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공시준비하다가 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많다길래 예전에 신림동 고시촌에서 다년간 알바를 내 경험썰을 잠깐 풀어봄.
우선 지금은 사법고시가 없어졌지만 여전히 신림동에는 행정고시와 외무고시 준비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편임.
일단 일반 공무원시험하고는 격이 다르듯이 사법,행정,외무고시 준비하는 사람들 수준 자체가 격이 다름.
대부분 어렸을때 공부로는 어디서 지지않을만큼 해왔고 대부분 대학교 졸업까지 순탄하게 실패없이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준비하는 시험임.
그리고 애초에 동차합격(같은해에 1,2차를 모두 합격하는것)은 신이 내려주는거고 준비하면서 2~3년정도는 생각하고 들어오는 시험이라그런지 비교적 느긋하게 하는편임.
1년차에 고시촌들어오면 우선 교재사고 학원다니면서 빡시게 공부함. 온몸에 긴장감도 있고 정말 공부 열심히함. 일단 대부분 바로옆에 있는 서울대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인케이스가 많고 연고대도 있고 가뭄에 콩나듯 Kiast도 본거 같음. 기본적으로 머리도 좋고 공부재능도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하니 1차는 붙는 편임.
이때쯤 부터 아 내가 혹시 신이 내린 동차합격의 주인공?? 이런 망상을 하다가 2차에 쓴맛보고 다시 심기 일전함.
2년차쯤 되면 이미 1차는 붙어놨기 때문에 2차준비를 하는편인데 짬이 생겨서인지 조금 느긋해짐 일단 고시촌 맛집들은 어느정도 알고있고 고시식당(한식부페)에 언제 삼겹살이 나오는지정도도 알고 있는 수준이 됨. 내가 본바로는 심하게 공부하는 사람은 죽으로만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음. 식사시간 아깝고 많이먹으면 졸리다고 최소한의 영양을 섭취한채로 순공시간 15시간을 달성하는 사람을 실제로 본적이 있음.
여기서 떨어지면 2년을 또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시험날짜가 다가오면 동네 자체가 조용하게 가라앉는 편임.
2차 시험결과 나오는날은 여러모로 시끌시끌해짐 합격자 축하자리와 불합격자 위로자리.. 근데 합격한사람이 가는 술집과 불합격자가 가는 술집이 분리되어 있음. 그날만은 그냥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술마심.
2차에 2번 떨어지면 다시 1차부터 준비해야함. 어지간하면 1차는 붙는 편임. 본인이 1차시험만 2회이상 떨어졌다? 그냥 빨리 다른거 찾아야함. 보통 이런 상황에서 7급 공무원 시험보는 사람도 생겨남. 근데 SKY혹은 카이스트가 7급에 만족할수도 없고 본인 스스로도 실패자라고 인정하는 꼴이라서 붙어 놓고도 안가는 사람 많이 봄.
3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신림9동(녹두거리)에 현지인수준임. 1차시험은 패스한사람들중에 여기서 지박령이될사람과 신선이 될사람으로 구분됨. 1차합격에 다시 안도하면서 "나 아직 안죽었네~ ㅎ"이런식으로 생각하고 내년 2차때 붙으면 된다라는 마인드가 박히기 시작하면 이미 지박령임.
지박령이 되고나서 신선으로 가려면 그래도 고시촌에서 최소 8년이상은 썩어야 신선으로 쳐줌. 1차는 이미 수없이 합격했고 2차의 벽을 못넘는 장수생들인데 대부분 독서실 앞에서 신선들끼리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담배한대씩 태우고 계심. 이들은 이게 당연한게 자기들이 5급 사무관이 되면 장차 본인들이 이끌어야할 부처를 걱정하는거라고함.
그리고 신선들 특징이 "잡기"에 능하다는것인데. 일단 바둑은 아마 2단이상은 흔하고 장기도 이런 고수들이 없으며 특히 법전에 한자를 익힌다는 이유로 주역을 공부하면서 본인의 사주를 보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도 봐줌. 나도 몇번 봤는데 신기 방기함.
거기에 운동한다는 핑계로 조기축구회에 가입하거나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등산회 등등의 아웃도어 동호회에 가입함.
그럼 생활비는? 이미 신선급들은 한달 30만원으로 풍족하게 생활하는법을 깨우쳤으며 서울에서 가장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는 고시촌이 잘 서포트를 해주는데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는..
1. 합격자에게 남은 식권 받기
2. 고시원의 김치+밥 무한제공을 이용한 20가지 넘는 식단 구성
3. 냉장고 반찬 티안나게 긴빠이 하기
등등 수많은 방법이 있고 특히 한달에 4~5회 정도 노가다를 뜀으로서 심신의 단련과 생활비 마련을 동시에 할 수 있기도함. 신선들은 고시촌 월세를 포함 생활비를 80만원 언더로 맞춰서 풍족하게 생활하더라. 담배피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담배내기 바둑 당구 장기는 뭐..기가 막힘.
내가 4년 좀 넘게 고시촌에 있었는데 차라리 1차에서 두어번 떨어진 사람들은 멀쩡한 대기업 잘다니는 사람 많음. 문젠 1차합격만하고 2차의 문턱을 못넘는 사람들이 희망고문에 시달리는게 너무 안쓰러움. 나름 수재소리 들어가며 살아온 사람들인데..
그냥 베스트 글보고 생각나서 글 싸질러봄.
Lapis Rosenberg
교미는 잘 안하긴하는데 그래도 GC라고 불리는 고시커플이 종종보이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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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아트
나있을땐 시간당 300원짜리까지 봤었어
6개월정도있어보면서 고시낭인들보면 별에별 생각이 들긴했음
다양한 군상들이 보이지 ㅎㅎ
노량진이랑 신림동은 고시촌 분위기자체가 틀리더라 노량진은 뭐...젊은애들 많고 유흥 그 자첸데...
고시촌은 식당도 많고 술집도 있지만 시끄럽진 않음. 일단 어쨌든 공부하는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