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에 등장하는 서부 시대의 치안은 과장되었고 실제로는 그냥 사람 사는 동네였더라, 하는 카더라가 많은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보안관과 연방 보안관 같은 제도가 왜 생겼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그런데 보안관(sheriff)과 연방 보안관(marshal)의 차이가 뭘까?
대부분의 보안관은 마을 이장 뽑듯이 주민들 사이에서 신용이 좋은 사람이나 총 다루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맡아서 마을에 범죄가 발생하면 사람들을 유치장에 가둬놨다가 순회 판사가 마을에 들르면 넘겨주고 재판을 치르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미 연방 보안관 부서는 미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정부 부서로 1789년에 창설됐다. 초기 업무는 법원의 집행관, 즉 범죄자 즉결 체포 업무를 맡던 자들이다. 아직까지도 이 부서와 연방 보안관들은 남아있으며 현대에는 맡은 업무가 엄청나게 다양하고 권한도 넓어졌다. 하여튼 서부 시대에만 반짝 나타났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서부시대의 연방 보안관들은 남북전쟁 직후의 북군 출신 참전 용사로 다수 꾸려졌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흑인 연방 보안관이
저기서 정당방위라는 부분이 핵심인데, 서부영화 결투 장면을 보면 두 총잡이가 마주보다가 한쪽이 '뽑아라(draw)'라고 나지막하게 외치는 장면이 있다. 이건 '네가 먼저 뽑아도 내가 더 빨리 쏠 수 있다'라는 도발 겸 으름장이 아니라 먼저 무기를 뽑은 상대를 제압해야만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2. 위스키 같은 독한 양주를 마실 때 쓰는 샷 글라스의 기원은 카우보이들이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당장 가진 현찰이 없어서 혁대 탄띠에서 권총탄 하나를 술 한 잔 값으로 대신 지불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래서 이름도 '샷(shot)'이라고.
3. 서부시대하면 딱 떠오르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치러진 가장 유명한 공개 결투 기록으로는 '와일드 빌 히콕'의 것이 있다. 안타깝게도 와일드 빌 히콕은 한창 술집에서 파이브 카드 포커를 즐기던 중에 명성을 노린 괴한에 의해 뒤통수에 총을 맞았다. 히콕 말고도 유명세 있는 무법자나 총잡이가 뒤통수에 총을 맞고 죽은 사례는 제법 흔한데 전부 말하려면 길어지니 생략한다. 사족으로 죽은 히콕이 쥐고 있던 포커 패가 A와 8로 이루어진 2페어로(마지막 한 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이 족보을 망자의 패(dead man's hand)라고 부르며 미신을 잘 믿는 미국 사회의 포커 플레이어들은 이게 나오면 심란해진다고 한다.
4. 서부시대 사람들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 시대 기술력으로도 얼음 보관 설비를 마차에 충분히 실을 수 있었다.
5. 워낙 즐길 게 없는 따분한 곳이었으니 남자들은 조금이라도 돈이 생기면 술과 도박에 탕진했다. 전문 도박꾼과 타짜도 많이 생겨났는데 서부 시대였으니 이 사람들도 살아남으려면 카드 돌릴 때만이 아니라 총 뽑는 것도 빨라야만 했다. 가장 유명한 타짜 총잡이, 아니 서부시대 총잡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해도 무방한 인물이 '닥 홀리데이'인데 실제로도 펜실베니아에서 치과 의료 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별명에 '닥'이 붙었다. 영화 장고의 킹 슐츠가 치과 의사 겸 현상금 사냥꾼인 것도 닥 홀리데이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 무엇보다 홀리데이는 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총격전인 'OK목장 결투'에 참가했었다. 그의 절친이 '와이어트 어프'이며 와이어트 어프 또한 서부시대 말기 가장 유명한 총잡이이자 보안관이다.
7. 카우보이들은 원래 스페인의 목축업자들로부터 시작된 직종이며 실제로 서부의 카우보이들은 히스패닉과 흑인 계열이 절반 이상이었다. 백인 카우보이도 적지 않게 있었겠지만 서부극처럼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8. 미국식 '바비큐'의 어원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해먹던 '바바쿠아' 요리법에 뿌리를 두는데. 정확히는 중남미 카리브 해 쪽 원주민들이 해먹었으며 흑인 노예들에게 전수해줬다. 훈제 구이라는 게 싸구려 고기도 최대한 맛있게 만드는 요리인지라 흑인들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이었고 지금도 그쪽 지방 흑인들은 바비큐가 소울푸드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중남미에서 가장 가까운 아메리카 주가 어디인가? 텍사스! 텍사스 바베큐가 왜 괜히 유명할까. 사실 바바쿠아가 아니더라도 남미 요리 중에는 훈제 기법이 다양한 편이다.
9. 인디언들이 적의 머릿가죽을 실제로 벗겼냐 벗기지 않았느냐는 의견이 분분한데, 본인이 실제 원주민 출신 작가가 쓴 책을 보니 벗기긴 벗겼다고 한다. 다만 아무에게나 하진 않았다. 인디언들은 시신을 훼손하는 걸 종교적인 관점에서 굉장히 꺼려했다. 실제로 원주민 전통 장례식 중에는 땅에 묻지 않고 일단 시신을 가죽이나 천으로 꽁꽁 싸맨 다음 야생동물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나무 높이 메달아두거나 높은 받침대를 만들어서 그 위에 올려두었다. 하여튼 머릿가죽을 벗기는 행위는 존중할 가치도 없는 상대에게 주로 행해졌던 걸로 추정된다. 타 문화권에서 전투 뒤에 적장이나 적병들의 시신을 참수해서 머리를 창대에 꽂아두었던 거처럼.
10. 가장 유명한 인디언의 음식으로는 림월드에서도 자주보는 압축형 보존 육포 '페미컨', 도토리로 만든 빵 '위 위시', 버팔로의 각종 부위로 만든 소고기 스튜 '깐 따 미알로'. 콩과 애호박 옥수수를 같이 넣어서 끓이는 채소 수프 '세자매 수프', 옥수수 잎사귀에 각종 내용물을 말아서 익혀먹는 '타말레스' 등이 있다. 다른 요리법도 많았겠지만 인디언 문화는 제대로 파괴를 당했기 때문에 언어 체계와 함께 남겨진 게 너무 적다.
제일 유명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으로는 나바호(수)족이 있는데, 이 사람들의 전통 음식으로는 프라이 브레드(그들 말로는 다흐 디닐가주)가 있다. 도넛처럼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튀겨가지고 설탕이나 잼을 곁들여서 먹는 건데, 지금은 박물관이나 관광지에서 가볍게 팔지만 사실 사연이 기구한 음식이다. 나바호 족이 살던 땅에서 쫓겨나고 보호구역에 밀려난 대신에 보급품으로 지급받은 밀가루와 라드로 유일하게 해먹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농경을 하려고 해도 척박한 곳이라 마땅히 경작할 곳도 없고 사냥할 동물도 적었다. 수렵 채집 위주로 생활했던 나바호 족은 보호구역에 갇힌 채 튀긴 빵만 줄창 먹다가 구성원 상당수가 성인병으로 요절했다. 그 수가 전쟁으로 죽은 사상자보다 많았다고 한다.
머리 가죽 벗기기는 백인 놈 들이 먼저해서 그에대한 보복으로 알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