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이용해 아차산을 다녀왔습니다.
아차산은 언제 가도 기분이 좋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게 등산하기 좋은 높이라
오르기 전부터 좋고
올라 가면서도 좋고
내려 오면서도 좋고
먹을 때가 되면 더 좋고요…
사실 아차산 주변 두부집은 유명한 곳은 다 가본거 같아요.
어릴때부터 아차산을 뒷산처럼 다닌 덕분(?)인데요.
이 곳은 처음 방문해봅니다. 사실 존재도 몰랐어요.
그도 그럴것이 메인 하산 거리가 아니라 우회된 하산로라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테라스 형태로 해서 반 야장처럼 해놓으셨던데
날씨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빨려들듯 들어가버렸네요.
아차산 선인장두부 집입니다.
낮에는 선인장 두부,
밤에는 선이장두부로 활동하는 곳.
(낮에 들어갔는데 다 먹고 나올 때 찍은 거라 어둑어둑하네요. )
사실 선인장과 두부는 뭔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
선인장이면 왠지 멕시칸 타코가 떠오르는데요.
상호가 선인장 두부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선인장 추출물로 두부를 응고시킨다는 해설.
선인장 추출물의 효과가 입증된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건강하겠거니…
메뉴가 다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것도 없습니다.
두부, 순두부, 만두가 들어가는 찌개(전골)이 대표 메뉴인 것 같습니다.
이곳이 좋은 점은 가격입니다.
찌개가 11,000원인데 2인분이에요.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서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격.
그저 감사…
저는 둘이 방문했기에 찌개 하나와 감자전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두부구이가 눈에 밟혔지만…)
(물어보니 찌개는 2인분, 전골은 4인분 차이일뿐 맛은 똑같다고 합니다.)
밑반찬은 깻잎 장아찌, 김치, 매실 장아찌
저 깻잎 장아찌가 요물입니다.
다소 슴슴할 수 있는 음식들에 풍미를 더해주는 맛.
하산하고 맨입으로 집에가면 서운하죠.
전날 심하게 달렸기에 느리게 달려 봅니다.
막걸리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등산 후에는 관습적으로 먹게 되는거 같아요.
그 중에서도 느린마을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빨간딱지는 처음 먹어보네요.
기존 느린마을 막걸리 개성을 죽이고 서울, 지평 등과 같은 산미와 탄산기를 더한 대중적인 맛이네요.
아무래도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맛은 이 맛이 더 익숙하긴 합니다.
기존 느린마을 막걸리는 들쩍지근한 아스파탐 계열의 단맛이 없고
톡 쏘는 맛도 적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매력인데
막걸리를 좋아하는 기성 어른들에겐 오히려 입에 안 맞는다고 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빨간 딱지의 대중적인 버전을 출시했을 것 같...
킹리적심갓
막걸리 주요 소비층은 아직 기성 어른들이니까 그쪽 타겟을 무시 할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래도 시원 달달 톡쏘는 것이 꿀맛
장아찌들을 안주 삼아 홀짝 홀짝 마시다보니
메인 안주 아니 메인 요리가 나옵니다.
만두, 두부, 순두부가 들어있는 두부찌개(11,000원)
만두, 두부, 순두부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김치도 조금 들어가고 청양고추도 조금 들어가 있어서 시원 얼큰한 맛입니다.
그 외에 돼지 고기도 제법 들어있어서 육류 계열의 감칠맛을 더하고 있어요.
국물은 예상 가능한 맛! 이긴한데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맛입니다.
굉장히 담백해요.
조미료를 절제해서 두부 본연의 맛을 살리려는 사장님의 의도가 엿보이는 그런 맛입니다.
서운하지 않게 보이던 돼지고기들
두부는 정말 괜찮았어요.
기존 시중 두부들과는 결이 다른 맛이에요.
시중 두부들이 거친 맛이라면 여기서 만든 손 두부는 크리미한 맛.
시중 두부가 일반 스폰지 케익이라면 이 두부는 치즈케익 느낌.
혀 압력으로만 눌러도 저항하지 않고 순하게 흩어집니다.
그리고 시중 두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달달하기까지 합니다.
바싹하게 튀기듯 구워낸 감자전 (14,000원)
이 감자전도 조금 특이해요.
얇게 부쳐낸게 아니라 아주 두툼하게 구워서 겉바 속촉이 도드라지는 맛이에요.
개인적으론 얇게 구워내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렇게 먹는 것도 별미이긴 하네요.
광장시장 빈대떡 두께의 감자전.
안은 감자 전분 때문에 쫄깃쫄깃한 식감이 납니다.
유사 찹쌀떡을 먹는 느낌.
찌개를 먹다가 두부가 더 먹고 싶어서 순두부를 추가 주문했습니다.
절반은 그냥 떠먹고 절반은 찌개에 투하해서 먹었어요.
이 순두부도 정말 맛있습니다.
꼬소하고 달달하니 흡사 두유같기도 합니다.
건강검진 후에 회복식으로 먹어도 좋을 거 같아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푸딩같은 순두부와는 다른 이런 몽글몽글한 순두부를 참 좋아합니다.
(요즘 이런 몽글류 순두부가 시중에도 나오긴 하더라고요.)
안주가 리필 되었으니 술도 리필해야죠.
10종류 정도의 막걸리를 팔았는데 그중에서 이름이 특이해서 시켜본 배다리 막걸리.
배다리가 무슨 뜻인가 검색해보니 배다리는 진짜 배(ship) 다리(bridge)더군요.
배다리 막걸리는 고양시 기반의 양조장인데
한강이 홍수로 범람할 때마다
나룻배를 여러개 놓아 다리삼아 건너야했던 곳이라
이 동네를 배주(舟) 다리교(橋)란 한자어를 따 주교(舟橋)리로 불렸다고 하네요.
지명을 풀어서 막걸리 이름으로 지었나봅니다.
이 막걸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좋아하던 술로도 유명하더라고요.
(시바스만 좋아한건 아니었군요...)
쌀 소비를 제한하고 밀 소비를 장려하던 정책 속에서
대외적으로 금지된 쌀 막걸리인 배다리를 14년간 몰래 조달해 마셨다는...
"임자, 역시 막걸리는 쌀이야"
말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배다리 막걸리 매력이 있더라고요.
라임도 좋고요.
요즘 나오는 장수나 지평보다 톡 쏘는 개성이 적은 대신 묵직한 느낌이 잘 사는 막걸리 맛입니다.
슴슴한 두부와도 잘어울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조미료를 절제한 건강한 맛의 음식점이에요.
슴슴한 것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은 선택지가 될 거 같고
간간한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좀 밋밋하게 느낄 거 같아요.
잘 먹고 잘 마시고 왔습니다.
사장님 부부(?)도 굉장히 친절하셨어요.
가격도 친절, 서비스도 친절...
자주 오게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진은 못찍었는데 계산을 하면 천원짜리 로또를 주십니다.
마지막까지 기분 좋게 해주시는...
이름은 선인장이지만 가시 없는 순한 음식점.
잘 먹었습니다.
오호 감자전 입맛돌게 하네요 ㅎㅎ
요리 잘하시니까 뚝딱 해드셔도 좋을듯 ㅎㅎ
아침 공복인데 막걸리랑 두부 무지 땡기네요
저도 글 쓰면서 막걸리에 두부김치 간절했습니다 ㅠㅠ
할아버지 순두부는 사람 너무 많아서 먹을 엄두도 안나더라고요 ~
이날도 거긴 사람 너무 많더라고요. 할아버지 못뵌지 오래 됐네요ㅎㅎㅎ
감자전 잘 안먹는데 사진을 잘 찍으셔서 먹어보고 싶어져요 츄릅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감자전에 막걸리 순두부까지 넘 좋아요
삼박자 좋더라고요 ㅎㅎㅎ
콩은 싫어라 하지만 두부 환장합니다 기회되면 먹어보고 싶네요 ㄷㄷ
두부는 고기왕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맛이죠 ㅎㅎㅎ 기회 되면 놀러 가보세요
감자전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꽤 매력있었습니다! ㅎㅎ
사진도 사진이지만 글을 참 흡입력있게 잘 쓰시네요 작성글 보기 눌러서 다른 게시글까지 모조리 정독했습니다!
아이고 보잘것없는 솜씨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차산이라 아차하셨군요 깔깔
부장님 유머였습니다 ㅎㅎ
여긴 안가봤는데 체크체크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세요!
막걸리에 안주들이 좋네요!
조합이 좋았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