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림의 하루는 평화롭다.
이런 쬐끄마한 땅에 평화롭지 않게 만들만한 소요가 일어날리가 없으니까.
솔직히 제국군은 뭐가 아쉽다고 이런 며칠 밤낮 달리면 횡단 가능한 촌동네를 안 잃으려고 발악인지 모르겠다.
스카이림은 노르드의 것인데 소인배인 임페리얼 찌꺼기들은 노르드만의 작은 땅마저 양보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양보의 개념이 엘프에겐 적용되지 않으니까 다행이지.
오늘도 나는 스노우엘프와 드웨머의 비극적인 멸종을 통해 정신적 위안을 얻는다.
이제 다른 엘프들도 멸종하면 좋을텐데.
물론 수인들도.
오늘은 한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아 팔크리스. 코를 찌르는 상쾌한 나무냄새가 바람을 타고 흘러오는 곳.
델빈의 아량만큼이나 좁아 터져서 쓸데없이 밀집되고 복잡한 마을.
겉보기에는 독자들의 동정이 따여질 가능성만큼이나 평화로워보이는 곳이지만
근처에는 나 암살단이요하고 광고하는 듯한 문이 달린 암살자들의 비밀기지가 있고
술마시면 참으로 매력적인 해그레이븐의 소굴과 술 안마셔도 매력적인 스프리건의 둥지가 있는 등
주변에 산재하는 수많은 위험으로 가득한 마을이다.
이게 전부다 영주가 머리에 엑박 패드를 얹고 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그 팔크리스의 무덤가에는 루닐이라는 아케이 사제가 살고 있다.
그는 알트머 종족이자 마법사이니 첫 만남부터 죽여야할 이유가 넘쳐나지만
도바킨의 참으로 놀라운 경지에 다다른 인내심으로 살생을 면할 수 있었다.
아무리 알트머라 하더라도 좀 더 중한 이유가 없는한 죽일수는 없다.
지금은 내 주머니에 남는 블랙 소울젬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카짓은 다르다.
그들은 늘 자신을 죽여달라는 행동을 하고 다닌다.
카짓이 두 발로 서있는 모습을 자주 보지 않는가?
그것은 자신을 죽여달라고 적극적으로 애청하는 카짓만의 관용 표현인 것이다.
내 말을 믿으라. 거짓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종족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바킨은 그런 작은 신호조차 놓치지 않는다.
저 루닐이라는 사제는 처음보는 이방인인 나에게 아주 사적인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이게 이상하게 보인다면 당신은 스카이림에 온지 며칠 되지 않은 것이다.
이 곳에선 모든 사람들이 개인사를 쉽사리 털어놓으며 낯선 이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아무튼 그는 자기가 잃어버린 일지를 어느 동굴에서 가져와달라고 부탁하지 뭔가.
광대의 러브돌을 아내로 둔 시디스 맙소사 대체 어떻게 저런 곳에서 일지를 잃어버릴 수 있는거지.
어떤 머저리가 보라빛 광선이 뿜어져나오고 시체가 널부러진 동굴로 들어가서 책을 사뿐이 두고 나온단 말인가.
알트머들은 존나게 오만하고 띠꺼운 나머지
머리카락과 함께 두뇌 세포도 그들의 머리에서 달아나고야 말았다.
아무튼 그의 일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가 내게 이런 의뢰를 했다는 사실은 내가 그의 일지를 읽어도 된다는 허락이나 다름 없다.
늘 명심하라. 하지 말라고 하지 않은 것은 무조건 해도 되는 것이다.
그 논리가 나의 칼과 단검을 자유케했고 수많은 영혼도 탐리엘에서 자유케 했다.
............
오 탈로스의 아주 매력적인 왼쪽 궁둥짝이시여!
루닐이 과거에 탈모어에 속한 마법사였다니!
역시 알트머는 모두 잠재적 탈모어였구나. 내가 처음 느낀 살인충동도 정당한 것이었다니 놀랍다.
탈모어가 잘못된 것을 느끼고 탈퇴하여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준 시골 마을에 정착중이라고?
어림도 없는소리. 한번 지은 죄는 소울케언에서야 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대전쟁에서 인간들을 학살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
마침 블랙 소울젬을 얻었으니 그의 운명도 결정되었다.
.....잠깐만.
어느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울리는 천둥과 같으면서도 아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아버지와 같은 자애로운 목소리.
파써낙스의 목소리가.
"선하게 태어나는 것, 혹은 악한 본성을 위대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 무엇이 더 훌륭한가?"
오 위대한 늙은 용 파써낙스.
그의 영혼이 아직도 내 안에서 살아 속삭이고 있다.
그대의 가르침은 카짓 가죽만큼이나 질기구려.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니.
그래. 그대의 충고는 늘 내 앞길에 큰 도움이 되었지.
그대는 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소이다.
딱 한번만 빼고.
고귀한 그대의 드래곤 영혼이 고작 하나뿐이라는걸 알게된 순간은 솔직히 좀 실망이었소.
아무튼 아낌없이 주는 파써낙스여
그대의 유언은 지금 이 상황에서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소이다.
그런데 좀 일찍 말하시지 그랬소.
내가 루닐을 죽여버리기 전에 말이지.
나의 손은 내 생각보다 빠르며
내가 검을 뽑는 속도는 양심의 속삭임을 무시하고
소울트랩은 스키버 용두질보다도 빠르다.
나의 소중한 데이드릭 검은 남의 입에서 나오는 열 단어 이상의 말을 견디지 못하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거든.
스카이림은 언어와 교양의 땅이 아닌 피와 검의 땅이다.
혀를 놀리는 것보다도 검이 느리게 움직인다면 그가 향하는 길은 얼마 안가 막다른 길이 되리라.
물론 카짓이 걷는 모든 길은 전부다 막다른 길이다.
스카이림에는 오랜 예언이 하나 있다.
하나는 도바킨 안에, 하나는 그의 주머니 안에.
이 수수께끼에 대한 정답은 "전범"이다.
오늘도 스카이림의 하루는 평화롭다.
이거 깐혐이야
걸어다니는 소울트랩 드래곤도 얄짤없지 근데 뭐? 파써낙스가 안에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