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텔에 도착하니 주인 아가씨가 나와서 몇층 몇호실을 쓰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줬다.
말이 많은 아가씨였는데 호실 알려준 다음에 하는 얘기가 "아참 지금 여기가 1층이 아니고 위층이 1층이랍니다 그니까 3층 가실려면 3개 층 올라가야 돼요 ㅎㅎ 우리나라는 1층에서 시작하지않고 G층에서 시작한답니다 이상하죠?" 더라 (영어로)
물론 사실 알고 있었다 😅
2.
호텔 아침식사는 영국식(British)/대륙식(Continental)으로 나뉘었고
영국식은 10파운드(15000원), 대륙식은 5파운드(7500원)인가 그랬다.
영국식으로 시키면 베이컨 토마토 토스트 베이크드빈즈 스크램블에그 버섯 홍차 이렇게 성대하게 내주고
대륙식으로 시키면 버터 잼 토스트 커피 끝이더라
3.
리젠츠 공원이라는 곳을 산책하는데 왠 사람들이 열심히 달리더라
구글 지도를 켜보니 그날 마라톤 대회가 있고 친절하게 대회 루트까지 뜨더라
난 그 사람들이랑 반대방향으로 걸었는데...
뭔가 외국인으로서(?)는 아니지만 달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어졌다.
파이팅?은 콩글리시랬고... 치어업? 뭔가 아닌거같고 뭐더라? 기억이 안 나서
그냥 달리는 사람 보일 때마다 박수쳐주면서 환호해줬다
다들 완전 좋아하더라 🤗
4.
영국에 갔던게 2018년 6월 러시아월드컵 당시였는데
한국-독일전 당시 런던 외곽 작은 도시의 시내를 돌아보고 있었다.
뭐 한 5:0으로 지고 있으려나... 하던 참에
길거리에 왠 케이블TV 영업사원이 앞에 TV 하나 켜두고 계약서를 쓰더라.
근데 그 TV에서는 독일전을 방송중이었고 아니 글쎄 후반 80분 넘어가는데 0:0인거야.
깜짝놀라서 힐끗 쳐다보는데 그 영업사원이 TV에 손을 가져가더라. 아고 몰래 보려니까 끄려나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라 소리를 빵빵하게 키워주더니 나더러 힐끗 미소짓더라 😉
손흥민 골넣었을땐 길가던 할배, 흑형, 옆 점포 아재까지 튀어나와서 다같이 봄ㅋ
내가 너무 기뻐서 "우리나라예여 우리나라어흑ㅠㅠ우리나라가 독일 이겼다 ㅠㅠ" 이러니까 아까 그 영업사원이 "말 안해도 다 암ㅋㅋ" 이러더라
5.
해리포터 촬영지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 관광을 갔는데 앞에서 15분쯤 대기해야 한다더라.
그냥 멀뚱멀뚱 기다리는데 왠 흑꼬마가 날 보더니 일본인인줄 알았는지 갑자기 "라센간!!" "보쿠와 카이조쿠오 나룬다!!" 막 이러더라
그래서 "쏘리 벗 암낫 재패니즈 암 코리안 오케?" 해줬고
"그리고 그게 아니라 카이조쿠오니 오레와 나루가 정답이야 존만아" 라고 해줬다
사실 걍 귀여운 잼민이였고 같이 사진도 찍음ㅋ
6.
며칠 뒤 일본의 16강전. 상대가 어디더라? 유럽 어딘가였는데,, 스웨덴? 벨기에? 까먹었는데 대충 벨기에로 치자.
호텔 근처 펍에 가보니 16강전 중계를 하더라.
국가감정 잠깐 접고 아시아인의 정으로 응원해줄까? 하다가
조별리그에서 개짓거리해서 16강 올라간게 떠올라서 (잘 모르는 분은 볼고그라드의 수치 검색) 속으로 일본의 패배를 기원했다
겸사겸사 우리도 떨어졌으니 느그도 내려와 ㅋㅋ 이런 맘도 있었고
근데 전반에 2점인가 내면서 리드하더라... 그 펍 안쪽엔 몇명의 일본인들도 있었고 신나서 응원가를 막 부르더라
내 표정은 썩어들어갔는데 옆에 왠 영국인이 날 보더니 말 없이 "잉 니는 왜그래 ? 안기쁨 ?" 같은 느낌의 제스처를 취하더라
에이 술맛없다 하고 나와서 호텔가서 씻고 다시 켜보니 역전당해서 광탈했더만ㅋ
7.
다음 날은 잉글랜드와 콜롬비아의 16강전이었는데
전날하고 다르게 펍이 아주 꽊꽊 차있더라.
그때 승부차기까지 가서 해리케인이 결승골을 딱 넣고 이겼는데
아주그냥 거리가 떠나가랴 사람들 광란의 도가니 ㅋㅋ
어떤 백형 나한테 뽀뽀할라했는데 아 이건 좀;;ㅋㅋ 하고 겨우 피해서 빠져나왔다
그날 야식거리 사러 옆블록 테스코에 가는데 카페 펍 바 자동차 어딜가든 잇츠고오오잉호옴 잇츠고오오잉~~ 하면서 난리가 났더라
8.
영국여행 8일차쯤
현지 물가에 아주 넌더리가 난 시점에서 처음 피시 앤 칩스란걸 먹었다.
런던 근교 전원도시의 작은 가게였는데
대구살 야들야들, 감튀도 두껍게 컷한게 감■■이 제대로 살아있고
배 터지게 먹고도 고작 8파운드, 12000원 (한국물가로 환산하면 6~7천원 느낌?) 밖에 안한다는거에 너무 감동먹었다
그때 이후로 "피시 앤 칩스는 영국 안에서 먹으면 맛 없다더라 ㅋㅋ" 라는 댓글이 보일때마다 이건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진짜 문제는 요리실력보다도 물가였지.
러시아 월드컵이 코로나 전 마지막 국제스포츠행사였나 이후로 생각나는게 없네. 한창 재밌을 때 여행 잘하고 왔구나.
그 시절이 너무너무 그리워
제가 먹어본 피쉬 앤 칩스도 진짜 그렇게 완벽하게 튀긴 생선이랑 감자는 몇 없었다고 자부 할수 있었어요... ...긴 한데 소금기 0퍼에 도전하는 그 담백함은 당황스럽더군오
대신 식초에 뿌려먹는 맛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