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파우더 블루 탱, 줄여서 파블탱이라고 하죠.
이 녀석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제 고민거리가 하나, 둘 정도는 사라집니다.
어항을 두고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로 사람이 개입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기는데
민물어항도 손에 이물질이 묻어 있어 생물에게 해가 될까봐, 괜히 건드리면 일이 커지고 사방에 물이 튀고 등짝이 박살 날까봐
손을 넣는건 꺼려지는데, 해수어항은 더 골치아프죠. 해수라 물이 조금만 튀어도 기기는 부식되고 소금자국 남고..
오늘도 가만히 어항을 보다보니 터보스네일 한 마리가 뒤집어져 있더군요. 어항속 모든 생물이
얘 처럼 혼자 몸을 뒤집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터보스네일은 뒤집어지면 대부분 그대로 죽어버립니다.
더구나 바닥 깊숙히, 돌 아래에서 뒤집어져서 판을 크게 벌여야 할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파블탱이 터보스네일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주변 물고기들을 쫓아 내더군요.
그리고 터보스네일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혼자서 일어나지 못 하니 껍데기를 툭툭 쪼아대더니.. 결국
(환자분께서 일어 나셨습니다.)
제가 파블탱이 터보스네일율 일으키는 장면을 보고 카메라를 가져오니 이미 상황이 끝나 있더군요. 다행히도 일어나는 장면은 화면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어항속에서 양아치 포지션을 담당하던 망둥이를 두 주먹으로 정리하더니 산호와 말미잘의 수호자를 자청하며 다른 고기들로부터 지키고
넘어진 생물까지 일으켜세워주는 기특한 녀석이지만 남들에게 키워보라고 츄라이츄라이 할 수 없는 녀석이죠.
그도 그럴게 이 녀석.. 동호회에서 불리는 이명이 해수항의 사신입니다.
이유인 즉, 이 녀석을 들이면 한 달을 채 못살며, 갈 때도 곱게 가는게 아니고 어랑속 생물들을 전부 길동무로 데려간다는 악명 놐은 녀석이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 저희집에선 잘 살아 남아서 어항의 질서를 잡아주고 있으니 저의 무지함에 감사할 따름이죠.
(입양 당시 이 녀석의 악랄한 이명을 모르고 데려왔습니다.)
우리 파블탱에 관해선 할 말이 아직 많지만 글이 쓸데 없이 길어지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모두들 건강 조심하고 힘든시기 잘 넘겨 봅시다.
왜 일으켜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녀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