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늙다리 586(국민학교,교련,전대갈 세대)들에게 일본은 증오와 신비라는 극단적 세계였다. 남한의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이웃나라들을 모두 악당으로 학습해야 했는데 이런 식이었다. 쳐부수자,북괴놈들! 철천지 원수 일본놈들! 죽의 장막 중공 떼넘들! 자아가 완성되기도 전에 이웃을 증오하게 만드는 게 좋을리 없지만 그때는 아버지가 카빈총을 집에 들고 오고(공이는 없었겠지..다혈질 울 아부지 손에...:::)집 뒤 방공호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았던, 스위스 저리 가라 시기였으니 그럴만도.
그런데 정부 홍보방송과 잡지는 또 한편으로 우방으로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70년대 애니메이션 대부분이 일본산이라서 물뽕에 중독되듯 일본문화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 거 아님,국산이야,라고 대놓고 사기치던 방송국 놈들의 잔꾀를 나같은 깨시민?들이 조금씩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사기극의 열쇠는 애니 주인공들의 의식주와 태도들이었다. 마징가 제트의 남캐 여캐들의 복장과 무기가 말이 안된다. 쇠돌이(가부토코지)의 구렛나루와 바람머리가 말이 돼? 바리깡으로 까까머리거나 상고머리였던 우리들은 뭔데?
게다가 유교 원리주의 국가에서 아프로다이A는 가슴 미사일을 쏘고 있다..!! 이때 이걸 보고 난 충격에 빠져 그날 저녁 밥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다.
탐정처럼 방송국의 음모를 파헤치던 나에게 확신을 준 것은 국산 극장판들이었다. 총천연색 시네마코프 국뽕 태권도와 고춧가루가 등장하는 태권브이와 날아라 거북선호는 왜 문화방송과 동양방송엔 없는 걸까? 마징가는 영어인가,한국어인가?
그러나 시골 촌구석에서 나름 합리적 의심만하고 있었을 뿐 결정적 증거는 찾지못했다. 시간은 흘러 전두환 소장님과 함께 우리도진급하여 중학생이 되었다.
그리고 운명의 중3 여름방학. 사스가 ㅅㅅ로 버무려진 닛뽄 망가잡지를 보게 되는데....(계속)
한국어맞냐?
한국어맞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