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걸 쓴거지
협곡에서의 전투에 임하는 타릭의 눈빛은 어쩐지 평소같지 않았다. 포탑을 앞에 둔 전투의 순간에도 어쩐지 그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는것 같았다. 소환사의 역량탓이었긴 했으련만 그 때문이었을까. 평소보다도 실수가 잦았고 그 때문에 적과의 중요한 접전에서 패배하여 팀의 패전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형!!"
타릭은 놀라는 기색 없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화가 잔뜩 섞인 카랑하게 높은 톤의 미성.
"...도대체 요즘 왜 그래? 접전 때 정신을 어디다 파는거야 정말?"
이즈리얼. 그래, 이 시건방진 꼬마녀석 때문이었지... 타릭은 양 미간이 찌푸려진 채로 지긋이 눈을 감았다.
이즈가 부쩍 버르장머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느낀 것은 제법 오랜 일이었다. 처음엔 어린애 앙탈 정도로 여길법한 가벼운 것들이었고 잠자리에서 깐족거리는 것도 귀엽게 봐줄만 했다. 그러나 녀석은 어느시점부터 도를 넘어서고있었다.
"...도대체 왜 풀숲에 와드가 하나도 없는거야?? 시야석은 장식으로 들고다니는 거야? 와드가 없으니까 시야가 확보 안되고, 시야가 확보 안되니까 가운데 공격로에서 기습해오는걸 막을 수가 없는거아냐?"
그날의 리그 내내 이즈는 서포터 포지션에 있는 타릭의 경기 운영을 비난하였다. 단순히 툭툭 던지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내는 짜증이었다. 풀숲에 있던 와드가 사라진 것은 아주 조금전, 게다가 상대는 적 공격로 쪽을 타고왔기때문에 와드로 시야를 채 확보하기도 전에 손도 쓰지 못하고 당한 것. 누구 탓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분명 아니었다. 이즈리얼이 그것을 모를리가 없었다. 타릭을 만만하게 보고 트집을 잡는것이 틀림없었다.
"....타아아아아 리이이이익!!!! 블리츠크랭크가 날 끌고가게 두면 어떡해? 내 앞에서 탱을 해줘야할 것 아냐?"
블리츠크랭크의 그랩 스킬에 이즈리얼이 끌려가버렸다. 그렇지만 전적으로 이즈의 소환사 잘못이었다. 상대가 잘못 던진 그랩의 방향으로 이즈는 비전이동을 써서 자발적으로 걸려들어 버린것이다. 바로 옆에있던 타릭이 손을 쓸 수도 없었다. 그것을 타릭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심지어 형이라는 호칭도 빼먹고 타릭을 이름으로 부르며 비난하였다. 그야말로 건방의 극치...
"....이거봐, 지금도 내 말은 조금도 듣고있지 않잖아. 제발 리그 때는 정신 좀 차리라고. 이래서야 너랑 같은 게임을 할 수가 없잖아?"
회상하고 있는 타릭의 귓가에 이즈의 툭툭대는 시건방진 말소리가 들려왔다. 너...너라고... 그 말을 던진 이즈는 신경질적으로 타릭의 갑옷을 툭 치고 지나갔다. 타릭은 관자놀이에 힘이 평소 이상으로 강하게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버르장머리 없는 수캐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군요."
바에서 만난 트위스티드페이트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오른손으로 카드를 놀리며 타릭에게 말했다. 그는 앞에 놓인 빌지워터 산 진 한잔을 가볍게 들이켰다.
"주인을 못 알아보는 수캐는 교육이 필요한 법. 제가 주제넘게 나대는 늙은 수캐 하나를 철저하게 훈육시키는데 썼던 몇 가지 방법을 알려드립죠. 보석의 기사 씨."
트위스티드페이트는 모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한쪽 눈을 찡긋 하며 타릭에게 검지손가락을 흔들어보였다.
소환사의 소환이 끝나고 이즈리얼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이즈는 땀에 흠뻑 젖어버린 고글을 벗어 잡동사니들로 가득찬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피로에 찌든 몸을 한 것 늘어지게 기지개를 펴고는 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 요즘은 좀 처럼 이기기가 힘들다니까... 이상한 말, 이상한 짓을 하는 소환사 녀석들도 많지만 말이지..."
이즈는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대충 던지듯이 걸쳐놓았다.
"...역시 그 멍청한 갑옷쟁이 때문이야. 요 며칠 계속 리그 때 마다 얼빠진 표정을 해가지고서는... 보석쟁이 바보 형 같으니..."
이즈는 툴툴대며 방에서 나섰다. 그러나 욕실로 향하려는 그의 후두부를 갑자기 무언가가 강타하였다. 이즈는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고꾸라져버렸다. 쓰러진 그의 발치에 선 타릭은 무언가 빛나는 보석 같은 것을 손에 들고있었다. 타릭은 보석을 거두고 바닥에 널부러진 이즈를 두 손으로 들어안았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이즈의 귓가에 나지막히 속삭였다.
"...훈육시간이다, 버릇없는 멍멍아."
아 니만 봐
https://www.youtube.com/watch?v=YzDl0I0dwEA
네 주인님
아 니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