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항우 vs 유방의 터닝 포인트가 범증 사망이나 유수 전투 시점이 꼽히는데, 유방의 전황이 급격히 호전된 건 사실 소수무에 있는 한신에게서 군사를 빼앗아온 이후였음.
이때 상황을 설명하자면 한신을 북쪽으로 보내놓고 유방은 항우를 막고있던 때임. 근데 한신 이인간은 조나라 진여를 잡은 후로 '제나라는 강해서 외교전으로 해결할게요~'라고 해놓고 반년이 넘게 도대체 뭘 하긴 하는건지 진전이 없었던거임. 심지어 항우가 팽월의 1차 교란으로 집에 갔다온 사이에 유방이 형양 위쪽으로 한신을 불러왔는데, 막상 형양 구원은 전혀 안해주고 강 너머에서 방관함.
여기서 유방은 성고까지는 뚫었지만 형양 포위진을 못뚫어서 결국 형양에 남아있던 주가, 종공네는 죄다 죽게 됨. 유방이 있던 성고도 함락당하고 수비 요새부터 전략적 핵심인 광무의 식량기지까지 전부 항우한테 빼앗기는 등 유방네는 거의 무너져버렸는데, 여기서 유방이 직접 한신한테 찾아가서 한신이 자는 틈에 군사를 죄 뺏어버린 뒤 도로 내려감.
그러고 나니 유방네가 갑자기 겁나게 세짐. 병력 모자라서 숨넘어갈것같던 양반이 갑자기 팽월한테 군사를 2만씩이나 떼어주질 않나, 그 상태로도 팽월의 유격전 효과가 발휘될때까지 항우를 또 틀어막았고, 항우가 팽월의 교란으로 다시 자리를 비우자 이번엔 성고, 형양, 광무산까지 다이렉트로 한방에 박살을 내버림. 그리고 이후 항우는 유방에게서 성 하나도 빼앗아보지 못하게 됨.
짧게 요약하면 한신은 곧바로 전황을 바꿀만한 수준의 군사를 데리고도 유방 쪽 수비라인이 다 박살나도록 방치했다는 뜻임. 무능한 놈이 그랬으면 이해라도 가겠지만 한신이 또 누구야, 지가 그러면 유방이 어떻게 될지 몰랐을리가 있나
고우영 초한지부터 희한하게 소수무에서 한신이 군사를 빼앗기는게 코믹하게 묘사되지만 사실 이 일화가 엄청 극적이고 소름돋는 이벤트임. 벼랑 끝까지 몰렸던 유방과 꽃길만 앞에 둔 한신의 처지가 단 하룻밤만에 뒤집혀버림ㅋㅋ
그래도 유방이나 역이기같은 몇명은 '그래도 설마...'하면서 꾸역꾸역 한신을 믿었는데, 여기서 한신이 제나라에서 거하게 분탕질을 침. 정작 한신을 믿은 역이기가 죽은 것도 그런데, 항복 직전의 제나라를 뒤집어놔서 다시 전황을 꼬아버린 게 위의 행적과 합쳐지니 한신의 의도가 하나밖에 보이지 않게 된 거.
"아, 저 자식은 반란은 하고싶은데 배신자소리 들을까봐, 나중 일 생각하느라 항우 손에 우리가 죽길 바라는구나! 항우부터 찢고나서 보자"
근본부터 유방의 후광 덕을 보고 큰 사람의 한계라고 봐야...그거 극복하려고 차도살인하려고 발악한게 나중에 보기엔 엄청 묘해진거 그러니까 한신은 유방이 죽은 세상의 달콤함을 너무 빨리 눈치챘음.
토사구팽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냥개 번쾌는 읍호 왕창 받고 천수를 누렸다
토사구팽이라고 하지만 열심히 일하던 사냥개 번쾌는 읍호 왕창 받고 천수를 누렸다
제나라 왕 되겠다고 강짜부린게 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