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최소 10년전 이야기니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전투 중대 배속 받고 방범하다가 시위막다가 뺑이치던 어느날 나에게도 축복같은 파견근무가 배정됐어
파견이란 인력이 부족한 지방 파출소 지구대에 보조인력으로 3개월간 들어가서 음주단속, 순찰 이런 업무를 보조해주면서
ㅈ 같은 소대 고참들과 3개월간 잠시 안녕을 하고, 각종 집회등으로 인한 부상의 공포에서 도망칠 수 있는 꿀빠는 시간이었는데
난 꼬인 기수여서 그런지 1년간 동기들 파견나가는거 부러워하며 손가락만 빨다가
상경달고 드디어 후임 하나 데리고 파견을 나가게 됐지.
파견지가 당진이었나 제천이었나 기억이 가물한데
두 곳 모두 평범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로 순탄치 못한 파견 생활을 경험해야만 했었는데
오늘은 일단, 불륜에 관한 썰만 풀어보도록 할게.
파견생활에 대해서도 한다면 할얘기가 많지만, 2인 1조로 간 경우에는 둘이 함께 근무를 하는게 아니라 한명은 쉬고 한명은 직원경찰끼고 순찰차에 태워져서
단속지역에 드랍당해서 홀로 단속을 하거나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은 대낮부터 신호위반 잡으라고 드랍당해서 딱지 들고, 기도를 하고 있었어.
일단 잡으면 들어가서 쉴 수 있었거든.
그런데 그날따라 시민들의 준법정신이 투철해서 그 누구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았지.
한 두시간을 하염없이 그늘 밑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구석에 처박혀있는 순찰차에서 직원 경찰이 뭔가 연락을 받고는 일생겼다고 가자고 하더라?
당장 폭발할 것 같이 덜덜거리는 90년대 초반 연식 스펙트라윙 순찰차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곳은 한적한 교외 모텔이었어.
거기에 1톤짜리 포터 트럭이 한대 서있었고, 그 옆에는 아저씨 한 사람이 서있었는데 그 발밑에 담배 꽁초가 어림잡아도 열 몇개가 떨어져 있더라고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는데 우릴 보더니 다짜고짜 썰을 푸는데 들어보니 그럴만 하더라
'마누라가 바람 난 것 같다. 내가 일나갈때마다 행적이 이상해서 오늘 일나가는척하고 뒤를 밟았더니 웬놈팽이랑 만나서 여기로 들어가더라.'
'당장 작살을 내버리고 싶은데 그러면 안되니까 일단 신고부터 했다. 놈팽이 차는 내가 도망 못가게 빵꾸 내버렸다.'
* 불륜 가지고 왜 경찰에 신고하나 싶겠지만, 이때는 아직 간통죄가 합법이던 시절이었어.
일단 방을 알아내야하니까 직원분 두사람(경장,순경)이랑 나랑 그 아저씨랑 모텔에 들어갔는데 모텔 주인은 당연히 프라이버시를 위해 방번호를 알려주지 않더라고
아저씨는 분을 못참고 화를 내려는데 그래도 경찰은 경찰인지 평소 낮잠만 자던 경장이 짬을 발휘하더라.
"방은 알려주지 마시고, ㅁㅁ시에 들어간 남녀가 몇층으로 갔는지 말이나 하쇼."
그건 방은 알려준게 아니니까 주인이 순순히 5층이라고 얘기함 ㅋ
그걸 듣고 5층으로 올라가니 시골 깡촌 지방의 모텔인데다가 낮시간인지라 투숙객이 있을리가 있나,
마침 청소하느라 청소직원이 방문열고 청소 돌아다니고 있고 문 닫힌 방은 하나 뿐인지라 그 방을 두고 온갖 상상을 했지.
드라마처럼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려나?
영화처럼 룸서비스인척 하고 방심시켜서 덮치려나?
하고 있는데
경장이 문을 똑똑 두드리더라
"아 경찰인디. 문좀 열어보쇼."
....당장 열리가 있나
안에서 분주한 소리가 나고 한 5분 있다가 열더라
남녀 모두 옷 정갈하게 차려입고 있고
경장은 나보고 침대랑 화장실 뒤져보라고 콘돔나오나 찾아보라고 하는데
나올리가 있나
구석구석 찾아봐도 안나와 이미 변기로 흘려버린지 오래겠지
내가 화장실 뒤지는 동안 남편은 '내가 뼈빠지게 일하는동안 너는 놈팽이랑 놀아나나!' 하고 절규하는 소리가 들리고
남편은 순경이 막고 있고, 경장이 얘기를 하나본데
남녀가 하는 말이 가관이었어.
'동창 오래간만에 만난건데 힘들어해서 잠깐 쉬려고 모텔에 왔다. 앉아서 쉬고 있었을 뿐이다. 아무일도 없었다.'
라고 하는데 누가 들어도 말이 되는 소리냐고 ㅎㅎ
하지만 물증인 콘돔을 찾지 못해서 결국 흐지부지 되었던 기억이 나.
남편만 울고불고 오열하는데 현실 NTR 베글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네
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니야
Lapis Rosenberg
2570이던가... 기수 기억안나... 입대 년도 얘기하면 할아버지라고 부를테니 얘기 안할래 ㅠ
경찰이 자기 귀찮아지기 싫어서 놈팽이 년놈들한테 증거 인멸할 시간을 준건가
문을 부순다 -> 기물파손 -> 시말서 룸서비스 -> 거짓말 -> 나중에 골치아파짐 이런거겠지
어쩌튼 저 남자는 경찰한테 배신감 느끼겠네
씁쓸할뿐이지
NTR현실이 진짜 맵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