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에 팥앙금이 들어간 피자를 먹었습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에서 10시간째 찌들어 가던 중이었습니다.
연구실 형과 군대 이야기 -> 스티붕 유 이야기 -> 병역기피자 이야기 -> 그럼 저녁에 피자먹자, 라는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피자를 시켜먹기로 결정했습니다.
해서 어디서 시킬지 찾아보던 중
'피자파는집' 이라 해서 대전/충청쪽에 있는 자그마한 프렌차이즈 피자집을 찾았습니다.
국내 어떤 피자집에 들어가든 팔법한 포테이토 피자 / 베이컨 피자 등등을 취급하는건 물론, 특이하게도 도우 끝에 별별 괴상한 것을 추가 할 수 있더라구요.
리치골드/치즈크러스트는 물론 만두 소, 팥앙금, 슈크림, 소세지, 심지어 소보루빵까지 추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저희는 대학원에서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작은 소비를 할 때도 이 소비가 과연 합리적인지, 논리적인지 고민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헌데, 처음 들어보는 피자집에서 빵 끝에 팥 앙금이 들어간 피자 같은걸 설마 주문할까요?
여태까지 선례가 없는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선택이며, 실험에 찌들어가는 토요일 밤을 장식하기엔 최악의 선택임에 분명합니다.
그럼 주문해야죠. 애초에 합리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았으면 대학원 오지도 않았습니다.
같이 피자를 먹을 형과 낄낄거리면서 베이컨 프라이 피자 + 팥앙금도우 (4천원)을 주문했습니다.
나름대로 팥앙금은 과거 학부다닐때 교양 시간에 배운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이 부조리한 토핑이라 생각을 했거든요.
피자도 맛있고, 팥앙금도 맛있긴 하지만 둘이 같이 나오는건 상상도 하기 어려우니까요.
남자라면 누구나 조커도 좋아하고 간호사도 좋아하지만, 다크나이트에서 조커가 간호사 분장을 하고 병실로 들어오는건 아무도 상상 못한 것 처럼 말입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혹시 사장님에게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사실 그런 메뉴 전부 거짓말이라고, 세상에 누가 피자 끝자락에 팥앙금을 추가해서 먹냐고, 환불해드리겠다고..
그런 소식이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50분 뒤 저희는 쪽문으로 나오라는 전화와 함께 성공적으로 피자를 수령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피자를 열어보니..
우선 맛과 비쥬얼 모두 합격이었습니다.
소규모 프렌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도미노 피자에서 파는 베이컨 체다치즈 피자와 거의 똑같은 맛이 재현되었거든요.
치즈도 두꺼운편이었고, 토핑도 그럭저럭 실하게 올라가있었습니다.
피자스쿨 / 피자마루와 같은 저가형 피자집을 5~60점, 도미노/피자헛/파파존스를 8~90점 준다 하면 여기는 70~75점정도는 줘도 될 것 같은 맛이었습니다.
양도 충분히 많은게 남자 둘이서 6조각 먹으니 배가 꽉 차더라구요.
하지만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요.
앙금.. 팥앙금을 보자..
정말 팥앙금이 들어있었습니다.
전단지의 사진보다는 좀 못하긴 했지만, 충분히 자기주장 할 만큼의 팥앙금이 들어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젠 먹을 수 밖에 없죠. 못먹어도 고 입니다.
기대와는 달리 평범하게 맛있었습니다.
피자를 먹고 후식으로 바삭하게 튀긴 호빵을 먹는 맛이었습니다.
팥앙금 또한 싸구려 앙금이 아니라, 나름대로 괜찮은 제품을 쓰시는 것 같더라구요.
같이 피자를 주문한 연구실 형과 무언가 아쉽다는 감정을 공유하며 팥앙금 가득한 도우를 씹었습니다.
'작성글보기' 보시면 저는 작년에 나고야에 가서 굳이 8천원 가량을 주고 멜론 스파게티까지 사먹었고
굳이 2D캐릭터 생일에 양갱을 만들어주겠다고 직접 팥을 불려서 앙금까지 만들었던 종류의 사람이다보니, 이번 피자는 맛있긴 하지만 아쉽다는 감정이 더 앞서더라구요.
좀 더 괴상한 음식이었으면, 좀 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었으면, 좀 더 평범하지 않은 음식이었으면.. 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런 괴상한 음식이면 추가금액을 받고 팔기는 어려웠겠지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요약하자면 피자 자체는 가성비 좋은 훌륭한 피자였습니다. 맛도, 가격도 합리적이었고 다음에 피자를 또 시켜먹을일이 생기면 재주문 할 것 같네요.
다만 도우에 팥앙금을 추가하는게 4천원이나 하다 보니, 이쪽은 조금 아쉬운 것 같네요.
보다 괴상하고 특이한 빵 끝 토핑이 생기지 않는 이상 다음번엔 그냥 일반 도우로 시킬 것 같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다들 감기와 지도교수님 조심하시고, 혹시라도 가까운 시일내에 또 괴상한 음식을 먹게 될 일이 있다면 들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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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는 추천입니다. 단팥 크러스트 ㅎㅎ 7년전에 제가 붕어빵 따라 만들었습니다 본사한테 걸려 판매정지 당하고 본사에서 단팔하고 크림소스 같이ㅜ넣는 정식메뉴를 했지만.. 결국 단종 테크..먹는 사람만 먹더라고요
청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간다더니.... 과거 얼마나 음식을 잘못먹었길래....
?????? 내가 2010년에 군대 갔는데 이거 개소리임
저희도 팥 크러스트 있었는데 ^^; 인기가 없어서 단종되었네요.. 팥 관리도 힘들구요
잘못이라뇨!! 그저 선택을... 선택을... ㅜㅜㅜ
청소년이 잘못하면 소년원에가고 대학생이 잘못하면 대학원에간다더니.... 과거 얼마나 음식을 잘못먹었길래....
말안듣는남자
잘못이라뇨!! 그저 선택을... 선택을... ㅜㅜㅜ
TG가 부릅니다. 잘못된 선택
팥이라니 ㄷㄷ
알볼로에서도 황금박쥐피자인가 팥들어간피자 나오긴한걸로봐서 아예 안어울리진않나봐요
알볼로에서 먼저 팥도우 잇었었는데 맛있떠라고여
오구쌀피자에 있다가 몇년전에 없어진 토핑인데 그만큼 인기가 없었던...한번 먹어봤었는데 제 입맛은 아니였던..
만두 끌리네요
난 괜찮을 것 같은데.. ? 참신하고 맛도 있을것 같아!!
유제품 금지당해서 괴롭습니다. 먹으면 입원테크 타야해서....ㅠㅠ
다들 피해 대학원생이다!
그것도 카이스트 대학원생이네
이미지를 보려면 여기를 눌러주세요.
피자빵 느낌 나겠네요 ㅋ
저희도 팥 크러스트 있었는데 ^^; 인기가 없어서 단종되었네요.. 팥 관리도 힘들구요
단팥페이스트 냉동 넣어두고 하루치씩 꺼내쓰면 되지 않나요? 아니면 직접 쑤셔서 그런건가..
사실 이렇게 보기에는 좋은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하루치 기준도 애매합니다. 저 돈이면 다른 크러스트 넣어서 먹죠.. 매니아 층만 찾는게 현실
아 마운틴.. 등정성공하셨나요? 전 팥 스파게티 먹다가 조난당했습니다.. ;;
피자는 추천입니다. 단팥 크러스트 ㅎㅎ 7년전에 제가 붕어빵 따라 만들었습니다 본사한테 걸려 판매정지 당하고 본사에서 단팔하고 크림소스 같이ㅜ넣는 정식메뉴를 했지만.. 결국 단종 테크..먹는 사람만 먹더라고요
역시 피자글에는 사장님이 ㅎㅎ 저도 단종 되기전에 한번 먹어 본게 생각나는군요 ㅎㅎ
팥앙금 있고 팔고물 징계나무 타목
팥 좋아하면 저건 맛있을수 밖에
당장 한 결과는...성공적이었다
교수님의 씨뿌리기! 효과는 굉장했다!
그런데 가격적인 면에서는 좀 비싸네요 원채 팥이 그리 오래 놔둘수 없다는 점과 비싼것에 따른 구매가 좀 꺼려지는 점을 생각 했을때 순환력 괜찬으려나 라는 생각이;;; 만두 앙금도 냉동이면 몰라도 냉장 만두 앙금이면 오래 못 놔두던뎅 4천원이면 못먹을 가격은 아니지만 왠만큼 부담이;;; 만두 쪽이면 나쁘지 않을듯 싶긴 하지만 팥만으론 4천원 상당히 많이 부담되는 가격 피자 가격이 싸면 쌀수록 4천원의 추가금액은 결코 싼 가격이 아니닌깐
그래도 스티브 유 덕분에 우리나라 군대 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요 스티브 유 사건 때문에 그때부터 금수저들까지 군대에 끌려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버려서 군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 문화가 많이 줄어든 것이고 군인들의 처우가 개선되기 시작
분노조절당해
?????? 내가 2010년에 군대 갔는데 이거 개소리임
유승즌 로각좁
연유디핑소스 있으면 더 특이했을거 같습니다
이제 팥앙금과 피자가 왜 어울리는지 논문을 써 볼까요 ?
고구마 무스도 피자에 올라가니 어울릴거같긴 하네요.
짜투리만 남겨서 후식으로 먹는 피자구만 내일 점심은 저거다
작성하신 글 너무 재미있게 봤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팥앙금피자라;; 어마무시한걸 드셨네요 피자만 먹고 앳지는 남겨놓고 후식개념으로 먹어야 될거같은데;; 같이먹으면 정말 간호사분장한조커느낌
만두가 오히려더 기괴하게 보이는군요... 위에 올린 피자사진을 보면 4귀(혹은 5귀퉁이)에 각각 넣는것도 가능해보입니다... 그나저나 집근처엔 역시나 없군요..
도우면 빵전체를 얘기하는거 아닌가요? 제목보고 토핑밑에 토마토소스대신 팥이 발린줄..
배민에서 시켜먹는데 팥은 도전 안해봤지만 사천만두인가는 맛있어서 자주 먹어봤네요 피자호빵같은느낌이라 좋았습니다
아니 이 필력은 무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팥에 만두소까지 들어간다니...서울에서도 먹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전 + 쪽문이라는 걸 보니 카이가 맞으시군요 (...) 그나저나 토요일에도 10시간이라니... 힘내십쇼...
합리성이라고는 1도 없는 선택을 하시다니 역시 배우신 분!
애초에 합리적인 생각을 할 줄 알았으면 대학원 오지도 않았습니다. 확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