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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0414128
이전 글에서 설명한 죽은 자들의 군대의 유래.
이들은 펠렌노르 평원에서 원군으로 등장해 적군을 싹 밀어버려서 역전승을 거둔다.
영화판 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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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소설판에서는 어떻게 나오냐고?
소설에서, 미나스 티리스는 포위 전 로한, 그리고 곤도르의 각 영지에 원군을 요청함
비록 영화에서는 이 양반이 ㅄ이 되서 잘렸지만 말이지.
하지만 기껏 부른 곤도르 원군의 규모는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다 긁어모아도 3천명 이하. 기용 가능 병력의 10분의 1 정도였어.
심지어 인원의 상당수가 사냥꾼, 목자, 산사람, 어부 등의 시민들
이 꼬라지가 난 건, 사우론과 손을 잡은 움바르 해적과 하라드인들이 곤도르 남부에 침략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임
본진에 지원보내고 싶어도 지금 자기가 죽게 생겼으니.
이 가망없는 상황에서 유령 군대가 등장하게 된다
아라곤이 이끄는 죽자들 군대는 곤도르 남부로 이동,
그곳 영지를 공격하는 움바르 해적들을 쓸어버리게 됨. 과장 없이 말 그대로 쓸어버렸다는 거에여
그리고 망자의 군대는 의무를 수행한 것으로 간주되어 해방되고, 아라곤은 남부 원군을 배에 태우고 펠렌노르 평원으로 향해
곤도르 원군의 힘으로 미나스 티리스 공방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된다.
펠렌노르 평원에서 유령 군대는 등장하지 않음
즉 원래 유령 군대는 요 장면에서 소임을 다하고 퇴장한다 이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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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죽은 자들은 군대는 역할이나 묘사에서 영화와 원작의 차이가 좀 있어.
대표적인게 외형.
영화판에서는 형광색 민트 유령의 느낌이지만
원작에서는 희미한 안개와도 같은 그림자로 묘사됨.
일단 민트색은 확실히 아니지.
또 아라곤과 대면하는 씬도 영화판과는 차이가 있는데
영화판에서는 살짝 튕기면서 해골함정 발동시키고 좀 밀당
원작에서는 그냥 처음부터 따랐음
영화판은 '이제 와서 곤도르의 왕이라고?ㅋ' 하는 느낌이라면
원작은 ㅈㄴ 음울하게 '서약을 이행하고 안식을 얻겠다' 이런 식이지
즉 원작의 유령 군대는 영화에 비해 음침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강함
영화판에서는 이렇게 후후 불면서 쪼는 김리가 원작에서는?
"한 시간인지 몇 시간인지 모를 그 다음 시간을 김리는 기억할 수 없었다."
"그는 비틀거리다가 넘어져, 짐승처럼 네 발로 땅을 더듬으며 더 이상 참지 못할 것 같은 절박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결국 그는 길 끝에 이르거나, 도망가거나, 아니면 완전히 미쳐서 뒤에서 따라오는 공포와 마주설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왕의 귀환1, 씨앗판본 97pg)
보다시피 거의 미치기 직전까지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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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죽은 자들의 군대는 사실 원작에서 꽤 큰 내러티브를 가짐.
왜냐하면, 저 유령 군대의 가장 큰 무기는 공포와 두려움이기 때문이지.
죽은 자들이 일으키는 공포 앞에서 저항할 적군은 아무도 없었고, 모두가 미쳐 도망치기 바빴으니까.
그런데 이 공포와 모랄빵이
바로 사우론의 나즈굴이 주구장창 써먹은 것들이었거든.
나즈굴은 존재 자체만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꺾고,
가장 용감한 이들도 기가 죽어 도망치게 만드는 공포와 그림자의 화신이었어.
독자들은 한 100페이지 전에 '나즈굴의 존재만으로 아군은 싸울 의지를 잃고 도망쳤다.' 하고 읽고 있다가,
좀 지나니까 '유령 군대의 존재만으로 적군은 싸울 의지를 잃고 도망쳤다' 하고 나오는 거지.
또 나즈굴과 죽은 자들의 군대는 공통점이 매우 많아.
1. 탐욕과 오판으로 인해 불완전한 영생을 살게 된 존재이며,
2. 실체 없이 불투명한 영체.
3. 그리고 주변에 공포와 절망을 불러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존재들
4. 마지막으로 특정 조건 없이는 죽을 수 없는 존재라는 점까지.
"모르도르의 계략이 공포와 어둠의 분노로 인해 좌절되었다는 게 정말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더군"
"그 자신의 무기가 치명타가 되어 돌아간 거지"
(왕의 귀환1, 씨앗판본 283pg)
이 기묘한 거울상은, 사실 돌아온 왕인 아라곤의 위엄을 보여주는 씬이기도 함.
"난 생각했어. 아라곤이 반지를 가졌다면 그 강인한 의지로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운 군주가 될 수 있었을까 말이야."
"모르도르가 그를 두려워 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던 거야."
"하지만 그의 정신은 사우론보다 훨씬 고귀하지."
(같은 책 283pg)
아라곤은 사우론 처럼 공포와 절망, 유령을 복종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음.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계약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가 사우론보다 훨씬 나은 인간임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거지.
이 아저씨처럼 욕심부리면 큰일난다 이거요
그리고 죽은놈들의 군대로 이기는건 상징성적인 부분에서도 좀 모냥빠지지
사실 마지막 전투에서 본인 멋있는 장면 찍으려고 보내준거임~
말이 연출하는 법 알려줬대자나
그리고 죽은놈들의 군대로 이기는건 상징성적인 부분에서도 좀 모냥빠지지
영화의 유령군단은 그냥 돌진하는거 만으로도 적들이 혼절하든데 영혼은앗아가는게 아니라 모랄빵내서 기절시킨거였나?
소설도 똑같아 영혼같은게 아니라 걍 모랄빵내서 기절시키고 내쫓는거
사실 마지막 전투에서 본인 멋있는 장면 찍으려고 보내준거임~
[삭제된 댓글의 댓글입니다.]
대대리정수리
말이 연출하는 법 알려줬대자나
근데 펠레노르 평원까지는 데리고 가는게 영화적, 그러니까 시각적 임팩트는 더 강했다고 생각한다. 왕의 귀환 자체가 전투의 승리로 직결된거니까. 원작처럼 와서 멋들어지게 전투 들어갔는데 회색군대, 남부영지군 궤멸수준으로 피해입을정도로 더 싸우고 아라고른, 에오메르, 임라힐(하루종일 싸우고도 상처 하나 없던 3인방)의 영웅성을 글로 표현하기 위해 임팩트를 줄인 느낌이야. 어쨌든 글 매체인 소설을 영상매체인 영화로 옮기면서 잘바꿨다고 생각한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