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짜리 단독 주택에 살고 있구요, 좁은 길 두고 바로 맞은편 집 지붕 아래는 왠만한 동네 참새가 다 모여드는 참새 소굴입니다...
저희 집 마당 잔디밭이 이 놈들 놀이터인데 대문이며 차며 데크며 ... 여기 저기 똥도 싸지르고^^
마당에 있는 말라뮤트 털 갈이 할 때는 털도 한 웅큼씩 물고 가고 개 사료도 가끔씩 훔쳐가고 그럽니다.
마당에 말라뮤트 말고 진돗개도 한 마리 있는데 말라뮤트는 자기 밥 물고 가도 별 관심이 없지만
진돗개는 가끔씩 참새를 물어 죽일 때도 있습니다.
거실 창문이 1층부터 2층까지 뻗어있는 대헝 창문이다 보니 1년에 두 어마리씩 창문에 부딪혀 죽기도 하고
주로 경험 없는 새끼 참새들이 옥상에 있는 벽난로 굴뚝을 타고 난로 안으로 들어와 자주 구출작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가끔은 엄마 참새들이 자기 새끼가 죽으면 물고 와서 마당에 버려놓고 가기도 하구요.
어쨌든, 오늘 아침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날씨 보려고 커튼을 젖혀 밖을 보는데
비가 덜 마른 데크 끝에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살덩어리가 있는겁니다.
저게 뭐지 하고 계속 들여다보는데 갑자기 꼬물꼬물 ... 갓 태어나 아직 눈도 못 뜬 아기 참새더군요.
저희 집에는 참새 둥지가 없으니 어디서 실수로 떨어진 건 아닐테고, 누가봐도 옆집 어미 참새가 죽으라고 던져놓고 간 ...
와이프가 얼른 밖으로 나가 데리고 들어왔는데 몸이 차갑습니다.
제가 출근 준비 하는 동안 와이프가 두 손으로 따뜻하게 해 주니 조금 있다 움직임이 활발해지며 짹짹거리기 시작하더군요.
조그만 통에 솜 깔아 눕혀놓고 전기 방석 얼른 틀어 위에 올려놓으니 배가 고픈지 계속 짹짹 거립니다.
저는 출근해야 해서 거기까지만 보고 나왔는데 좀 전에 전화해보니 아직 잘 살아 있답니다^^
계란 노른자 삶아서 물에 갠 다음에 먹여주니 잘 받아 먹는다고 하네요.
너무 어린 참새라 꾿꾿하게 살아날진 모르겠으나 힘 닫는데까진 살려봐야죠 ...
그런데 만약에 이 녀석이 살아나서 털도 나고 그러면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어려서부터 사람 손에 익숙해진 동물들은 야생에 나가면 잘 적응을 못 할텐데 말이죠.
날아 다닐 때 되면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지, 집에 키우고 있는 사자나미 우리에 넣고 같이 키워야 할지 ...
작은 생명을 보듬는 부부의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지네요.
저희가 부부도 그렇고 애들도 그렇고 이런거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해서 한편으론 걱정입니다^^;
참새가 야생성이 워낙 강한새라 손을 타도 야생에 잘 적응할거라 봅니다.
일단은 잘 살아남는게 먼저인데 워낙 어린 놈인데다가 데크 위에 얼마 동안이나 방치된건지 알 수가 없어서 잘 견딜지 모르겠습니다. 좀 전에 다시 전화해보니 피부에 핏빛(?)도 더 잘 돌고 먹여주는 것도 잘 먹는다고 하는데 ...
거둬주신게 어딥니까^^ 밥도 잘먹고 혈색도 좋아졌다니 다행이네요ㅎ
부모새가 다시 대려가 키운다는건 사실상 불가능이고.. 어느정도 크면 야생적응 훈련으로 다시 자연으로 복귀는 가능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