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때 연대 전술훈련 평가가 있었는데
우리가 배치된 산 아래에 작은 구멍가게가 있었음.
해가 넘어갈락말락하는 시점에 부소대장으로부터 명령이 내려옴.
구멍가게 가서 소주랑 과자 좀 사 오라고...
그래서 우리 분대가 가게 됐는데
막상 가게에 도착하니 앞에 적 연대장 차량이 있음.
평범한 놈들 같으면 당연히 숨어서 기다리거나
그냥 빠꾸하거나 했을 텐데
문제는 우리 분대장이 그냥 비범한 놈이 아니었다는 거지.
우리가 어버버 하는 사이에 가게로 들어가 적 연대장 체포를 시도함.
나중에 듣기로는 그냥 경례하고 총 겨누면서
"연대장님, 수고하십니다. 체포하겠습니다."라 했다고 하더라.
정말 ㅁㅊㄴ인 듯.
당연히 적 연대장은 길길이 날뛰고
우리 모두 ↗됐다를 되뇌이며 온갖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가던 우리 연대장이 그 장면을 보고 차를 세웠는데
천만다행으로 우리 연대장이 적 연대장보다 선배였다.
우리의 분대 전원 영창(예정)이 분대 전원 포상휴가로 바뀜.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긴 했는데
내 인생에서 심장건강이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이었다.
왜 잡았는데 영창이지 가게에 와서 그런가 훈련중에
비범하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