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이창호(李昌鎬)9단은 전자오락실을 즐겨 찾았다. 실내를 뒤흔드는 폭발음, 모니터에 명멸하는 화염과 파괴의 잔상. 또래들이 누리는 일상의 즐거움과 떨어져 있어야 했던 소년은 이 시끄러움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꼈던 것일까.
하지만 오락실 주인들은 이 덩치 큰 소년이 반갑지 않았다. 동전 몇 개를 쥐고 오면 일어설 줄 몰랐다. 아군의 희생없이 전투를 계속하는 소년의 게임기에는 좀처럼 ‘게임을 계속하려면 동전을 다시 넣으세요’란 문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새로 등장한 게임도 두세번 해보면 금새 ‘게임의 로직’을 파악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 편’이 안 죽는 법을 찾아내는 거예요. 더이상 돈 들 일이 없었지요.”
참고로 이창호 九단은 1975년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