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캐나다 펀디 만 해변에서
유리병에 담긴 편지가 발견됐다.
편지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1912년 4월 13일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이 병을 던집니다.
우린 며칠 후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에요.
누군가 이 병을 발견하면 리에방에 있는 다른 가족에게 알려주세요.
마틸드 르페브르
편지에 적힌 날짜를 본 전문가들은
자연스럽게 타이타닉호를 떠올리게 된다.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의 호화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는
영국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처녀항해 도중
1912년 4월 14일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면서
탑승인원 2,224명 중 1,514명이 사망한 해난사고를 일으켰다.
만약 저 편지가 타이타닉호에서 바다로 던져졌다면
침몰 하루 전에 작성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바다를 횡단하는 배에 탄 사람들이
유리병에 편지를 넣어 던지는 일은 흔했기 때문에
타이타닉호에 탄 12살 소녀가 재미삼아 던졌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이를 확증할 증거가 필요했다.
전문가들은 편지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다양한 조사를 시작한다.
일단 마틸드 르페브르라는 이름의 승객이
타이타닉호에 승선한 것은 사실이다.
타이타닉호 승선 명부 중 3등실 승객 가운데는
12살이었던 마틸드를 포함한
프랑스 리에방에서 온 르페브르 가족 5명이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배에 오른 것이 확인된다.
미국에 가 있던 아버지를 만나러
타이타닉호에 오른 르페브르 가족은
불행히도 모두 사망했다.
편지를 쓴 사람이 실제 승객이기는 하나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 희생자의 이름을 이용한 장난일지도 모르므로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 병 입구를 막았던 종이조각을 검사해
모두 20세기 초의 물건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편지는 탄소 연대 측정을 할 경우
편지 자체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
편지에 대한 검사는 유보되었다.
하지만 한 세기 전 종이나 유리병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물건들을 가지고 편지를 꾸민 후
해변에 놔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 편지가 타아타닉호의 침몰 지점에서
펀디 만(위 짤의 노란색 표시)까지 떠내려올 수 있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봤더니
해류의 흐름상 북미보다는 유럽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았으나
펀디 만까지 떠내려갈 확률도 낮지만 분명 존재했다.
한편 편지의 필적을 감정한 전문가들은
편지에 적힌 손글씨가
당시 프랑스 학생들이 배운 것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12살짜리 아이의 필적이
반드시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같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내용을 함께 배에 탄 어머니가 대신 적었을 가능성 역시 있었다.
전문가들이 수행한 일련의 조사 결과는
이 편지가 진짜일수도, 가짜일수도 있는 가능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편지를 최근 대중에 공개하며
만약 마틸드의 글씨가 남겨진 원고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
꼭 연락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만일 이 편지가 진짜라면
이걸 쓴 마틸드의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해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에 살고 있는,
마틸드의 먼 친척뻘인
자크 르페브르에게 편지의 사본을 전달했다.
결국 돌고 돌아 가족 곁으로 왔군.
요즘 방사성탄소동위원소 검사 시료 존나 쪼끔이라도 가능하던데;;
결국 돌고 돌아 가족 곁으로 왔군.
세상이란 건 그런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