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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gerstätte, 라거슈타트는 청소년 고생물 단체 Pinbengers의 새로운 이름으로 특정 주기마다 고생물 주제 글, 고생물 소식, 특집 장문 글을 작성하는 단체이며 네이버 카페 PIN, 쥬라기공원: B구역, 밴드 Tracking olds, 페이스북 Pinbengers 페이지에서 운영됩니다.
펭-하! 2019년 하반기 국내 최고의 인기스타를 뽑자면 많은 사람들이 단연 펭수를 뽑을 것입니다. 펭수라는 캐릭터는 특유의 캐릭터성 말고도 펭귄을 본떠 만든 귀여운 디자인으로도 인기가 많은데요, 이는 펭귄 자체가 작고 귀여운 동물로 인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펭귄은 가장 큰 황제펭귄이 1.2m 정도로 새 중에서 작은 편은 아니지만 주요 비교대상이 인간을 비롯한 육상동물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BS 캐릭터 펭수의 인사
https://news.joins.com/article/23615697
현대의 펭귄은 대부분 작은 조류로 인식되어 사람들은 커다란 펭귄인 펭수를 가상의 펭귄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과거의 펭귄들 중에선 거대한 펭귄이 없었을까요? 과거의 펭귄들 중에는 황새처럼 긴 주둥이를 가진 펭귄이 있는 반면, 위의 펭수만큼 커다란 펭귄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대 펭귄들의 특징과 진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구 역사상 물고기와 연체동물이라는 매력적인 먹이를 위해 물속으로 뛰어든 새들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새들은 여기에 더 나아가 아예 잠수를 하며 먹이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펭귄도 속하는데요, 펭귄들은 다른 잠수하는 새들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고, 실제로도 차이점이 많습니다.
잠수하는 펭귄
https://wallpapersafari.com/diving-penguins-wallpapers/
다른 잠수조류와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은 물속에서 추진력을 얻는 방법입니다. 다른 잠수성 조류들, 이를테면 가마우지나 흰죽지 등은 물속에선 오로지 발의 힘에 의존합니다. 케이프가넷은 물갈퀴가 달린 발과 길고 튼튼한 날개를 같이 사용하죠. 반면 펭귄은 물속에서 짧고 뻣뻣한 날개의 힘에만 의존합니다. 펭귄의 날개는 다른 새들에 비해 짧으며 지느러미 형태입니다. 더불어 날개뼈가 넓적한 구조이며 뼈가 단단히 융합되어 있어 물을 밀어내기 수월합니다. 더불어 이 튼튼한 날개는 도둑갈매기같은 천적에 대항하는 둔기로도 쓰입니다. 또한 비행을 위한 깃털은 모두 퇴화되었으며 짧은 깃털이 온 몸을 빽빽하게 덮고 있어 물에 젖거나 얼지 않습니다. 높은 골밀도 또한 잠수를 도와주는 펭귄의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펭귄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독특한 특징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주요종들의 특징을 짚으며 펭귄의 진화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펭귄의 분기도
https://fossilpenguins.wordpress.com/2019/09/18/penguin-genomes-unveiled/
먼저 분기도상에서 펭귄이 어디에 위치한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펭귄은 새 중에서 네오아베스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물새들로 구성된 수조류에 속합니다. 펭귄은 수조류 중에서도 펭귄목에 속하며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는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2014년에 시행된 유전자 분석 결과 오늘날 날지 못하는 펭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아이러니하게도 효율적인 비행법으로 유명한 알바트로스가 속한 슴새목입니다. 약 6000만년 전에 공통조상에서 분화된 이들은 현재까지도 식성이나 비강의 구조 등 공통점을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와이마누의 복원도
https://en.wikipedia.org/wiki/Waimanu
펭귄의 기원은 중기 팔레오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직까지는 백악기 펭귄 화석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백악기의 수생조류가 K-pg 멸종 이후 비행능력을 잃고 펭귄이 되었다고 추정됩니다. 뉴질랜드의 그린스톤층에서 발견된 몇 종의 펭귄들이 이들이 팔레오세부터 출현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중 와이마누 만네링히(Waimanu manneringi)는 가장 오래된 펭귄으로 여겨집니다. 키 1.2m의 와이마누는 긴 목과 부리가 있고 날개도 커서 가마우지를 연상시키지만 벌써부터 '펭귄'이라 불릴 만한 특징들을 여럿 갖추고 있습니다. 이미 펭귄처럼 지느러미형 날개와 높은 골밀도를 가져 비행은 불가능했으며 대퇴골 역시 발로 추진력을 얻는 잠수조류들과는 다르게 생겼기에 와이마누는 현생 펭귄처럼 강한 날개로 물을 저어 헤엄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안트로포르니스의 복원도
https://www.deviantart.com/acrosaurotaurus/art/Anthropornis-nordenskjoeldi-677109619
에오세가 되자 펭귄들은 남반구 대부분으로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펭귄의 본고장이라 여겨지는 남극에 펭귄이 살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 죠. 남극 시무어섬에는 키 1.8m에 달하는 안트로포르니스(Anthropornis)가, 페루에는 페루딥테스(Perudyptes)가 서식했음이 확인되어 이들의 서식지가 보다 넓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카이루쿠의 복원도 https://www.sciencephoto.com/media/955607/view/kairuku-waitaki-extinct-penguin-illustration
다양한 장소로 진출한 만큼 특이한 외형의 펭귄들도 많은데 대표적인 종이 카이루쿠(Kairuku)입니다. 카이루쿠는 2007년 뉴질랜드에서 전신 골격이 발견된 종으로 약 2500만년 전 올리고세에 살았습니다. 게임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에도 등장한 바가 있는 친구이죠. 현존하는 가장 큰 펭귄인 황제펭귄보다 약간 큰 1.3m의 키를 가지고 있으며 좁은 가슴과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지느러미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곧고 좁은 부리와 긴 목을 가지고 있어 마치 오늘날의 황새를 연상시키는데, 이러한 특징들은 모두 물고기를 잡아먹기에 특화된 형태입니다.
인카야쿠의 복원도
https://alchetron.com/Inkayacu
앞서 설명했듯 펭귄의 중요한 특징들은 이미 와이마누 단계에서 갖추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영에 적응된 특수한 깃털은 좀 더 늦게 갖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깃털이 발견된 펭귄도 있는데, 바로 인카야쿠(Inkayacu)입니다. 인카야쿠는 2010년에 페루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 친구에게서 가장 특이했던 점은 펭귄치고 좀 이상한 색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맨 왼쪽에서 아래로 두번째, 인카야쿠의 색이 발견된 부위. 위의 복원도의 색은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색채이다.
https://www.deviantart.com/albertonykus/art/In-Living-Color-Maybe-613196380
보통 펭귄들은 흰 배에 검은 등을 가지지만 과학자들은 이 펭귄의 화석의 왼쪽 전완골(손목에서 팔꿈치까지의 뼈)에서 한 뭉텅이의 화석화된 깃털을 발견했습니다.이후 멜라노좀 분석을 이용해 인카야쿠의 색을 추정해 보았는데 회색과 적갈색 깃털들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특이하게도 인카야쿠의 깃털 멜라노좀들이 현대 펭귄들보다는 밀도가 낮았습니다. 높은 밀도의 멜라노좀은 깃털의 경직도, 즉 내구도를 높여줍니다. 오늘날의 바닷새들도 이 때문에 검정색 비행깃을 가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쨌든 인카야쿠가 매우 특이한 종류의 펭귄이란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상위 계통일수록 깃털의 멜라노좀 밀도가 높아진다는 증거도 되었습니다.
팔레에우딥테스의 화석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let.12366
그렇다면 깃털의 밀도는 어땠을까요? 오늘날의 펭귄은 짧은 깃털이 상당히 빽빽하게 나 있습니다. 덕분에 방수와 보온 기능을 확실하게 해 주는데, 고대 펭귄의 피부를 통해 깃털의 밀도를 추정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가 발견된 이 펭귄의 이름은 팔레에우딥테스(Palaeeudyptes)입니다. 이 펭귄 중 P. klekowskii 종은 지상에서 선 키가 2m 정도로 거대하여 지구상에서 가장 큰 펭귄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팔레에우딥테스의 날개 피부가 화석으로 발견되었는데 입체 현미경을 통해 분석한 결과 현재의 황제펭귄보다는 깃털의 밀도가 낮았다고 합니다.
에오세와 올리고세 사이의 남극대륙
https://rockyrexscience.blogspot.com/2018/10/climate-change-glaciation-in-antarctica.html?m=0
펭귄은 '남극의 신사'라 합니다. 모든 펭귄이 남극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남극의 존재는 펭귄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남극 대륙은 에오세에 현재의 일조량이 적은 '남극'에 놓이게 되었고, 점차 지금같은 얼음 대륙으로 변모했습니다. 얼어붙은 남극 주위로 차가운 바닷물이 순환하게 됐는데, 이 한류가 저위도 지방으로 흘러가 용승류를 일으켰습니다. 용승류는 해저를 흐르던 차가운 바닷물이 지형적 이유로 위로 치솟는 현상입니다. 이 때 해저에 가라앉아 있던 유기물과 무기물이 같이 솟구치고, 아울러 차가운 바닷물은 용존산소량이 크기 때문에 용승류 주변에는 비옥한 생태계가 형성됩니다. 오늘날 열대지방에 사는 펭귄들도 남극의 은총을 누리는 셈인데, 이들의 서식지가 바로 용승류에 의해 만들어진 황금어장이기 때문입니다.
파키딥테스의 복원도
https://www.etsy.com/market/pachydyptes
오늘날 가장 큰 펭귄인 황제펭귄은 남극 대륙에서 삽니다. 팔레에우딥테스같은 거대한 펭귄이 등장한 이유도 얼핏 보면 베르그만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해 보입니다. 베르그만의 법칙은 '추운 곳에 살 수록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몸집이 크다' 라고 설명합니다. 늑대나 호랑이 등이 이 법칙을 따르지만 여러 조건이나 변수로 인해 베르그만의 법칙이 늘 맞지는 않습니다. 일례로 털매머드는 희소한 먹이자원 등의 이유로 오늘날의 아프리카코끼리보다 작았습니다. 실제로 거대 펭귄들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는 잘 발견되지 않고 무게 80kg에 달하는 파키딥테스(Pachydyptes)는 (당시) 따뜻한 뉴질랜드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베르그만의 법칙으로는 이들의 거대화를 설명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자이언트 펭귄'들은 어떻게 거구가 되었을까요? 일반적으로 새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먹이가 풍부할 때 일부 종이 덩치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트로포르니스, 팔레에우딥테스, 인카야쿠 등 에오세의 큰 펭귄은 뉴질랜드를 비롯한 비교적 고위도 지역에서 살았고, 당시 그 지역 수온은 섭씨 25도였습니다. 하지만 용승류 덕분에 제공되는 풍부한 영양, 즉 충분한 먹이(어류와 두족류)가 당시 펭귄들이 거대하게 성장하는 데 기여한 듯합니다.
마젤란펭귄의 모습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C%A0%A4%EB%9E%80%ED%8E%AD%EA%B7%84
하지만 지속적으로 바다의 기온은 내려갔고 따뜻한 곳에 살던 거대 펭귄들은 점차 사라져갔습니다. 또한 고래류가 번성하며 먹이자원이 감소했고, 살아남은 작은 펭귄들 앞에도 물범, 범고래, 도둑갈매기 등 천적들이 나타났습니다. 옛날 같았으면 큰 덩치로 방어했겠지만 이미 자이언트 펭귄들은 멸종해버린 뒤였습니다. 펭귄은 더이상 남극의 유일한 지배자는 아니게 되었죠. 이후 마이오세 초중기까지 화석 흔적이 없다가 마이오세 후기 마젤란펭귄, 훔볼트펭귄 등이 속한 현생 속인 스페니스쿠스(Spheniscus)가 등장하고 플라이스토세를 기점으로 다시 다양성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극에서 뒤뚱거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펭귄들이 번성한 시기죠.
현재 펭귄은 날지 못하는 새임에도 인기는 날아다니는 새에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지속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펭귄의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 중입니다. 대중들 역시 펭귄의 귀여움에만 집중하는 성향이 커, 이들의 위기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펭수의 일족으로 추정되는 자이언트 펭귄들은 멸종했지만 펭수는 극지의 친구들이 또 다시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겠죠.
공룡 멸종 이후부터 꾸준하게 바다를 헤엄치는 멋진 새 펭귄, 이들이 지구상에서 일찍 사라지지 않도록 이들에 대해 더 알아가고, 나아가 남극 생태계 모두를 위해 노력해주시면 합니다. 여러분 모두 펭-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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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doi.org/10.1111/let.12366
https://doi.org/10.1016/j.geobios.2014.03.003
https://fossilpenguins.wordpress.com/2010/01/30/waimanu-the-first-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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