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비스트 챌린지 – 후반 (9)
“!!?”
“잠깐만, 시도!!”
“너, 비스트를 쫓아가려고!!?”
“... 그래.”
내가 직접 비스트를 쫓아갈 거라고 모두에게 알리자, 모두가 크게 놀랐고...
“안 돼. 허락 못해. 그녀가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 데다, 설령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도착하더라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잖아!!”
“윽...”
코토리가 못 보낸다는 것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돌았다. 비스트를 구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이쪽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방치해둬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가능하다면 구원의 손을 뻗고 싶다. 하지만, 이츠카 시도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이 모두의 마음에 불안을 일으키게 했다.
“다들..”
나도 불안했다. 정령들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나 자신도 소중하게 여기지만,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무모한 행동까지는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건 그녀들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이니까. 그러다가...
“?”
“이 노랜..”
“설마..!”
“미쿠 씨가?”
미쿠가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서 우리들의 불안을 어루만져줬다.
“가브리엘의 ‘판타지아(환상곡)’야.”
“우리들을 진정시킨 건가? ?”
“박수와 환성?”
그러다가 우리들의 인터컴과, 정령들의 헤드셋에서 박수와 환성이 들려왔는데...
“놀랐나요? 마리아 양에게 이 인근의 셸터와 통신을 연결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다들 불안할 테고, 다친 분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처럼의 이자요이 미쿠 콘서트잖아요. 많은 분들에게 들려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위문 공연이냐?”
“그렇게 볼 수도 있죠, 녹트. 노래만 송신하고 있으니, 부담 가지지 않고 대화를 나눠도 됩니다.”
“하하.. 고마워, 마리아.”
미쿠가 그런 섬세한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자아. 달링, 어떤가요? 제 혼신의 노래예요.”
“응.. 좀 놀라기는 했지만, 엄청..”
“비스트 씨를 공략한 후, 이쪽 세계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만큼 힘이 났나요?”
“미쿠..”
“후후, 저는 이래봬도 연장자거든요? 이럴 때 정도는 폼 좀 잡게 해주세요.”
미쿠의 응원에 모두가 미쿠를 바라봤고...
“여러분, 저는 달링을 돕기로 마음먹었어요. 불만이 있으면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실컷~ 들어드릴게요~.”
“히익!!”
“야, 손가락 꼼지락거리지 마라 야. 어디서 기회를.”
정령들은 체념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뭐..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소년은 그런 사람인걸.”
“으음... 나리가 이 상황에서 평온을 선택할 성격이었다면, 무쿠들은 이 자리에 모여 있지 않을 거이니라.”
“미소, 유즈루는 애초부터 반대하지 않았어요. 참고로 카구야는 울먹거렸지만요.”
“멋대로 그딴 소리 하지 늘어놓지 말아줄래!?”
미쿠의 마음이 정령들에게 전해져 그녀들이 안도했고...
“조심해. 시도라면 할 수 있어.”
“힘내세요, 시도 씨.”
“축하 파티 준비를 해둘게~.”
“뭐.. 시도라면 어떻게든 될 거야.”
“기다리는 여자라는 건 제 성격에 맞지 않지만... 후후, 오늘은 특별히 건투를 빌어드리겠어요.”
“흥...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면, 라타토스크가 수집한 네 흑역사를 전부 까발려버릴 거야.”
“뭐, 뭐어.. 반드시 돌아와야겠는걸. 어어?”
코토리가 내 멱살을 잡아당겨서 내 가슴에 이마를 대며...
“꼭, 돌아와야 해.. 오빠.”
“그래, 물론이지..”
이런 작은 목소리를 냈고, 나는 코토리의 머리를 상냥히 쓰다듬어주었다. 몇 초 후에 코토리가 떨어지고...
“고마워, 미쿠. 너한테 받은 이 힘과 각오를, 절대 헛되이 하지 않겠어.”
“우후후, 당연하죠. 천하의 아이돌 이자요이 미쿠의 혼신응 다한 노래였으니까요. 후딱 비스트를 공략하고 돌아오세요. 너무 늦으면, 저는 세계적인 가희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거든요.”
“!! 그 말은..”
“저는 아이돌이니까요. 찬란함과 눈부심의 화신이에요. 지금의 여러분 사이에서 제가 계속 빛나기 위해선.. 그리고, 여러분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 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맞는 말이야.”
미쿠에게 감사를 전한 뒤에...
“우리가 같이 가줄게.”
“의남매로서 지켜보는 게 우리의 의무니까.”
“그러니 저희가 유일한 입회인으로서 지켜봐줄게요.”
“모두.. 그럼, 부탁할게, 형제들아.”
네로, 녹트, 유미의 동행을 허락했다. 그리고...
“하합!!”
허공에다가 나헤마를 휘둘러서 초승달 모양의 ‘상처’를 생성했고...
“다녀올게.”
“예, 다녀오세요, 달링.”
아무것도 모르는 너머를 향해...
“충분해..!”
네로와 녹트, 유미와 같이 미지의 세계로 들어갔다.
33화 비스트 챌린지 – 후반 (10)
“으.. 큭..”
“괜찮아, 시도?”
“으으.. 어, 녹트.. 가브리엘의 가호 혹은 나헤마가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을 거야.”
“확실히 저 상처에 들어갔을 땐 정말 기분이 나빴어요.”
“불안전해서겠지. 그나저나...”
상처 너머의 세계에 도착한 우리들은 폐허가 된 주변을 둘러봤고...
“건물에 이끼가 꼈어. 게다가 흙먼지도..”
“그러게, 네로. 이건 상당히 오래된 흔적이야.”
“이 세계는 이미 멸망한 것 같네요..”
“라그나로크(세계 종말)를 맞이한 것일지도..”
“라그나로크?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종말이야, 네로?”
“어, 시도. 멀티버스에선 세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멸망한 현상의 명칭으로 부르고 있어.”
“그걸 계속 저지르고 다니는 조직이 있긴 하지만..”
“우리 월드 유니티가 무너뜨렸죠. 저번에 시도 씨에게 알려줬을 거예요.”
“우로보로스와 세계사(世界蛇) 요르문간드.. 엄청났겠네.”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 고생했었어. 이건..”
“다른 이유로 라그나로크를 맞이했다면..”
“분명.. 정령에 의한 거겠죠..”
“정령에.. 의한..”
무사한 건물이나 차는 물론, 삼림이나 산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 모두!!”
“!!!”
우리들의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면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있는 한 소녀를 찾았는데...
“저 녀석..!?”
그 소녀의 뒷모습은 방금까지 마을을 유린하던 정령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고, 마치 훌쩍이고 있는 어린애 같았다.
“.. 갔다 올 게.”
“그래..”
“우린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게, 시도.”
“조심하세요.”
나는 혼자서 그 소녀에게 다가갔고, 내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그 소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더니...
“어, 째, 서.. 네가, 여기에..?”
경악하면서 몸을 일으키고는 뒷걸음질을 쳤다.
“두려워하고 있어.”
“이 세계에서 대체..”
“뭐가 일어난 거죠?”
그걸 본 나는 가는 숨을 내쉬고는...
“아까도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너를 구하러 왔어.”
“윽.. 설마.. 나를 쫓아온 것이냐.. 안 된다.. 나는, 이제, 너를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이러면 안 된다. 나는...”
소녀에게 다가가, 소녀의 입술을 내 입술로 막았다.
“시도는 시원의 정령에 의해 태어나서 정령들의 영력을 자신에게 봉인할 수 있어.”
“그 정령의 호감을 사고 키스라는 결과까지 가야 확실히 영력을 봉인할 수 있거든. 지금의 시도에겐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은..”
“체크메이트!”
내게 영력을 봉인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는지는 상관없다. 처음부터 마음먹었으니까. 힘껏 안아주며, 키스를 하겠노라고.. 그렇다.. 그녀가 손톱을 대검으로 변화시켰을 때부터.. 나헤마를 이 손에 쥐고,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나는, 이 소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
찰나의 키스를 마치고, 비스트의 입에서...
“시도...”
비스트... 야토가미 토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