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떤 종교를 비판할 의도는 아니지만, 간혹 종교에서 설교할 때 "모든게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던데,
나는 일단 무종교다 보니 저런 얘기 들을 때마다 "스님/신부님/목사님, 사회는 각자가 내뱉은 말이나
저지른 행동에 대한 책임, 즉 "신뢰"를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모든 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면
그 책임은 어떻게 져야 합니까?" 라고 물어보고 싶더라. 혹여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하더라도,
이 책임감을 어떻게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궁금하고.
거듭 얘기하지만 어떤 종교를 비판할 의도가 아니라서 위의 물음도 비꼬기 위해서가 아니고,
정말로 저런 의문이 생기는데 무종교라 절이나 교회, 성당을 갈 일이 없어 물어볼 수 없다 보니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되는지 항상 궁금했음.
자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미련을 떨치라는 것이지 법정에서 자백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남을 미워해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랑 같은 맥락임
네, 진짜 법과 연결지어 생각하란 말이 아니란 정도는 아는데, 내탓이라 생각함으로서 오는 책임감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요
음. 저기서 말하는 '탓'은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괴로움에 대한 이야기임 '아 저새끼가 날 때린게 내가 못나서구나' 라고 생각하라는게 아니고 '아, 이제 쟤를 어찌할 방법도 없는데 내 미련 때문에 내가 괴롭구나.'를 인식하고 증오를 멈추란 것에 더 가까움.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다시 문제가 터지기 전 까진 굳이 되뇌이지 말고 마음의 평온함을 가지라는 의미로는 이해 하는데, 이 관점에서라도 상대가 바뀌지 않으니 같은 문제가 계속 일어나는 현상 그 자체는 남아있다는 문제가 남네요. 결국 번뇌를 떨쳐버리거나, 그렇게 못하겠으면 수라가 되어서 번뇌의 요인을 뿌리채 뽑거나, 수라가 되지도 못하겠다면 넘을 수 있는 벽을 하나 하나 넘어가라는 의미로 스스로 해석해왔고, 개인적으론 세번째, 벽을 넘어가는 선택지를 택하고 살아가는데... 아무래도 그게 지쳐서 이런 글을 쓰게 된 듯요. 어쨌든 내심 알고 있던 부분인데 생각을 정리해 볼 기회를 줘서 고맙습니다.
음...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조금 딴 얘기 하자면 니체는 막연한 도덕, 착한 일을 노예도덕으로 규정하고 '사랑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미워하라'라는 말을 남겼데 누군가를 용서하고 증오를 떨치는건 분명 영적으로 성숙한 모습이겠지만, 그게 스스로를 옥죈다면 (특히나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면) 나는 괴로움을 떨치는 것도 분명 긍정적인 면모라 생각해. 특히나 자기와 타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손해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자세한 사정은 모르고 충고할 입장도 아니지만 어떤 일이든 좋게 해결되기를 바랄게.
법으로 해결 가능하면 그걸 고소 안한 내탓임
ㅇㅇ 그럴 수도 있겠지. 근데 거듭 얘기하지만 내가 궁금한건 내 탓이라 여겼을 때 따라오는 부산물인 책임감을 어찌 해야 하느냐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