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길 지나가는데 시각 장애인 분이 그 긴 지팡이 같은 걸로 바닥 점자블록 확인하면서 계속 한 자리를 맴돌고 계신 거임
그게 신호등 없는 짧은 건널목 앞이라서
지금 차 없으니까 같이 건너자고 할까 다른 이유로 그러는데 이렇게 말 걸면 실례인가 잠깐 고민하는데
그쪽에서 먼저 나한테 여기 신호등 있는 건널목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신호등은 좀 뒤쪽에 있어서 지나쳐 오셨다고 알려드리려다가 혹시 괜히 뒤로 돌아가는 걸까봐 방향을 물었는데
우체국에 가신다고 어디 있는 지 아냐고 하시네
어디 있는지는 아는데 꽤 멀어서 이걸 방향만 알려드려도 되나 하다가 걍 방향이 같으니까
나도 그 쪽으로 가는 길이라고 같이 가시자고 하던 중이었는데
지나가던 다른 사람이 급브레이크 밟고 멈춰섬
후닥닥 가까이 오더니 우체국은 조오기 반대 방향으로 조금만 가서 모퉁이 끼고 돌면 된다고 자기가 방향이 같으니까 같이 가자고
와 그 순간 식은땀이 나더라
우체국 갈 일도 없고 그쪽 방향은 안 다니는 곳이라 우체국이 있는줄도 몰랐음
내가 완전 당황하니까 그 시각 장애인 분이 괜찮다고 고맙다고 하시고 그 길가다 멈춘 분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한테 고맙다고 하시고
나도 그 분한테 고맙다고 하고 셋이서 그러고 찢어짐
와 근데 멀쩡하게 근처에 있는 우체국 놔두고 저 머나먼 다른 우체국으로 갈 뻔...
뭐 모르는데 그럴 수 있지 잘했어여!!
뭐 결과적으로 잘 되긴 한 건데 내가 그분 우체국 일 다 볼 때까지 기다려서 같이 돌아올 것도 아니고 진심 큰일날 뻔 했던듯... 땡큐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