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래재 양꼬치를 다녀왔습니다.
군자동에 위치한 중식 양꼬치집입니다.
이곳은 제법 오래된 곳이에요.
정확히 언제 생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기억에 양꼬치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10여년 전)에도 있었던 거 같아요.
군자동도 상권이 분리가 되는 편인데요.
6번출구 쪽은 먹자골목 거리는 주로 술이 메인인 느낌입니다.
특히 곱창을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반면 7번 출구 쪽은 술 테마보단 식사가 메인인 느낌이에요.
유명한 영미 오리탕도 있고 찜자매, 돈토 등이 대표적이죠.
오늘 가본 호재래 양꼬치도 그중 하나입니다.
호재래는 좋을 호(好) 두번 재(再) 올 래(來) 중국 표현으로 '또 오세요' 라는 말입니다.
호재래는 매우 로컬스러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좋게 말하면 로컬스러운거고 나쁘게 말하면 좀 어수선해요.
문에 붙은 광고에 ‘고향의 맛’을 내걸었는데 전혀 지나치지 않아요.
분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날 친구가 양꼬치를 먹고 싶다기에 '군자에는 양꼬치가 두 군데가 있다.'고 설명한 뒤
한 곳은 일반적인 평범한 곳, 나머지 한 곳은 현지와 구분이 안 가는 곳, 어디갈래?
해서 데려온 것이었거든요.
근데 군데군데 많이 정리도 하셨고 개조도 하셨더라고요.
제가 예전에 다녔을 때보단 훨씬 한국스러워(?) 졌습니다.(단정해졌어요.)
그래서인지 손님들도 제법 많더라고요.(다 한국분들이었어요.)
예전엔 정말 손님들이 중국분들 밖에 안 계셨었습니다...
매장은 다소 작은 편이에요.
여섯 석 밖에 없습니다.
근데 자리가 더 많으면 안 될 거 같아요.
숯부터 음식 준비까지 사장님 혼자 하시거든요.
지금 여섯 석도 숙련된 사장님이시라 무리는 없겠지만 더 많아지면 쉽지 않으실 듯.
메뉴는 꼬치, 주식(식사), 요리 등으로 나뉩니다.
꼬치류 카테고리에 신갈구이가 올때마다 눈에 띄네요, 신갈은 매운 갈비를 줄인 말입니다.
(매운가루 뿌린 갈빗살 꼬치입니다.)
주식이라는 단어가 약간 민망시려운데 국수 냉면 마라탕을 주식처럼 먹긴하니까 반박은 불가죠...
요리는 샤브샤브, 전골 같은 메인 안주거리가 있고
그외 사이드로 시킬 수 있는 튀김 볶음류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약 10년 전부터 몇번 와봤지만 전골이나 샤브샤브는 안 먹어봤네요. 다음엔 꼭 먹어봐야겠습니다.
사장님이 꼬치는 시킬거죠? 하시며 꼬치를 들고 계십니다.
네 주십셔…
고민은 시간만 낭비할 뿐... 후후...
‘돌솥산채나물부페’ 그릇이 시선 강탈
여기 양꼬치는 담백함이 포인트에요.
지방질이 많이 없는 고기 부위를 사용하십니다.
어떤 양꼬치 전문점은 살코기 외에 근막, 힘줄이나 비계가 너무 많이 들어 있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
저는 살코기가 많은 꼬치가 담백하니 좋더라고요.
어차피 양은 기름이 많은 녀석이니까…
시즈닝이 돼있는데 양념은 그냥 평범한 맛.
기본찬으로 땅콩, 건두부오이무침, 무생채가 나옵니다.
저 건두부오이무침이 클리너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양꼬치나 여타 볶음 튀김류를 먹을 때 리셋을 눌러주는 고마운 녀석.
적당히 매콤하고 새콤하고 시원합니다.
이것만 있어도 소주 일병 구하기 가능
먹을만큼 적당하게... 세번 리필해 먹었습니다.
최근 술 너무 달려서… 안 마시려고 했는데
조심스레 찾아봅니다…
말 좀 물읍시다...
거 하얼빈이 어디요…?
120년 넘는 역사의 하얼빈 맥주 등장.
이 당시 만주에 계셨던 독립투사분들도 오가며 마셨으리라...
칭다오 같은 중국 맥주는 독일의 지배하에 발전한 것으로만 알고있는데
하얼빈 맥주는 출신을 따지면 독일 맥주는 아닙니다.
러시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맥주입니다.
당시 러시아가 만주에도 살짝 걸쳐있다보니 왕래가 많았고
자연스럽게 하얼빈 지역에도 많이 이주해 살았다고 합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고향의 술을 공수해 먹기 쉽지 않았을테고
맥주 만드는 몇몇 기술자가 맥주를 직접 빚어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맥주가 맛있다보니 입소문도 나고 했겠죠.
인기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양조장을 만들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덕업일치의 좋은 예...
풍미가 여타 중국 맥주들과 특별히 다르진 않아요.
칭다오가 청량한 맑은 라거를 표방하고 있는데 하얼빈도 제법 청량하고 맑은 편입니다.
숯이 나오고 양꼬치를 올려봅니다.
여담입니다만 10년전에 왔을 때는 자동으로 돌려주는 기계가 없었어요.
그냥 양꼬치를 올려두는 공간만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한 사람이 양꼬치를 한데 모아 굽고 찌듯이 익혀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아래 백선생님 처럼요
이거 구울 때 누구나 이 표정이 나와요.
친구한테 이 시스템을 자신있게 얘기해서 왔는데 싹 리모델링...
칙칙폭폭 오가는 컨베이어에 머쓱 머쓱…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숯 화력도 좋고 양들이 맛있게 익어갑니다.
잘 익은 양꼬치 하나 걷어 올립니다.
양꼬치집은 어색한 사람들과 오면 좋을 거 같아요.
서로 각자의 양 꼬치를 정성껏 굽다보면 딱히 말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억지로 주제거리를 꺼내는 고생을 덜해도 됩니다.
맛있는거 앞에선 말이 필요없죠.
제가 즈란을 좋아해서 즈란반 양념가루 반입니다.
양고기 한 점
한니발 렉터처럼 양들을 침묵 시켜봅니다...
그릇에 '숯불 돼지갈비&왕냉면' 써있는거 보면 사장님이 집기들을 중고로 값싸게 사신 모양
이 집기들은 양고기를 받치는 운명을 꿈에나 생각해봤을까...
양고기만 먹으면 섭하니까 시킨 탕수육.
사실 건두부 볶음이나 지삼선 같은 채소류를 시키려고 했는데
생채와 건두부무침이 기본찬으로 제공돼서 고기류를 하나 더 주문했어요.
고기만 먹기 심심해서 고기를 더하는 육(肉)감적 발상
헬창에게 단백질(?) 친구들은 마냥 예뻐보이네요.
여기 탕수육은 기본에 충실한 맛이에요.
궈바로우 처럼 보이는데 아니고 탕수육입니다.
묽은 전분에 넙적한 면적의 고기를 묻혀 튀겨낸 스타일.
바삭한데 엄청 빠삭한 느낌은 아니고 적당히 바삭 폭신의 느낌.
나름의 매력이 있더군요.
특히 이 소스가 제 취향저격.
케찹이나 다른 향들이 들어가지 않았고 설탕과 물엿의 단맛과 상큼한 식초맛이 강조된 당초육 소스.
(심플한 걸 좋아합니다. 삶도 복잡한 데 먹는거라도 심플하게... )
둘이 먹기엔 다소 많은 양입니다만 다 먹었습니다 후후…
기름과 단백질이 다량 들어가다보니 맥주가 부담스러워집니다.
맥주보단 독주가 땡기네 라며
슬슬 밑밥을 깔아봅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백주 주문… 연태고양
좋은 빌드업이었다…
확실히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에는 고량주가 잘 어울리더라고요.
마시고 먹고 마시고 먹고 물리지 않게 잘 먹고 왔습니다.
군자동 작은 상권에 은근히 다양한 음식점이 포진해있습니다.
점점 상권도 넓어지는 추세인거 같고요.
아직 양꼬치 전문점은 두 군데 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중 호재래는 제법 구력도 있고 단골들도 많은 곳이라
중국 로컬과 군자 로컬의 느낌을 고루 느껴볼 수 있는 곳입니다.
상호처럼 또 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
군자에서 양꼬치가 땡긴다면 호재래 양꼬치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저도 하얼빈이 칭따오보다 좋더라구여 양꼬치집가면 지삼선이랑 토달볶음 꼭 시키는데 요기는 지삼선은 메뉴에 안보이는군여
저도 지삼선 거의 무조건 시키는 편인데 이날은 시키지 못했네요 ㅎㅎㅎ 지삼선이라는 표현 대신 한국 말로 풀어서 [감자, 가지, 피망]으로 메뉴에 올려두셨어요 ㅋㅋㅋ
오 숯이 아주 좋아보이네요ㅎㅎ. 마늘은 걍 껍질도 안깐 마늘을 주는게 특이하군요ㅎㅎ;;
숯이 좋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숯을 해오셔요. 안 깐 마늘을 다 먹은 양꼬치 꼬챙이에 직접 끼워 구워먹는 스타일입니다. 요게 아주 꿀 맛이에요.ㅎㅎ
접시 마다 써 있는글 다 다름 ㅎㅎ
접시마다 어디서 온 건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더라고요 ㅎㅎㅎ
연태고량주 좋아하는데 첨 먹어봤을 때 향이 확 올라오는게 너무 좋더라구요
연태가 순하게 넘어가는 맛과 향긋함으로 백주 대중화를 시켰죠. 요즘엔 연태같은 부드러운 백주들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ㅎㅎㅎ
와,.. 노주탄도 파는군요! 우선 기본반찬에 건두부오이무침이 쥑이네요^^ 군자가면 가봐야겠습니다. 후기 감사해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한 번 다녀오셔서 리뷰해주세요 ㅎㅎ
크~ 양꼬치 먹은지 오래됐는데 땡기네요 ㅠ
언제 먹어도 맛있는 맛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