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악동 사신 린네]
린네는 사신계에서 둘 째 가라면 서러운 악동이다.
그는 사신으로 환생한 직후 타나토스에게서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 받았다. 하지만 그 능력을 여성 사신들의 스커트를 뒤집는 데에 썼다. 이를테면 검은 고양이로 변신해 여성 사신들을 방심시키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스커트를 들추며 도망치는 식이었다.
그는 태어난 지 5일 만에 20명의 스커트를 들추었고 순식간의 여성 사신들의 경계 대상이 되었다. 린네가 검은 토끼풀을 입에 물고 주변을 서성거리면 사신들은 자리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남성 사신들에게 쥐어박힐 때면 검은 뱀으로 변신해 요리저리 빠져나갔다.
그런 장난에 싫증이 날 때 쯤 린네는 좀 더 큰 장난을 쳐보기로 결심했다. 사신들의 지고신인 타나토스를 골려주는 것이었다.
린네는 어깨 너머로 두 가지 정보를 입수했는데 첫 번째로 타나토스에겐 여비서가 있다는 것과 두 번째로 타나토스가 만년필 수집가라는 것이었다. 린네는 타나토스가 화 내는 모습을 상상하며 키득거렸다.
.......
지고신 타나토스는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간계에서 올라오는 영혼들을 천국이나 지옥에 인도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보통 사신보다 1.5배는 큰 체구에 길다란 검정 머리칼을 보유한 타나토스는 외모에서부터 사신들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있었다.
그는 검은 시가를 입에 문 채로 죽은 인간의 프로필을 읽어본 뒤 천국 칸에 검은 도장을 찍었다. 서류를 결재한 뒤 다음 서류를 또 읽기 시작한 타나토스. 그가 읽어야 할 서류는 1,000장이 넘게 남아 있었고 그 서류는 실시간으로 한 장 두 장 늘어나고 있었다. 그의 눈가에 핀 다크서클이 그의 업무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타나토스 님. 오늘 16시까지 사망한 인간들의 서류입니다."
타나토스의 비서인 스텔라는 서류가 쌓인 리어카를 끌고 온 뒤 말했다. 타나토스는 코로 한숨을 쉬었다. 담배 연기가 직무실 천장으로 피어올랐다.
"고마워."
타나토스는 짧게 대답한 뒤 서류의 지옥 칸에 도장을 찍었다.
"자식을 죽기 직전까지 팼더군." 타나토스가 말했다.
"그렇습니까."
"요즘따라 지옥에 보내야 할 인간이 늘었어. 옛날엔 안 그랬는데."
"인간의 수가 많이 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커피 좀 부탁해. 킬리만자로로."
"알겠습니다."
스텔라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직무실을 나갔다.
직무실 보도를 꺾어 레드카펫 위를 걷던 스텔라는 천장을 보았다. 천장에는 검은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스텔라는 고개를 미세히 갸웃했다. 샹들리에가 살짝 흔들린 것 같았다.
스텔라는 잠시 샹들리에를 응시하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스텔라가 모습을 감추자 천장에서 검은 고양이가 바닥으로 가볍게 안착했다. 검은 고양이는 본래의 모습인 린네로 돌아왔다.
"외모 체크 완료." 린네는 이를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린네는 이어서 스텔라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붉은 색 땋은 머리를 하고 안경을 쓴 미인이었다. 정장은 구김 하나 없이 스마트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스텔라의 모습을 한 린네는 모델 워킹으로 또각또각 직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린네는 직무실로 들어갔다.
"스텔라. 커피는?"
타나토스가 린네의 빈 손을 본 뒤 말했다.
"타나토스님. 그것보다도."
린네는 타나토스에게 다가갔다. 타나토스는 잠시 업무를 멈췄다. 린네가 손을 뻗어 타나토스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타나토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멤돌았다. 지고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광경이었다. 린네는 웃음을 참았다.
"오래 전부터 타나토스님을 사모하고 있었어요."
린네는 정장의 윗 단추를 하나 풀었다. 타나토스의 얼굴이 당혹에서 경악으로 바뀌었다.
"스텔라. 이건 부적절한 행위일세."
"타나토스님을 원해요."
"갑자기 왜 그러나. 답지 않게. 이러지 말게."
린네는 하아 하아 한숨을 쉬었다. 물론 연기였다. 타나토스가 당황한 사이 린네는 타나토스의 정장 주머니에 꽂혀 있는 검은색 만년필을 발견했다.
"타나토스님...?"
쨍그랑 하고 커피 잔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스텔라는 목석이 된 채로 눈을 깜빡였다. 스텔라의 모습으로 변한 린네가 실실 웃었다.
"어이쿠. 일찍 오셨네."
린네는 타나토스의 정장에서 만년필을 쏙 뽑아냈다.
"스텔라?"
"타나토스님...?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아하하."
"스텔라가 둘이라고? 설마...!"
타나토스는 고개를 확 돌려 린네를 보았다. 린네는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린네는 만년필을 빙빙 돌리며 깔깔 웃었다.
"타나토스님! 조심하셨어야죠."
"내 만년필! 이리 내!"
타나토스가 린네를 잡으려고 다가갔다.
"싫거든요! 이 만년필은 린네가 가져갈게요!"
린네는 까마귀로 변신한 뒤 만년필을 물고 창 밖으로 날아갔다. 타나토스와 뛰어온 스텔라가 망연자실히 날아가는 린네를 쏘아보았다.
"저 녀석! 내가 나눠준 능력을 이런 짓에 써먹다니!"
"아무리 꼬마라 해도 이런 행위는...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치욕스럽군요."
스텔라가 말했다.
[2. 타나토스의 정언명령]
타나토스는 굳은 표정으로 호텔 밖에 걸어나왔다. 타나토스의 뒤에 진 그림자가 부채꼴 모양으로 점점 커지고 있었다. 타나토스의 두 눈에서는 검은색 안광이 번뜩였다.
타나토스는 인간의 껍데기를 벗고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호텔보다 큰 몸체에 검은 해골을 오른손에 든 괴물이었다.
사신계의 모든 땅에 회색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안개는 이윽고 하늘을 뒤덮고 사신계에 어둠이 몰려왔다. 폐부를 찌르는 차갑고 독한 안개를 마시며 사신들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타나토스에게서 만년필을 빼앗은 린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신계의 음습한 모습에 꼬마 린네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타나토스. 너희의 지고신이자 자유를 사랑하는 자이다."
타나토스가 말했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온 사신계에 울렸다.
"린네는 들어라. 선대의 지고신들은 사신들을 지배하고 통치해 왔다. 그러나 나는 하급 사신의 시절부터 자유로운 사신계를 꿈꿔왔다. 내게 있어 자유는 반드시 수호해야 할 성이자 꺾이면 안 되는 꽃이었다. 그런데 내 방식이 잘못된 것일까? 사신들의 계급을 없애고 사신들 각자가 자신의 일상에 몰두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떠맡은 내가? 내가 너를 무릎 꿇기고 짓밟아야 자유의 소중함을 알겠느냐?"
린네는 상황이 예상보다 크게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너의 방종함은 정도를 넘었다. 버림 받고 추위 속에서 쓸쓸히 죽어갔던 아이여... 타나토스의 이름으로 너에게 사랑을 베풂과 동시에 시련을 부과하겠다."
"방금 뭐라고...!"
린네는 한 번도 지은 적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것은 단말마에 가까웠다. 버림 받고 추위 속에서 쓸쓸히 죽어갔던 아이. 그것이 자신의 전생이었다.
린네는 사신의 탄생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천국에도 지옥에도 갈 수 없는 영혼이 가는 곳이 바로 이곳 사신계라는 것을. 린네는 자신이 사신계에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사랑 받지 못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너에게 3일의 시간을 주겠다. 너를 인간계로 추방시키마. 그곳에서 사신의 임무를 다하라. 갈 곳 없는 인간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라. 만일 실패한다면 너에게 준 능력을 되돌려 받겠다."
"잠깐만요! 타나토스님! 잘못했어요!"
린네의 사지가 검은 사슬에 휘감겼다. 사슬이 린네를 밑바닥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저항해보았지만 무리였다. 린네의 몸과 정신이 늪에 빠진 듯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3. 레아에게 기적이 일어나다]
밤 2시. 병원의 환자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다. 병실에서 깨 있는 사람은 레아 뿐이었다. 칸을 돌보는 레아의 모습은 수척했다. 연인의 교통사고에 의한 충격은 아직도 레아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온 몸에 붕대를 두른 칸은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며 잠을 자고 있었다. 레아는 그저 눈을 깜빡이며 칸의 조금 드러난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연인이었다. 자신과 함께 음료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그 얼굴이었다.
레아는 눈물을 참고 그의 옆 침상에 자리를 깔고 누웠다. 피곤에 절여 있었던 레아는 눕기 무섭게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병실의 라디에이터 위에 벌레로 변신해 있던 린네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린네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걱정어린 한숨을 쉬었다. 3일 안에 사신의 임무를 마쳐야 했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 순간 칸의 바이탈 사인 모니터가 삐비빅 소리를 내며 울리기 시작했다. 린네는 급히 벌레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레아가 잠을 깨서 황급히 모니터로 다가갔다. 심장 박동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선생님!"
레아가 급히 뛰어나갔다. 모니터에 표시된 심장 박동 수치가 급격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칸이 번뜩 눈을 뜨고 헐떡이기 시작했다. 린네는 당황했다. 칸의 주치의와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그들은 칸의 침대를 끌고 중환자실로 달려갔다. 벌레로 변신한 린네도 그들을 따라갔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레아는 중환자실 앞 의자에 앉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주치의가 중환자실에서 나오자 레아가 급히 일어났다.
"선생님! 칸은 괜찮은 거죠?"
"일단락 되었습니다. 의식도 돌아오셨고요."
레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당분간은 상태를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고 후유증으로 발작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어요."
그 때 중환자실 문이 벌컥 열렸다.
"선생님!" 문을 연 간호사가 외쳤다.
의사는 다시 중환자실로 뛰어 들어갔다. 멍하게 서 있던 레아는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상황은 당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린네는 인간들의 군상을 보며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꼈다. 처음 보는 아수라장이었다. 인간계는 이다지도 불행한 곳이라고 린네는 생각했다.
그 때 린네는 냄새를 맡았다. 죽음의 냄새였다.
린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중환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꼬마야! 여기 들어오면 안 돼!"
"비키세요. 저는 사신입니다."
"뭐?"
의외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됐다. 린네는 레아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의사진이 헉 소리를 내며 놀랬다. 린네는 칸의 붕대 감긴 손을 감싸쥐고 칸의 눈을 보았다. 헐떡이는 칸도 마찬가지로 린네를 보았다.
"사랑해."
칸의 눈동자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린네는 순간 칸의 손이 힘차게 자신의 손을 쥐는 느낌을 받았다. 화광반조였다. 칸은 눈을 감았다. 그의 손이 바닥을 향했다.
중환자실은 모니터의 삐이이 소리만 날 뿐 침묵으로 가득했다. 린네가 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생님. 우리 거래 합시다." 린네가 말했다.
.......
거래의 내용은 이러했다. 칸의 장례는 철저히 비밀리에 치러질 것. 린네는 상태가 호전되는 칸으로 변신해 레아를 안심시키고 완치 후 레아와 헤어질 것. 의사는 레아의 안정을 위해 린네의 연기를 도울 것.
의사는 처음에 반대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에 빠지다 결국 린네의 제안을 수락했다. 환자의 죽음을 지인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의사진은 칸의 시신을 조심히 시트에 옮겨 뉘였다. 그리고 칸으로 변신한 린네는 침상 위에 앉았다. 의사진은 린네의 팔에 수액을 꽂고 중환자실의 문을 조심히 열어 침상을 옮겼다.
레아가 벌떡 일어났다. 린네의 모습을 본 레아는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레아는 헐레벌떡 달려와 칸을 껴안았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아직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의사가 연기를 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레아가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 이후 린네는 칸을 연기하며 조금씩 변신했다. 몸에 난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지 이틀 째. 린네는 병동을 걸어다닐 수 있었다. 레아는 그런 린네를 꼭 껴안았다. 레아에게 기적이 온 것이다.
"이건 기적과도 같은 회복입니다. 이런 환자는 본 적이 없어요."
의사는 씁쓸함을 애써 숨기며 거짓말을 했다.
[4. 마지막 하루]
린네에게 남겨진 여유는 얼마 없었다. 린네는 의사와 다투는 연기를 했다. 레아와 지내기 위해 퇴원하겠다고 외치는 린네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사 사이에 거짓 다툼이 일어났다. 레아는 허둥지둥대며 두 사람을 중재시키기에 바빴다. 결국 린네에게 퇴원해도 된다는 조치가 이뤄졌다.
"우리 어디서 좀 쉴까?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말야." 린네가 말했다.
"그래."
두 사람은 카페에 들어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앉았다. 레아가 먼저 말을 걸었다.
"뭐 마실래?"
"늘 마시던 걸로."
"그래."
레아는 아메리카노 투샷을 린네에게 건넸다. 린네는 한 모금 들이키고는 표정을 찌푸렸다.
"당신은... 누구세요?"
"뭐?"
"누구시냐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레아. 나잖아."
레아는 휘핑크림을 얹은 카라멜 마끼아또를 스푼으로 저었다. 거품이 넘쳐 흘렀다.
"바이탈 모니터 소리를 들었어요. 삐이이 하던 거."
린네는 말문이 막혔다. 모든 계획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레아는 아주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린네를 바라보았다. 그 미소에선 초연함마저 감돌고 있었다.
"누구시길래 저에게 이렇게 잘 해주시는 거예요? 천사이신가요? 아니면 악마?"
"레아. 잘 봐. 나야. 칸이라고."
"칸은 커피를 못 마셔요. 심장이 안 좋거든요."
린네는 다시 말문이 막혔다. 어느 말을 해도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레아 앞에서 눈을 돌린 린네는 결국 자신을 고백했다.
"사신... 입니다."
"그런가요."
두 사람 사이에 10분이 넘는 침묵이 이어졌다. 레아가 입을 열었다.
"칸은 어떻게 됐나요. 그러니까... 칸의 영혼 같은 거... 영혼은 실재하나요? 실재한다면 칸은 좋은 곳으로 갔겠죠? 언제나 날 생각해주는 남자였어요. 잊지 못할 거예요."
"네, 네...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분명."
"날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거짓이긴 했어도... 마음은 진실이라 믿을게요. 이젠 조금 마음이 안정 됐어요. 고마웠어요."
"네."
레아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훌쩍 떠나버렸다.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린네는 커피를 마저 삼켰다.
[5. 귀환]
주어진 3일이 모두 지났다. 린네가 사신계로 소환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타나토스에게 만년필을 돌려주는 것이었다. 린네는 스텔라에게 정강이를 한 번 차인 뒤 타나토스에게 사과 인사를 올렸다.
"지난 3일은 어땠나?" 타나토스가 물었다.
"복잡했고 한편으론 덧없었습니다. 또... 연기는 언젠간 들통난다는 사실도 느꼈고요."
린네의 모습은 더 이상 꼬마가 아니었다. 린네는 금새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이 되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타나토스에게 물었다.
"칸이라는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요? 천국에 갔나요?"
"물론. 천국에 갔어."
"다행이군요."
타나토스는 재떨이에 시가를 비벼 껐다.
"오늘은 이만 하고 좀 쉬어야겠어. 지난 3일 동안 널 지켜봤는데 의외더군. 난 네가 실패할 줄 알았어."
"그런... 그럼 제 능력을 가져가실 생각이셨나요?"
"아. 그건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어. 줬다 뺏기가 어디 있나."
"그럴 수가."
린네는 살짝 심통이 났다.
"린네. 내 부비서가 될 생각 있나?"
"네?"
"나도 반성할 게 좀 생겼거든. 너를 너무 무시했어. 사신들의 능력에는 각자의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라면 내 밑에서 일해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더 열심히 하면 차기 타나토스가 될 가능성도 있고."
"타나토스라. 구미가 당기네요. 생각해볼게요." 린네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천천히 생각해보고 대답해도 좋아.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고, 일상을 만끽하는 것도 좋고. 그건 네 자유다."
"알겠습니다. 타나토스님."
린네는 검은 나비로 변신해 천천히 창문 밖을 날았다. 호텔 저 위로 나비의 날개짓이 보였다.
"스텔라. 자네는 저 녀석을 어떻게 생각하나?"
"별로 마음에는 안 드네요. 그리고 업무는 저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사료됩니다만."
"그런가. 하긴 내 직속 비서의 의견도 중요하니까. 커피 좀 가져다 주겠나? 원두는 킬리만자로. 알지?"
"네. 알겠습니다."
타나토스는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오늘은 어쩐지 그가 원하는 자유로운 사신계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느낌이 들었다.
외 야한거 아님?
일단 ㅊㅊ 박아줌
와 엄청 재밌게 읽었다. 추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