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만원 짜리 지폐의 세종대왕 얼굴은
실제 세종대왕의 용안이 아니다
알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우리가 아는 이 세종대왕의 얼굴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일종의 '상상화'로
실제 세종대왕의 용안이 어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세종대왕 뿐만이 아니라
충무공 이순신, 논개, 원효대사, 신사임당, 을지문덕, 김유신 등등 전근대 인물은 물론
3.1운동의 영웅인 유관순 열사의 얼굴까지 (물론 이건 사진 자료를 참고했겠지만)
망라하는 수많은 위인의 얼굴이 상상화로 그려졌음
이걸 표준영정이라고 부르는데
영정동상심의규정에 따라서 심의위원회가 선정한 '표준화된 얼굴'임
다시 말해
"이 위인을 언급하고 묘사할 때는 반드시 이 표준에 따라 그릴 것"
을 강제하는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영정이 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위인의 얼굴이 화백, 작가에 따라 제각각 따로 놀았음
그러다 보니 같은 인물을 묘사한 그림, 동상인데
지역마다, 책마다 외양이 달라 통일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음
그래서 1973년에 표준영정 제도가 도입돼
충무공 이순신의 영정을 처음 표준화해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세종대왕, 이퇴계, 이율곡, 신사임당 등등
여러 위인의 초상화를 '표준화'하기 시작했지
오늘날 관점에서 보면 지나친 획일화가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불어넣고
위인을 표상으로 해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단결시키려는 의도로
위인의 얼굴을 창작하는 일은 의외로 비일비재했음
옆나라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통용된 모든 지폐에
헤이안 시대 충신들의 얼굴을 상상화로 그려넣었고
(다만 초상화의 모델이 되는 인물은 실제로 있었음)
미국도 네이션 헤일과 같이
초상화가 전해지지 않는 독립운동가들의 얼굴을
상상으로 그려내 우표나 책에 사용한 예가 있음
그런데 이 표준영정이
우리나라에서는 꽤 말이 많이 나오는 제도인데
표준영정 대부분이 1970~1980년대에 그려진 것들인데
이를 그린 화백들 상당수가 친일 경력이 있어
한민족의 위인을 표상하는 초상화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표준영정으로 등재된 초상화가
실제 그 위인의 용모에 대해 전해지는 기록과 현저히 달라
역사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주된 논란거리로 되고 있음
게다가 그 논란 중에서도 가장 말이 많은 것은
영정이 아예 화백의 얼굴을 빼닮았다는(...) 의혹으로
세종대왕의 표준영정은 세조, 태조 등 어진이 전해지는 이씨 왕가의 용안과는 달리
얼굴 형질이 완전히 남방계로 그려진 데다가
(태조 이성계는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 특성을 지니고 있었음)
귀의 위치도 낮게 설정돼 골상학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심지어 얼굴이 화백을 닮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서
표준영정제도를 이대로 둬도 되냐는 비판의 주된 원인으로까지 되고 있는 실정
사실 그래서 표준영정제도를 없애자는 말도 심심찮게 신문지상에 나오고
문체부에서도 표준영정 지정을 해제하기 위한 심의회를 가지고 했다지만
워낙 오랫동안 익숙해져 온 얼굴 + 새로운 표준영정 지정의 어려움 등등으로 인해
별다른 수확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모양
사실 오늘날에는 얼굴 복원 기술이 크게 발달해서
두개골만 가지고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복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에
세종대왕의 두개골만 입수할 수 있다면 용안 복원 쯤이야 식은 죽 먹기겠지만
그렇다고 영릉을 파헤치자는 건 호로새1끼나 다름 없는 짓이라 뭐...
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세종대왕이 그려진 만원 짜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란 건 안 비밀
한국전쟁때 수장고가 불타가지고 아이고
앗.. 아아...
세종대왕이랑 김기창화백 사진만 보면 코랑 광대 부근은 ㄹㅇ 닮은듯?
신사임당도 그때나온 분의 얼굴이 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