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월 11일, 아직 아무도 코로나 사태를 예상하지 못하던 무렵, 니코동에 35초짜리 짧은 영상이 하나 올라오는데......
그냥 야마가타 사과 잔뜩 먹으라는 가사를 두 번 반복할 뿐인 이 영상이 사람들 눈에 띄어서 주목을 받음.
이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두 번째 반복 때 파란 배경을 써서 소재로 사용하기 쉽게 만든 것인데, 이게 전설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어쨌든 이 영상이 주목을 받아서 반주를 넣어본다든가, 슈퍼마켓 음원처럼 만든다든가 간단한 파생 영상들이 올라옴.
하지만 딱 그 정도. 거기서 끝날 밈처럼 보였는데 뭔가 계시라도 내려온 것처럼 2월 24일에 하나의 영상 패러디 영상이 올라오는데
우타다 히카루 Traveling을 써서 인력 보컬로이드로 부르게 만든 이 영상이 기폭제가 됨.
이 영상의 특징이라면 뒷부분에 오리지널 파트를 넣었는데, 이게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는지 이 뒤에 올라오는 영상은 슬슬 원본에서 벗어나기 시작함.
이 영상이 올라오고 4일만인 28일 안에만 파생 영상이 4개가 올라오는 등, 본격적으로 붐에 불이 붙을 무렵, 여기에 하나의 기적이 더해지는데
다름아닌 AI에 기반해서 보컬로이드 조교 부담을 덜어주는 NEUTRINO의 등장임. 이것 때문에 새로 파생 영상을 만드는 난이도가 훅 떨어짐.
그 뒤 3월 1일에 원래 타베룽고 노래 작가가 츠지노 아카리 홍보 영상을 올리고
우타다 히카루로 한 방 크게 먹인 제작자도 신작을 올리는데
이 뒤로는 진짜 겉잡을 수 없을만큼 많은 영상이 올라오며 그야말로 타베룽고 붐이 일어나게 됨. 보면 알겠지만
하루에 많으면 40개도 올라옴. 당연히 아이마스 계열 랭킹도 완전히 점령해서 당장 3월 2주차 주간 아이마스 랭킹을 보면, 상위권 영상 중 96.67%를 타베룽고 파생 영상이 먹음. 보컬로이드 쪽 랭킹도 점령당해서 그쪽 팬덤은 불만도 좀 있었던 모양.
이 타베룽고 붐은 여태까지 니코동에서 유행했던 밈이란 밈은 거의 죄다 써먹겠다는 기세로 각종 재료를 소재로 써먹는데, 오래된 소재로는 파헬벨 캐논부터 시작해서
최신 소재인 리아무 솔로곡까지
다 써먹음.
특히 니코니코 조곡으로 대표되는 전성기 시절 영상을 기반으로 한 파생영상이 많이 생산되서 니코니코 노인회, 니코니코 주마등이나 니코니코 르네상스 소리도 나옴.
이런식으로 일이 커지다보니 3월 20일 즈음 해서 이 붐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츠지노 아카리를 밀던 아카리P가 올린 니코니코 조곡 개사 영상이 발굴되기도 함.
게다가 보이스 총선 얼마 안 남기도 했으니 이 붐은 꺼질 기세를 보이지 않고 보총 끝나는 날까지 수도 없이 많은 아카리 홍보와 투표 독려 영상을 양산함. MUGEN도 진출해서 MAD무비 수만큼 강해지는 여자 소리도 들음.
타베룽고 붐이 이렇게 커지게 된 요인에는 몇가지가 있는데.
1. 귀엽게 잘 뽑힌 SD 디자인
2. 처음 영상에서 푸른 배경을 써서 소재를 사용하기 쉽게 만든 점. 특히 이 점을 많은 파생영상이 이어받아서 뭔가 새로운 표정이라든가 하튼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다 하면 소재 배포가 되고, 이게 새로운 영상 재료가 되니 소재가 점점 늘어나서 영상이 풍부해짐. 게다가 사용한 소재 출처를 남겨두는 기능도 있어서 소재가 잘 퍼짐.
3. AI NEUTRINO 도호쿠 키리탄의 도입으로 초보자도 쉽게 참여 가능해짐. 많은 영상이 이 NEUTRINO 기반이거나 인력 보컬로이드 기반임. 인력 보컬로이드 쪽도 제작법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초보자 진입 문턱을 많이 낮춤. 이것 때문에 농담삼아 츠지노 아카리 CV가 도호쿠 키리탄 CV인 아카네야 히미카 되는 거 아니냐 얘기도 나옴
4. 뒤에 동기들 한테 묻혀서 그렇지, 만만치 않게 개성적인 츠지노 아카리의 속성이나 야마가타 사과란 요소. 예를 들면
1) 일본 사과 생산의 60%를 담당하는 아오모리 사과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품고 야마가타 사과가 3위란 얘기를 하는데, 2018년 발표부터 야마가타 사과가 4위로 떨어짐.
2) 야마가타 체리는 또 아이러니하게도 아오모리 사과급으로 일본 내 체리 생산에 기여함.
3) 아버지가 만든 마스코트 링고로 가지고 한탕 벌어먹으려는 속물적인 심보
4) 그 와중에 본인은 링고로에 대해 딱히 큰 기대는 안 하고 진짜 비즈니스적 관계처럼 보이는 언행 (이녀석 이라든가, 있어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없어도 좀 그렇고라든가, 던져도 마음 아프지 않은 디자인이라든가)
5) 은근히 개성 넘치는 표정.
6) 처음 나왔을 때부터 주목받은 "응고"
7) 하는 대사들이 은근이 운율을 맞춰서 가사로 써먹기 좋다는 점.
5. 추측컨대, 코로나 때문에 집에 갇혀서 할 거 없던 사람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졌다고 보면 됨. 실제로 파생 영상 중에서는 츠지노 아카리의 비중 자체는 거의 없다시피한 영상도 있고 진짜 사과에만 주목한
이런 영상도 없는 것은 아닌데, 많은 영상에서 츠지노 아카리 이름을 각인시키고 해서 무사히 보이스 총선 쪽으로 이어져서 1위를 먹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음. 게다가 아카리 말고 다른 아이돌 등장했다 하면 대체로 아키라 리아무고, 실제로도 그 둘이 간간히 등장해서 그쪽 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음. 리아무 같은 경우는 자체 화력이 오히려 거꾸로 아카리 아키라쪽으로 흘러가는 방향이었을 것 같긴 한데, 아키라는 확실히 이게 플러스가 되었을 듯.
이 붐이 어느 정도 규모냐면, 지금 니코동에 츠지노 아카리 태그를 달고 있는 영상이 거의 2000개는 되는데 반해 동기인 아키라나 히사카와 자매는 300대고, 리아무는 500대 정도임. 이 2000이라는 수치는 대충 타카가키 카에데(2200개 쯤) 같은 전통 강호들에서 나오는 숫자고, 3000대는 거의 없다시피 함. 시부야 린이 3700대 정도.
그리고 총선거도 끝났고, 이 붐에 슬슬 마침표를 찍자는 듯이 엇그제인 26일에 처음 올라온 영상이 200만뷰를 찍음. 그렇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센 붐이어서 아직도 하루에 10개 정도는 올라옴.
하튼 요즘 계속 시간 때울 때 타베룽고 영상 보고 있다가 200만 뷰 찍은 김에 뭔가 우리나라에는 이게 잘 안 알려졌는지 아카리 1등 신기해 하는 사람 많던 거 기억나서 한 번 글 써봄. 앞으로도 아카리 포함해서 #유닛명모집중 잘 나갔으면 좋겠다.
코히나타 미호2
솔직히 이거 없었으면 아키라 보총 -> 아카리 특채 테크 탔을 가능성이 더 높았을지도. 만약의 이야기라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지만.
https://www.pixiv.net/users/1651312/artworks 그림체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이 사람이구나 SD그림체가 귀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