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남동생 군입니다. 누나는 절 코-쨩이라고 불러요.
소개드린 대로, 저는 인간 아빠와 우마무스메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 중에서 남자인 동생 쪽이에요. 누나는 우마무스메고요.
우마무스메는 여성밖에 없으니 인간 남성과 결혼해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우마무스메는 여성일 수밖에 없으니 둘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 중 아들들은 다 인간일 거고요. 아마 성염색체 쪽 문제인 것 같은데, 아직 학교에서 자세히는 가르쳐주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어쨌든 그래서 다시 반복하자면 우리 누나는 우마무스메고 남동생인 저는 인간이에요. 시쳇말로 형제자매는 태어난 순간부터 서로를 미워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다! 고 하는데, 제 생각엔 그건 그래도 힘이 엇비슷한 인간끼리만 적용되는 문제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흠, 글쎼요.
"어이-코-쨩! 라면 끓여줘"
"어 알았어. 10분 뒤에 내려와."
...애초에 완력으로 상대가 안 되는 존재에게 저항하는 건 애저녁에 포기할 수밖에요. 어쩔 수 없잖아요. 누나네 종족은 발길질로 벽돌도 부숴버릴 수 있는 여자들인데, 거기다 대들어봤자 끝이 안 좋을 게 분명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착한 남동생으로 자랐어요. 누나한테 고분고분하고, 사근사근하게 누나 말 잘 듣고. 살기 위해 체득한 삶의 방식이랄까요. 인간 남매지간인 친구들은 서로 못 죽여서 으르렁댄다느니, 머리끄댕이 잡고 싸운다느니, 서로 엿먹일 궁리만 한다느니 하는데, 제게는 먼 나라 얘기죠 뭐. 뭐, 덕분에 주변에서 어른스럽다는 소리는 듣는다는 게 위안일까요.
"누나...그래도 과자는 식탁에서 먹으면 안될까. 소파에 부스러기 떨어지잖아"
"에에이-귀찮아-귀찮다고-"
이런 누나가 바깥에서는 참 모범생으로 통한다는 게 신기하긴 해요. 누나는 바깥에서는 자기관리 철저하게 하거든요.
누나는 말하자면 바깥에서는 팔방미인 다재다능 재색겸비 미소녀로 통해요. 우리 마을에서는요. 운동이야 뭐 우마무스메니 말할 것도 없고, 공부도 잘 하고, 외모도 뭐, 저는 모르겠는데 제 친구들은 예쁘대요. 우마무스메들은 원래 그런가? 성격도, 일단 바깥에서는 나긋나긋하고 착하게 남을 대하기 때문에 평가가 좋아요.
음, 뭐, 트레센에 입학한 뒤로는 그냥저냥 중상 정도의 성적을 내는 평범한 우마무스메지만요. 와, 대체 트레센이란 뭐하는 곳인가요? 우리 누나 정도면 우리 지역에서는 상당한 수재로 통했는데, 트레센에서는 그저 중간 정도라니, 전국에서 날고 기는 우마무스메들이 거기 중앙에 모인다지만, 정말 어떤 괴물들이 모이는 건지 짐작도 안 가요.
뭐 하여간 우리 누나는 우리 마을에서는 머리도 좋고, 스포츠도 뛰어나고, 얼굴도(친구들 피셜) 이쁘고, 성격도 좋은 만능 재녀이자 일등 신붓감으로 통하죠. 그런데 집에만 돌아와선 이렇게 헤실헤실 풀어져서는...
"아흐하암, TV더럽게 재미없네. 코-쨩, 라면 아직 멀었어?"
"거의 다 됐어. 그보다 입을 티가 그거뿐이었어?"
"아, 빨래하기 귀찮아서 -"
"휴. 라면 먹고 빨랫감 내와. 내가 세탁기 돌릴게."
...지금도 저렇게 소파에 센스라곤 없는 헐렁한 티셔츠만 입고 드러누워 있는 걸 보세요. TV리모컨 건성으로 돌리면서, 발로는 자기 허벅지 벅벅 긁고 있고, 목젖이 다 보여라 하품 뻑뻑 하면서요. 누나가 바깥에서는 성격 싹싹하고 재능있으며 유능한 사람으로 통할진 몰라도, 누가 우리 누나 실체를 알까봐 솔직히 좀 걱정되긴 해요. 이런 누나를 누가 데려갈지 모르겠거든요. 미래의 매형이 가지고 있을 누나에 대한 환상이 꺠질까 봐서 말이지요. 아,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누나가 빨리 시집갔음 좋겠긴 해요. 그래야 솔직히 저도 좀 누나 하인 노릇에서 해방되지 않겠어요?
"아, 맞아, 코-쨩"
이런 생각을 하며 라면을 끓이는 중에 - 누나는 은근히 라면에는 예민하단 말이죠. 레시피에서 스프를 좀 줄이고 한국산 고추랑 마늘을 안 넣어주면 죽어도 안 먹어요. 제가 신경쓸 수밖에 - 누나가 절 부르네요. 별로 대수롭잖은 투로요.
"어?"
"모레 트레센이 일반인에게 개방되거든. 방문객들을 위해서. 한 번 견학하러 올래?"
일본 우마무스메 트레이닝 센터 학원이라. 트레센 학원은 트레이너나 우마무스메나 일본에서 엄선된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이죠. 이제 슬슬 진학이나 진로 고민을 해야 할 중학생인 저에게는 좋은 공부가 될 거라 생각해요. 가족 중에 우마무스메가 있다 보니, 트레이너랑 직업에도 솔직히 관심이 있는 게 사실이구요. 거기 가서 최고의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 분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보면 분명 좋은 경험이 되고 배울 점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트레센이 아무나 함부로 출입할 수 있는 곳도 아니니, 이 기회가 어쩌면 제 인생에 꽤 큰 계기가 될지도 모르죠. 그래서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나야 좋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좋은 경험'이었는진 모르지만, 어쨌든 '무언가'의 계기가 되긴 했어요.
...
트레센 학원은 듣던 대로 정말 크고 세련되었어요. 혈기 왕성한 우마무스메들도 원 없이 달리다 지쳐 풀밭 위에 기분 좋게 드러누울 수 있을 만큼 넓었지요. 과연 일본 최고의 엘리트 우마무스메 양성기관 다웠어요. 정말 URA는 돈이 많긴 많은가 봐요. 물론 덕분에 이,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들어온 어린 중학생에 불과한 저는 그만 팍 주눅들어버리고 말았지만요.
"어어-이! 코-쨩! 여기야 여기!"
그나마 여기에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요. 트레센 운동장에서 누나가 손을 흔드는 걸 보고 저는 그리로 달려갔어요. 어린 인간 소년인 제가 도도도 달리는 걸 보고 주변을 걷던 우마무스메 분들이 흠칫 하고 저를 돌아보았죠. 인간 학생들 중에서는 제 달리기가 나쁘진 않지만요, 아마 그분들 보기엔 제 달리기가 한심해 보였을 거에요.
"쯧쯧. 누나가 부르면 제꺽 와야지, 겨우 10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달려오는데 왜 이리 늦니"
"난 인간이야, 누나"
"어, 얘는 누구?"
누나가 남한테 안 들리게 저한테만 작게 핀잔을 주는 사이에, 밝은 색조의 옷을 입은 분홍 포니테일 우마무스메 누나가 다가왔어요. 우리 누나는 큼, 하고 헛기침하더니만, 집에서의 누나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부드럽고 싹싹한 말투로 저를 소개했지요.
"내 동생이야. 오늘 트레센 개방일에 견학 한번 시켜주고 싶어서 불렀어."
"아, 얘가 아쨩 동생이야?"
아마 자기 옷만큼 성격이 아주 밝은 누나인가 봐요. 귀를 쫑긋거리더니만 금방 제 손을 잡고 찬란하게 웃으며 스스럼없이 악수하는 걸 봐서는요. 옆에 선 누나가 움찔할 만큼요.
"와! 반가워! 난 우라라! 하루 우라라야!"
그 붙임성 좋은 누나를 필두로 주변의 우마무스메들이 다가왔어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대부분은, 이제 중학교 1학년인 저보다는 누나들이었죠.
"어린 친구네. 난 토카이 테이오라고 해!"
"Oh! 귀여운 일본 쇼ㅌ...아니 쇼년인 것입니Da! 트레센은 이런 특식도 제공합니Ka?"
"엘, 배를 가르세요"
"난 마블러스 선데이! 저기저기, 혹시 여자친구 있어?"
"어..어..없는데요.."
"헤에에- 그럼 우마무스메는 여자친구로 어떻게 생각해? 응?"
갑자기 사방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저는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손가락만 꼼지락거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것조차 누나들에겐 귀여웠던 모양이죠. 오히려 우리 누나가 약간 당황한 것 같았어요. 전에 없이 불안한 태도로 귀를 뒤로 눕히고 꼬리를 꺾은 걸 보면요. 엥? 긴장했나?
"에헤헤, 귀엽다아~볼 빨개진 거 봐. 난 세이운 스카이야. 뺨 한 번 찔러봐도 돼?"
"에어 샤커다. 동생을 데려온다는 얘긴 들었지만 이런 소년일 줄은 몰랐군."
그러고선 에어 샤커라고 불린 누나는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어쩐지 우리 누나는 그게 못내 불편해 보였지만, 샤커 누나는 그걸 신경쓸 때가 아니라는 듯이 심각하게 말을 이었죠.
"다른 건 다 좋지만 슈퍼 크릭만큼은 조심해."
"그렇네. 아그네스보다 슈퍼 크릭이 더 위험할 만한 애가 왔네. 필요하면 내가 에스코트해 줄까?"
붉은 끼 도는 트윈테일을 한 누나가 제안해 왔어요. 그 슈퍼 크릭이라는 게 뭔진 모르지만 뭔가 아주 아주 위험한 건가 보지요. 저는 트레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어요. 누나가 제지하기 전에는요.
"네이처, 얘는 내 동생이야."
"그래서 더 신경써 주겠다는 건데."
"내 동생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거야."
"흐음. 아이 보고 눈 돌아간 슈퍼 크릭을 너 혼자 상대하긴 힘들 텐데."
"그건...."
아마도 누나는 제가 여러 우마무스메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걸 보는 게 처음인 것 같아요. 하긴 누나 눈앞에 그런 광경이 펼쳐질 기회도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누나가 이렇게 불편해할 일일까요? 왜 자꾸 저를 흘끔거리면서 아주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걸까요?남들 앞에서는 늘 경우바른 누나가 말이에요. 트레센에 절 부른 건 자긴데? 하지만 누나는 제가 다른 우마무스메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어 보였어요. 왜지?
누나가 나이스 네이처라는 누나의 지적에 어물거리는 사이 - 그 슈퍼 크릭이라는 게 뭔진 몰라도 정말 강력한 건가 보죠? 우마무스메도 상대하기 힘들 만큼 말예요 - 테이오라는 누나가 짖궂게 말을 걸었어요.
"예? 아, 예."
"그럼, 동생 군 같은 인간 남자 입장에서 나 같은 우마무스메는 어떻게 생각해?"
"예?"
"여자친구로 말야. 나 정도면 부족할까?"
어쩐지 테이오 누나의 눈이 반짝이는, 혹은 활활 불타는 것 같아 저는 섣불리 말할 수 없었어요. 무, 물론 테이오 누나는 예뻐요. 윤기나는 갈색 머리가 힘찬 포니테일로 뻗어 있고, 자신만만하게 으쓱이는 눈썹을 보면 이게 우마무스메의 표본인가 싶죠. 하지만 갑자기 여자친구라니, 이건...제가 우물쭈물하면서 어떻게든 대답을 해보려 노력할 때였어요. 누나가 제 손목을 척 잡았어요. 그 때 누나가 정말 한껏 삐진 표정을 하고 있었던 걸 눈치챘어야 했는데. 익숙지가 못했어요. 누나가 그렇게 삐진 건 제 평생 처음 보았단 말이에요.
"이것들이..."
"어어어?"
우마무스메는 힘이 세죠. 저 같은 십대 소년 정도는 순식간에 끌어갈 수 있을 만큼요. 누나가 제 손목을 잡고 난데없이 홱 달려나가자 저는 뭐 더 할 새도 없이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어요. 자기 스스로 절 트레센에 초대하고 자기 스스로 절 다른 우마무스메들에게 소개한 누나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
누나가 절 데려온 곳은 아마도 체육관의 자재창고 같은 곳이었어요. 우마무스메의 손에 잡혀서 우마무스메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 끌려 달려야 했던 저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숨을 몰아쉬다가 겨우 입을 열 수 있었죠.
"헉, 헉, 누나, 왜 그래?"
"...바보 자식"
하지만 돌아온 것은 제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밑도 끝도 없는 원망이었어요. 이게 뭐지? 뒤이어 뭔가 묘한 느낌의 뇌까림이 이어졌죠.
"내가 널 괜히 데려왔나보다"
"?"
이건 또 무슨 소릴까요. 트레센에 절 데려온 걸 후회한다니요? 전 나름대로 재미있었는데. 그러나 누나가 신경쓰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닌 것 같았어요.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내는 걸 보면요.
"테이오는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게 아니야."
"?"
"테이오는 지금 자기 트레이너에게 관심이 있어. 어떻게 하면 인간 남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지 너로 시험해 보고 싶은 거였겠지."
누가 뭐랩니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고 이 얘기를 왜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내가 남의 연애사를 들어야 해, 누나?"
"그러니까 괜히 착각하지 말라고, 바보야. 헤벌레 해선."
이 발언은 아무리 상대가 누나라도 좀 기분이 나빴어요. 제가 상대가 우마무스메지만 한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닐까고 고민하는 사이 누나가 말을 이었죠.
"그리고 다른 우마무스메들도 마찬가지야. 걔넨 그냥 지금 살짝 흥분한 것 뿐이라고."
"흥분?"
"아까 너 나한테 달려온 거 기억나지?"
"응"
"그거, 다른 애들한테는 무지 야하게 보였을 거라고."
"???"
"꼬리 없는 엉덩이 흔들면서 남들 유혹하지 말란 말이야. 발정난 것도 아니고."
아니 그 얘기를 왜 지금 꺼내며, 또 제가 달리는 게 뭐 어디가 어땠길래 왜 누나가 제가 짜증을 내는지요. 되려 흥분한 쪽은 누나 같은데 말이지요. 하지만 평생(아직 10년 남짓이지만요)동안 우마무스메를 상대해 와서, 그녀들에게 잘못 대들면 박살날 수 있다는 걸 체득한 저는 잠자코 가만있었어요. 그 와중에 이해할 수가 없는 누나의 횡설수설은 더 심해졌어요. 이제는, 제가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뭔가 애타는 느낌까지 섞여서요.
"가장 위험한 건 슈퍼 크릭이야. 에어 샤커의 말이 맞아. 어린 소년의 냄새를 맡으면 금방 눈치채고 폭주해서 달려올거야. 그래선 안 돼. 그 전에 끝내야 돼"
이건 뭔 괴담 같은 소린지. 슈퍼 크릭이 뭐 트레센 학원의 학교괴담 같은 존재인 걸까요? 그리고 그 전에 뭘 끝내야 한다는 거죠? 이해를 못 한 제가 경황이 없어 허둥대는 사이였어요. 갑자기 누나가 저한테 물었어요.
"저기, 코-짱, 나는 어때?"
"어?"
"다른 우마무스메들에 비하면, 나는 어떠냐고."
"어떠냐니...아, 걱정하지 마."
그러고보니 누나는 우리 마을에서는 재녀지만 트레센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랬죠. 어쩌면, 너무 뛰어난 우마무스메들이 몰려와 그 사이에 있자니 약간 주눅들었던 건지도 몰라요. 그래서 괜히 만만한 동생인 제게 짜증을 내는 거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걸로 누나에게 마주 짜증내기엔 어른스럽게 자랐거든요.
"난 누나 동생이야. 누가 뭐래도 누나는 우리 자랑스런 누난걸. 이런 걸로 누나 얕보거나 하지 않아."
"읏...."
누나가 몸을 약간 떨었어요. 도대체 우리 누나가 오늘 왜 이러나, 트레센에 온 우마무스메들은 다들 정신이 나가는건가고 고민하는 사이에 - 누나를 만나기 전 트레이너들은 약간 그런 뉘앙스로 말하긴 하더라고요. 뭐 전신마비의 계절? 사토노 가와의 전속 계약? 그게 다 뭐에요? - 누나가 제게 달려들었어요.
"누나?"
"미안하지만, 널 더 이상 아이로 놔둘 수 없겠어."
"누나아?"
"이젠 한계야."
그러도선 누나는 갑자기 제 손가락을 깨물었어요. 피가 날 정도로요. 당연히, 간지러울 리는 없었죠. 손가락에 피와 함꼐 누나의 이빨자국이 났어요.
"아얏! 아파..왜 이래?"
"표시를 좀 해 둬야겠다 싶어서."
"?"
"나도 이제 막 깨달았거든. 네가 누구 건지를."
"???"
"그래, 널 여기 데려와서 나도 꺠달을 수 있었어. 그러고보면 널 트레센에 데려온 게 아주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네."
말까지 왔다리 갔다리 바꿔가면서요. 아마 지금 누나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요. 아니 대체 왜???
하지만 제가 의문을 가지든 말든 인간인 제가 잔뜩 흥분한 게 틀림없어보이는 누나를 제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지금의 누나는 평소에 제가 알던 누나랑은 달랐어요. 달라도 너무 달랐어요. 3600m 계주를 막 마친 것마냥 숨을 몰아쉬고, 눈을 번득이면서, 몸이 달아올랐는지 땀까지 흘리면서요.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옷을 벗는 건 아니잖아요. 외딴 체육관 자재실이라도 여긴 엄연히 공공장소인데.
"누나, 뭐하는 거야!"
아 물론 누나의 속옷을 본 게 드문 일은 아니에요. 누나 빨래도 내가 다 하고, 우리 생각 없는 누나는 속옷차림으로 거실을 왔다갔다 하기도 했으니깐. 하지만, 하지만, 뭔가 오늘은 이상했어요. 저도 기분이 야릇해진단 말이에요. 장소 때문에 그런가? 어둠침침하고 기묘한 냄새가 나는 특이한 장소라서? 기분 탓인 걸까요? 오늘의 누나는 - 속옷마저도 벗어 끌르고 -
누나의 폭신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나는 순간 저는 눈을 가렸어요. 아무리 남매 간에 허물이 없어도 이건 아니잖아요.
"누나, 옷 입어!"
"아니, 싫어."
억지로 눈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의 다리 사이에 뭔가 섬세하고 따뜻한 것이 닿았어요. 그게 누나의 손인 걸 알 수 있었죠. 제 바지를 벗기려는요. 그제야 저는 누나의 의도를 알아채고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어요. 누나의, 이상하게 달콤하게 녹아드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제 깨달음은 확신으로 변했죠.
"다른 애들에게는 못 줘. 절대 주지 않을 거야."
"누나, 누나? 지금 제정신이야?"
"아무도 내게서 널 못 뻇어가. 넌 내 거야. 네 모든 게 내 꺼야."
왜? 어째서? 나는 그냥 편한 동생이었을 텐데. 그저 좋을 대로 부려먹으면 되는 착한 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텐데, 왜??? 아직도 의문 부호를 띄우는 저의 머릿속에, 하나의 답이 떠올랐어요.
우마무스메들에게 유독 강하다는 그 특성.
관심 있는 상대방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두고자 하는 충동, 혹은 강렬한 욕망.
독점력 혹은 속박욕이라고 불리는 그것. 저도 알고 있었어요. 누나가 우마무스메니까, 그런 특성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죠.
하지만...하지만...그 대상이 저라고요? 피가 이어진 남동생인 저요???
저를 동생이 아니라 남자로 보고 있다고요???
질투를 한다고요? 누나가? 다른 우마무스메에게? 나 떄문에???
"말했지. 나도 몰랐다고. 방금 꺠달았다고. 다른 우마무스메 년들에게 둘러싸인 널 보면서."
"미쳤어, 누나!? 당장 그만둬!"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저는 발버둥쳤어요. 아무리 중학교 1학년이래도 알 건 알아요. 남자랑 여자랑 육체적인 관계를 맺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왜 남매끼리는 그 짓을 하면 안 되는지. 상식이잖아요. 나이가 두 자릿수만 되면 누구나, 저도 누나도 모를 리가 없는.
다만, 누나가- 그 누나가, 그렇게 밖에서는 유능하고 뛰어나지만 안에서는 털털하던 누나가, 지금 제게 그런 짓을 하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
하지만 발버둥쳐도 소용없었어요. 아, 당연했죠. 상대는 우마무스메니까. 저는 거의 애원하다시피 했지만, 그것조차 누나를 더 흥분시키는 것 같았어요. 이미 흥분한 우마무스메를 막을 방도는 없었죠.
"그러니 알려줘야겠어. 너에게...내 진한 표식을 남길거야. 아무에게도 못 줘"
"누나, 안돼, 이건..."
저는 더 말하지 못했어요. 누나가 제게 입을 맞췄거든요. 십수년 동안 살면서 누나의 입술 갑촉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 입 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누나의 혀가..그렇게 뜨겁고 촉촉했는지도. 아 당연하죠. 알면 안 되죠. 하지만 저는 방금 그걸 알아버렸어요. 솔직히 말할게요. 기분은 좋았아요. 그래선 안 된다는 건 알지만...그리고 동시에...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된 누나가, 자기 손으로 앞섶을 터놓은 제 가슴팍 위에서....
누나가 지쳐버린 제 귓가에, 녹아들듯이 속삭였어요.
"다른 년에게 눈 돌리지 마. 나만 바라봐."
저는, 그저, 누나를, 한 번도 본적 없는 모습으로 제 몸을 거칠게 애무하는 누나를, 제 몸을 잡아끌어 스스로의 은밀한 곳으로 인도하는 누나를, 애타게 부를 수밖에 없었어요. 속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요.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그만둘게요. 너무 적나라하니깐. 우마무스메 상대로 제 저항은 무의미했다는 것만 말씀드릴게요.
다만, 이제야 여러분께 이 기나긴 얘기를 한 이유를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친누나가 제멋대로 절 따1먹고 임신해버린 걸,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드려야 하나요? 트레이너분들의 조언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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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이어 양산형 말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나 써 봄. 네임드 캐릭터는 내가 용기가 안 났어.
원안은 세 가지였는데, 이거랑, 슈퍼 크릭에게 따묵당하는 거랑, 동년배 말딸에게 자신도 모르게 섹1스어필하고 따묵당하는 걸 구상했는데,
보통 이런 괴문서에서 네임드 말딸은 트레이너랑 썸씽이 있으니까 캐붕될까봐 기각하고,
대신 '근근' 웹이니까 터벅터벅 시츄에이션으로 써봤어.
야설 쓰고싶다.
참고로 난 우마무스메 해본 적 없음. 이사장이 노던 테이스트일 가능성이 있다느니 타즈나랑 외출하면 테이오 능력치가 오른다느니 하루우라라가 더트 잘 뛰지만 나머지는 처진다느니 박신이 단거리 전문이라느니 메지로 맥퀸이 살 잘찐다느니 그런 거 하나도 모름. 멋대로 괴문서 써서 미안합니다.
음, 그래 이 맛이야
멋이여 일주일전에 쓰다가 아 근친 꼴리는데 꼴리게 쓸수가 없네 하고 포기하고 치운건데 왜 이걸 지금 보는 사람이 있는거여 왜 알림이 뜨지
음, 그래 이 맛이야
멋이여 일주일전에 쓰다가 아 근친 꼴리는데 꼴리게 쓸수가 없네 하고 포기하고 치운건데 왜 이걸 지금 보는 사람이 있는거여 왜 알림이 뜨지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
봐줘서 댕큐
야짤 그리지 말라고 하니까 야설을 쓰네
그리고 그걸 읽어주는 당신이 있네 댕큐
사실상 트레이너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계신돼오 어 괴문서 맛 좋다
뭐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유게에 내글보는 사람이 있다니
제목+내용으로 말딸 괴문서 치니까 나옴 낄낄낄
으음 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