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 대공방어대 근무하던 시절, 대장님이 진짜 멋진 분이셨음.
공사 출신이신데 지금 중령 다셨나 모르겠는데 아무튼 대단한 분이심.
단순히 군인으로 시간 떼우려고 하시는 분이 아니고 지식도 많으신데다가 뭔가 발전을 추구하는 분이셨음. 이 분은 대공방어대장으로 근무하시면서 제1 소대장이었던 나하고 뭔가 실험을 계획하셨음.
그 분하고 그 외에도 몇 번씩 이런저런 시도를 해봤지. 군 생활 중 얼마 안 되는 재밌는 부분이었어.
그 실험인즉, "탐조등(서치라이트) 조작 인원과 대공포 사수에게 야간투시경을 씌울 경우 야간에 항공기 탐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였어.
대공방어대가 휴대용 유도탄용 야간조준기는 유도탄 발사대 숫자만큼 보유하고 있고, 아무튼 휴대용 유도탄용 야간조준기는 7km까지 교전 가능한 유도탄 사수가 적기 조준할 수 있게 해줘야 해서 화상이 좋기는 한데
문제는 대공포 야간조준기가 성능이 썩 좋은 편이 아니었음.
그리고 비행장 관제탑에는 방공 특기 장교가 한 명 들어가서, 비행장의 모든 탐조등을 어디로 비추라든지 지시를 해야 했기 때문에 실제로 밤중에 비행기 띄우고 야간에 탐조등 훈련(정식 명칭 기억 안 난다)도 가끔씩 하곤 했어.
문제는 탐조등 조작 인원들이 항공기가 어딨는지 감을 못 잡으니까 탐조등 불빛으로 비춰내지도 못하고
가끔씩 야간에 항공기를 찾아내는데 성공한 탐조등 요원도 직접 항공기를 비춰서는 안 되었어.(훈련에 참가중인 항공기 조종사가 눈이 부셔서 위험해진다고)
그래서 거기에 문제를 느낀 우리 대장님은 나에게 본인의 계획을 설명하셨지. ;
그리고 나는 졸지에 비행단에서 쓰려고 산 내 중고 현대 클릭을 타고 다니면서
'라인'이라고 부르는 활주로 주변 철책 내부에 진입해서 전투기 비행대대들에 방문했지.
그리고 한 일은 우리 계획을 설명하고 조종사들이 야간에 쓰는 NVG(야간투시경)을 빌리는 거였어!
일단 처음 방문한 비행대대의 비행대장(소령)님이 화끈한 분이셨음.
그런 고가의 섬세한 장비를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시더라. 감동!!!
그 분이 중위 조종사 한 명을 나한테 붙여주셔서 그 중위 조종사 분에게 NVG 사용법을 교육 받고, NVG를 몇 대 대공방어대로 빌려왔지.
그런데 한 비행대대에서 빌린 것만으로는 대공포 사수와 탐조등 조작 인원에게 분배하기에 부족해서, 네 개 비행대에서 빌려왔거든. 그래서 나는 그걸 온전하게 돌려줄 수 있도록 대대별로 어떤 NVG를 빌려왔는가 일련번호 등을 기록한 장부를 만들어야 했고, 또 탐조등 조작 인원과 대공포 분대장들에게 NVG 사용법을 교육했지.
아무튼 며칠이 걸리는 준비 작업 후에
그리고 ORE(비행단 자체 훈련&검열) 하는 밤이 되었음. 대공방어대 운영계장 중위 선배가 관제탑 들어가서 탐조등을 지휘했지.
그리고 우리가 교육한 인원 중 소수가 NVG를 써서 야간에 항공기를 쉽게 찾을 수도 있었음.
그렇지만 아무리 공사 출신이기는 해도 대위에 불과한 대공방어대장이 공군 전체에 저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고
해당 실험만으로는 알 수 없던 문제점이 나중에 육군인가 해병대에서 비슷한 발상을 한 사람이 있었는지, 야간투시경을 씌운 대공포 사수로 실탄 사격까지 해본 실험 결과를 공문서로 하달하더라.
그것이 뭐냐면 NVG가 조종사들이 비행중에 쓰는 장비여서 원거리의 항공기를 발견하는 건 가능했어.
그런데 대공포 사수가 대공포를 발사하기 시작하면 NVG의 녹색 화상에 포구에서 나오는 빛이 번져버리는 바람에 시야를 상실하게 되더라고!!!
아무튼 그러했다.
그 당시에 계속 비행대대 왔다갔다 하면서 NVG 빌리러 다니느라고 별명이 NVG 소대장 되었음 ;
썰 개꿀잼이네 시간 살살녹는다 아 근데 자야하는데 ㅋㅋㅋ
야간투시경은 관리가 워낙 거지같은 물건이라 돌려받을때 개박살나있기 일쑤인데.
그런데 실험에 쓴 야간투시경이 ↗구렸나보다 요즘건 오토게이팅이 순식간에 작동해서 시야를 확보해 생각해봐. 총 쏠때마다 불빛이 번쩍이는데 눈 머는 병사 본적 있어?
내가 그래서 엄청 고생했음, 대공포 조작 인원이나 탐조등 조작 인원이 혹시나 부숴먹을까봐
나도 비행단 가면 대방대 갔을듯 운전병이지만
다른 대방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우리 대방대는 훈련 없으면 일과중에는 2~3명, 야간에는 2명씩 수송대대에서 파견 와서 같이 지냈음. 그런데 걔들 배려해줬더니 사고를 친 일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