 못 가.”
어떻게 해도 어머니를 안정시킬 수 없던 아버지는, 결국 어머니와 잠시 떨어져 있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역사학 교수로 재직하는 대학교 인근에 숙소를 마련했다.
종교가 달랐던 양가 집안의 거센 반대에도, 종교도 가족도 버릴 수 있지만 서로를 버릴 수는 없다며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던 부모님은 별거를 계기로 남남이 되어 갈라서고 말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나서, 외가 친척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얼마간의 입원 생활 끝에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고 했다.
“영재야. 잘 지내니?”
어머니와 따로 떨어져 살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어머니가 전화로 나를 찾았다. 나는 어머니가 그리웠지만, 집을 떠난 어머니에게 화가 나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두어 번 전화가 더 걸려왔지만, 내가 끝까지 침묵을 지키자 어머니는 전화 거는 일을 포기했다. 아버지가 친척과 통화하는 걸 엿들은 바에 의하면, 어머니는 신경 쇠약 증세가 다시 악화되어 병원을 들락거리게 되었다고 했다.
딱 한 번,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야윌 대로 야윈 어머니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천장만 올려다보고 있었다.
“영재야. 네 엄마가 그렇게 된 건 네 탓이 아니야.”
아버지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나를 달래주려 했지만, 어머니가 약물치료로 고비를 넘기고 비교적 건강한 몸으로 퇴원할 때까지 몇 개월 동안이나 어머니의 전화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자신을 책망했다.
어머니는 차츰 안정을 되찾았지만, 어머니는 나를 찾지 않았고 나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언젠가 어머니와 화해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너무 어려워서 뒤로 밀어놓은 숙제처럼 어머니와의 화해는 계속해서 연기되었다. 그러다 끝네는 영영 화해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
부모님이 아직 한 지붕에서 살던 그 시절, 나는 학교와 피아노 교습소 이외엔 좀처럼 외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내가 나쁜 친구와 어울려 오락실이라도 갈까 봐 매일같이 등하교는 물론 교습소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었다.
어머니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피아노가 지긋지긋했다. 나 역시 꿈이 꺾인 처지가 된 지금에 와서는, 어머니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 충분히 이해한다. 차라리 어머니가 자신의 잃어버린 꿈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통해 되찾으려 한다고 솔직히 말해주었더라면….
세상사를 헤아리기엔 너무나도 어렸던 나는, 나를 피아노 신동으로 기르려던 어머니의 고집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피아노를 싫어했던 나는, 기이하게도 부모님이 헤어지고 나서 아버지와 단둘이 함께 살면서부터는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신동까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실력도 나쁘지 않아, 대학 시절에는 이곳저곳에서 연주 알바를 뛰면서 짭짤한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피아노는 어디까지나 나의 두 번째 취미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꼭 빼닮은 게이머였으니까.
아버지는 게임은 그저 게임일 뿐이라고 말씀하셨지만, 나에게 게임은 게임 이상이었다. 세상과 어울리게 만들어 준 다리였고, 보잘것 없는 나에게 ‘꿈’이란 것을 품게 한 씨앗이었다.
나의 첫 카트리지는 <젤린의 전설: 과거로 간 링코>였다. 게임과는 말 그대로 담을 쌓고 지냈던 나는, TV화면을 가득 채운 새로운 세계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 매일같이 젤린이 되어, 아니 링코가 되어 녹색 옷을 입고 왼손으로 칼을 휘두르며 가슴 두근거리는 모험에 나섰다.
게임 패드를 처음으로 손에 쥔 순간부터,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젤린의 전설>의 오프닝 타이틀을 본 순간부터, 나는 영원히 게임과 사랑에 빠지게 되리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내 사랑이 처절한 짝사랑으로 끝나게 되리란 것을. 게임을 향한 열정이 나를 몰락하게 만들리란 것을.
문피아에서도 비슷한 설정의 다른 소설, <전설의 게임메이커! 노게임 노라이프>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루리웹에 올린 <세상에서 게임이 사라진다면?! 노게임 노라이프!>가 다크초콜렛 맛이라면, 문피아에서 연재중인 <전설의 게임메이커! 노게임 노라이프>는 사이다맛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사라진 세상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기승전겜스러운 소설입니다! <전설의 게임메이커! 노게임 노라이프> https://link.munpia.com/n/236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