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리 다 대학교때 자취하면서 만난 아이들
첫째 턱시도 뚜용이는 길냥이때도 이사람 저사람 참 그냥 다 좋아했음
사람들 지나가면 아무한테나 애교부리고
애가 붙임성이 너무 좋으니까 지나다니면서 얘 키울거라고 집으로 데리고 가는 대학생 커플들 많이봄
근데 다들 너무 가볍게만 생각한건지 아니나 다를까 길어야 일주일 뒤면 다시또 길거리 방황하고 있음
나는 뭐..동물 키워본적도 없고 그땐 돈이 많은것도 아니라서 책임질수 있는것도 아니라 그냥 무시하고 지냈는데
5월 어느 봄비 오는 날,알바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데 얘가 나 따라서 호다닥 들어오더니 우리집에서 자리 잡고 자더라
조심히 깨워서 밖에 내놨는데 또 우리집 현관앞에서 우는모습이 너무 서러워 보였음
문 열어주면 또 호다닥 들어오고..
그때가 이제 막 이갈이 끝난 7개월쯤 됐을때 였으니까 아마 그 추운겨울을 어미도 없이 혼자 지나다니는 사람들한테 기대며
조그마한 아기고양이 혼자 버텨왔을꺼라 생각하니까 또 마음이 미어지더라
그래서 씻기고 예방접종 맞추고 이것저것 검사도 하고..
그렇게 자취시작하고나서 생긴 내 첫 룸메이자 가족이 되었음.
그리고 둘째 샛째 쌍둥이 쭈용(치즈)와 삐용(고등어)
뚜용이랑 가족이 된지 한 넋달쯔음
그날은 비가 억세게 쏟아지던 날이었음
떨어진 라면사러 편의점 다녀오는길에
쏟아지는 빗소리에 섞인 갸냘프고 애처로운 울음 소리가 들리더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돌렸는데
좁디좁은 골목길 구석 정말 작은 철장케이스 안에 그보다 더 작은 새끼고양이 두마리가
서로를 부둥켜 안고는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살려달라고 힘차게 울고 있더라
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게 만든건 초라한 밥그릇에 사료대신 채워지는 떨어지는 물방울도
빗물에 눈도 제대로 못뜨는 녀석들이 어떻게든 살아보르겠다고 지르는 절박한 울음소리도 아닌
철장 옆에 적혀있던 작은 쪽지 종아리 하나였음 "공짜로 가져가세요"
이 작은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이리도 하찮게 버려져야 하나 하는 분노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이미 집에 데리고 와 버렸더라고
고양이 합사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유튜브에서 한번 봤음
아이들을 동물병원에 잠시 맏겨 놓고는 아이들을 위해, 첫째 뚜용이와의 원만한 합사를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고 준비했음
사실 처음엔 합사 보다는 임시 보호 정도만 생각하고 데리고 왔었지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와 최대한 이쁘게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 행복하게 키워줄 분들이 나타날때까지만 데리고 있으려고 했어
하지만 쉽게 연락이 오질 않더라고
그렇게 한 2주 정도 지났을까
처음엔 나랑 눈만 마주쳐도 하악질에 털 바짝 세우고 겁부터 먹던 꼬맹이들이
불편하고 불안해서 그 쪼꼬만 몸 하나 편히 눕히지 못하고 선잠만 자던 꼬맹이들이
첫째랑 같이 자고 있는 내 옆에 꼬물꼬물 기어오더니
두마리가 같이 내 겨드랑이 밑에 자리잡고는 똬리를 틀고는 곤히 자는데
진짜 뭔가 감격스럽다고 해야되나..? 눈물이 다 나오더라
인터넷에 올렸던 글도 지우고 가족이 되기로 했지
그렇게 벌써 5년째 고양이 집사로 살고 있는데
고양이들이 으레 그렇듯 사고도 많이 치는 사고뭉치 녀석들이고
가끔 피곤할때 방 안에서 우다다 뛰어노는거 때문에 잠못들때도 있어 짜증도 나지만..
음.. 그래 그냥 아이들만 봐도 행복하더라..
나중에 결혼을 해서 내 아이를 볼때 이런 기분일까?
반려 동물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내 아이는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보고
밖에서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지칠때 집에 돌아와 고양이들 쓰다듬으며 힐링할때
정말 사무치도록 슬픈 때에도 아무 말 없이 내옆에서 온몸을 비벼가며 애교 부리는 아이들을 볼때
세상에 둘도없을 행복을 안겨준건 고맙지만
그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책임감 없이 함부로 정주고는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만 없었더라면
내가 이 아이들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아이들은 그 짧은 순간의 아픔도 없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면
난 책임없이 불쌍해서 챙겨주는거라는 취지로
밥만 던져주고 남들한테 가는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캣맘 캣대디들
혐오스럽고 역겨움
이 와중에도 캣맘들 비추박고있네
참 아이러니하지
복 받아라
나도 냥줍하고 싶은데 냥이들이 나만 보면 졸라 무서워하고 나한테 안옴 진ㅁ짜 한놈만 걸려라 잡아다가 키워버릴테까
복 받아라
츄츄츄르르릅
이 와중에도 캣맘들 비추박고있네
참 아이러니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