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딩일 때 시절
사춘기가 좀 빨리 와서 훗 인간따위...나랑 우리 가족 말고 모든 인간들은 ㅄ이다
이런 사상 갖고 있을 때
우리 동네가 당시엔 달동네 비스무리 했음
달동네인데 개발이 시작할랑 말랑 하는 그런 정도
어쨋든 그 날도 어김없이 하교하고 문방구 앞에서 게임 한판 때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였는데
우리 집에서 고작 30m? 정도 되는 곳에서 왠 술 취한 아저씨랑 딱 마주침
처음 보는 아저씨였고
(원래 사람간에 이동 같은 게 별로 없고 인적도 뜸한 곳이라 이웃들 끼리 얼굴 볼일도 없었고)
대낫 부터 술이 떡이 되어서 노가다판 갔다 왔는지 거지꼴을 하고 있음
무시 하고 ㅉㅉ 한심한 인간이도다 생각하면서 지나가려는데
내 어깨를 딱! 잡음
그리고는 나를 벽으로 확 밀쳤음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음 술 취해서 국딩 입장에서도 힘도 별로 없었다고 느껴졌고
근데 그래봤자 국딩인데 안 쫄겠나
머리 속으로는 아 ㅅㅂ 하면서 쌘척 하고 얼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몸은 벽에 밀려서 움직이지가 않았음
그리고 나서 그 아재는 횡설수설 이상한 이야기를 막 하기 시작함
내가 학용품은 사줄 수 있다, 내가 니 공부하는 거 도와줄 수 있다
등등 두서 없고 술 취해서 나를 본인 자식이나 친척이나 뭐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나 싶은 이야기를 막 함
애초에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머릿속으로는 쓰레기 같은 인간 뭐 이런 중2병 같은 생각 하면서 빨리 사라져라 이러고 있었는데
나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건지 손을 뿌리치고 가던 길 가려고 움직였음
근데 이 ㅁㅊㄴ이 힘도 별로 없으면서 존나 필사적으로 다시 어깨를 잡더니 내 목을 조르기 시작함
난 어 뭐지 아까 까진 뭐 사준다 뭐다 그러더니 이 색기가 왜 또 목을 조르지 그랬는데
아까 말 했듯이 힘이 별로 안 쌔서 막 죽겠다 그 정도는 아니였음
근데 그건 그거고 국딩의 허세도 한계였는지 쌘척도 더 못 하고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함
막 소리 내서 울지는 못 하고 벽에 밀린 채로 그 아재는 계속 헛소리 해대고 나는 눈물 흘리고 있고
그렇게 몇분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우리 바로 아래 아래 사는 여자애가 갑자기 나와서
아 저 아는 사람인데요 하면서 내 손을 홱 낚아채서 우리집 방향으로 데리고 가버림
그 아재는 정신 못 차리고 멀뚱멀뚱 있었던 거 같음
(자세히 못 봤음)
그 여자애는 그대로 쿨하게 자기 집 들어가고 나도 곧바로 우리집 대문 열고 들어가고
마침 집에는 또 아무도 없더라고
긴장이 풀렸는지 나는 문 잠그고 이불 뒤집어 쓰고 막 소리 지르면서 울었음
내 나이 30 중반인데 저렇게 크게 운적은 저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이였음
끝임
그래서 그여재애랑 결혼한거야?
몰러 그 이후로 얼굴도 한번도 못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