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돌이 하다보면 이놈의 시간은 왜이리 안가는지
폰질도 한두 시간이지 3시간이 넘어가면 아무생각이 안나기 시작하고
손님이 와도 인사만 반사적으로 할뿐 멍한 상태로 있는건 똑같다
그러다 한 여자 손님이 들어왔는데 그 분은 한 10분정도 물건을 고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손님을 남녀노소 차별없이 싫어하지만 손님이 있는 동안에는 서서 기다리는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기 때문에 물건 고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10분 동안 못 고르니
멍 때리더라도 의자에 앉아서 멍 때리고 싶었고 고작 10분 서있었는데 다리는 무슨 행군할 때보다 더 아프기 시작했다
손님이 나한테 약속 시간까지 시간 남아서 여기서 좀 기다려도 되겠냐면서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애초에 내가 수다쟁이기도 하고 아줌마나 아조씨들이나 내가 만만하게 생겼는지 나한테 이것저것 말을 건적은 많아서
30분 정도 손님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슬슬 가봐야한다면서 가려는데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우니 번호를 달라고 하신다
내가 가장 우려하던 상황인데
만날 생각은 거의 없는 사람과 번호를 교환하고 연락이 올 경우 의무적으로 답해주는건 단순 타이핑 이상의 스트레스기에
딱 잘라 거절을 하고 싶었으나
여태까지 대화 잘하다가 단칼에 거절을 어떻게해
연락오면 늦게 답하면서 서서히 연락을 끊어 가야겠다라는 맘으로 번호를 주고 실제로 연락이 오면 일부러 늦게 답했다
그러다 난 이제 완전히 잊고 일하는데 일주일 뒤에 그 손님이 다시 가게로 찾아 왔다
내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라
잠깐 물건 배달온 박스 밖에 놓으러가면서 욕을 크게는 못하고 나지막히 지르고
다시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손님의 첫마디는 원래 카톡 답장이 늦냐 였다
속이 뒤틀리며 원래 카톡 꺼놓는다고 머쓱타드하게 대답하게 되고
그 손님은 다음 주에 자신과 저녁에 만나자고 하는게 아닌가
이번엔 나도 공부해야 하니 평일에는 만나기 힘듭니다 라고 거절
얼마나 오래 걸리느냐라고 물으시고, 계획된 양은 있으나 딴 짓 할때가 많아 시간이 초과될 때가 많다고 재차 거절
계속 나한테 권유를 하시는데 평소 같았으면 최대한 싸가지 없게 거절하고 말걸
나한테 호의를 보이시니 매정한 말로는 거절하기 너무 어려웠다
원래 보통 이정도 말하면 알아서 물러나지 않나? 라고 생각하다
ㅅㅂ 생각해보니 나도 예전에 좋아하던 애한테 그러질 못했네 라는 생각을 하게되고
이 손님이 나한테 무슨 의도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하게 의사를 표하지 않으면 괴롭히는거나 다를게 없고(그리고 궁극적으로 나까지 곶통받게 되니)
권유는 감사하지만 시간이 안되니 죄송합니다. 라 말하고 어찌어찌 돌려보내게 됬다
내가 예전에 좋아하던 애는 내 머리속에서 트라우마 급인데
오랫만에 다시 생각나서 닭살이 돋고 이불이라도 있으면 뻥뻥차고 싶었다
지금은 없는데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대쉬한번하고 안된다 싶으면 바로 런해야지
라는 내용의 애니 추천해달라는거지?
편의점 보고 있어서 그런가 사람 좀 쉽게 보는 경향이 있긴 함. 저 정도면 존나 양호한거임. 난 아주 모녀가 쌍으로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