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물타기의 시발점이 된 글에 달린 위 댓글을 보고 써는 것)
유게도 그렇고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가끔 벌어져 온 문제지만, 종종 창작자가 ㅇㅂ입네 ㅁㄱ입네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그래서 꽤나 네임드인 창작자도 쫒겨나고 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이걸 정확히 따지는 게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물론 자기가 직접 어떤 사상이나 성향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또 그에 따라 편가르기를 스스로 행했다면 할 말 없다. 빼박이니깐.
1.
하지만, 대부분의 그림러나 작가들은(적어도 그렇게 자기 색 명확히 밝혀도 향후 팬층이 견고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사람들은) 그 정도로 강렬한 이념이나 사상적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창작자들이 커뮤니티를 선택하는 기준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자기 작품 좋아하고 호응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갈 뿐이야. 창작자들도 결국 사람인 만큼, 자기가 만든 거 좋아해주고 호응해추고 추천해주고 베스트(커뮤니티에 따라 개념글이라 부르든 힛갤이라 부르든) 자주 올려 주는 곳을 좋아하고 또 그런 곳에 자주 가게 되어 있다(소위 말하는 '본진'이 되는 것. 물론 그러다 나중에 물들기도 하지만.).
여기서 그 커뮤니티의 성향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야. 자기가 그 커뮤니티에 가서 그 커뮤니티 이외 나머지 전부의 인기를 깡그리 상실할 위험이 있지 않은 한 말이야.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돌아오는 관심과 인기의 총합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호응 잘 해주는 커뮤니티에 창작자들이 몰리게 되어 있고, 어떤 커뮤니티에의 출입이 다른 모든 커뮤니티에서의 인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한 계속 그 커뮤니티에 다니게 되어 있다. 사상 문제가 아니라 단지 인기 떄문에.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떤 창작자가 어떤 커뮤니티(예를 들어 아카라이브라고 하자)에 만화나 그림을 올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그 창작자가 ㅇㅂ거나 노무현 드립을 쓰는 문화를 받아들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그 사람이 거기에 동조하거나 지지하는 덧글을 달았거나 글을 썼는지(해당 커뮤니티든, 다른 SNS에서든) 확인해 보아야겠지. 그때까지는 피카츄배나 만질 수밖에.
결론: 그러니까 그 창작자가 다른 커뮤니티에 자기 작품 올렸다고 내쳐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2.
둘쨰는 무지의 문제다. 상술했듯이 만약 대부분의 창작자들이 명확한 신념이나 확고한 사상으로 무장한 게 아니라면, 사실 어떤 밈이 혐오주의나 극단적인 사상에서 온 것이라 해도 그것을 잘 모르고 그냥 인기 끄는 밈 같으니까 가져다 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우리도 사실 창작자들이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간의 상황이나 밈의 유래 같은 걸 다 이해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잖아.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그래서 과연 그 사람이 정말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알고 썼는데 면피할려고 입터는 건지" 판단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시간과 빈도가 해결해준다.
어떤 창작자가 그런 실수를 했고(심지어 지적받은 적이 없다면 과거에 몇 번 그랬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지적을 했다고 하자(상황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 창작자가 사용한 밈이 진짜로 문제 있는 밈이고, 그것을 증명할 수도 있다고 하자. 이게 중요한데, 그게 문제 있는 밈이라고 증명을 못하면 지적하는 사람들 쪽이 억지를 부리는 게 될 수 있다). 거기서 그 사람이 사과를 하고 앞으로 이런 일 없게 주의하겠다고 말하면 일단은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혐오주의건 말건 난 계속 쓰겠다고 대놓고 말하면 뭐 얄짤없고.
그런데 지적을 당한 후에도 그 밈을 쓴다면, 결국 그 창작자가 한 사과는 그저 면피용 입털기였다는 말이 되겠지.
결론: 그러니까 지적당하기 전에 실수를 했다고 해서 그 작가를 내쳐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지적당한 이후의 행보라는 이야기.
2-1.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가 지적하는 것이 정말 정당한 걸로 지적하는 건가?"의 문제도 존재한다. 그러니까 어떤 창작자가 한 행동(예를 들어 하겐크로이츠를 썼다고 생각해보자)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려면 먼저 그에 대한 규범적 근거("하겐크로이츠는 나치 독일의 상징이고, 나치는 홀로코스트, 전쟁범죄, 학살, T-4프로젝트 등 인권을 유린하는 만행을 저질렀으므로 나쁘다")와 팩트체크(실제로 나치가 그러했음을 증거하는 것)가 준비되어 있는 것이 좋다. 여기서 든 하겐크로이츠 사례는 너무 널리 알려져 있고 명약관화하니까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그게 왜 나쁜데?" 하고 (실제로 잘 모르고) 반문할 만한 밈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간단한 이야기들 같지만, 나도 그랬고, 아무래도 커뮤니티다 보니 실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써봄.
p.s:
이 논의의 연장선에서, 유게 안에서나 밖에서 가끔 '이중성'으로 까이는 건 두 가지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
1) 루리웹의 사람들과 콘텐츠가 죄다 유게로 몰리는 구조라, 너무 다양한 사람과 취향, 콘텐츠들이 존재함.
2) 비록 동물성기 같은 혐짤에는 이상하리만치(?> 관대하지만, 루리웹 혹은 유게는 나름대로 엄격한 규범이 있음. 공식적인 규범이라기보다는, "이러이러한 것은 금기다"라는 관습 같은 거. 좋게 말하면 '우리가 오딱후래도 인간 미만으로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최소한의 선 같은 거지만(예를 들면 욱일기나 노무현 관련 밈 같은 거),
위에 적은 것처럼 콘텐츠와 취향은 너무 다양한데 이 규범들이 일관적으로 적용되는 것 같지 않다(흔히 유게 밖에서 유게 깔 때, "중국겜은 까면서 원신은 빨고, 배박이는 까면서 다른 우익 전적이 있는 겜은 왜 빰?" 같은 거.)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일관성 문제를 완화하려면 규범을 완화하든지, 아니면 각자의 규범을 가진 게시판으로 사람들을 분산시키는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어.
애초에 우익이니 뭐니 한번 밝힌 컨텐츠 죽어도 못돌아오는 꼴 보면 여기서 창작자들 글 올리라고 유도하는것 자체가 무책임한 소리임 조금이라도 흠결이 생기는 순간 죽는 곳에서 왜 활동하라고 함? 자기 직업걸고 활동하는 짤쟁이들도 있을텐데 이런 사지에 가라고?? 창작자한테 ㅇㅂ, ㅁㄱ하지 말라고하는 거랑 비슷한 급으로 루리웹에는 가지 말라고 하는게 정상임 여기선 고로시가 일상이니까
아니라고 우기는 놈들 있는데 루리웹 자체가 디시에서 정신병자 수준으로 고로시에 미친 갤러리급 고로시를 패시브로 달고 있다 너무 패시브라 니들은 그게 옳은줄 알아서 자각조차 못하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