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서서 가고 있었어.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옆에 서있던 사람이 들고 있는 폰을 봤는데 (일부러 본 것 아님)
그사람이 켈린더 앱을 보고 있는거야
달력에 일정이 빽빽히 써져 있는데
부지런한 사람이군... 이라고 생각하다가 이상한게 보인거야
2091......?
저거 분명히 년도 숫자인데 왜 2091 이라고 적혀있는거지??
뭐야 앱 이름인가? 뭐지? 하고
다시 이번엔 일부러 몰래 폰화면을 엿봤어 곁눈질로
어디로 가서 누구와 만난다.
어디로 가서 누구와 만난다.
이런게 빽빽히 쓰여있는거야
뭐지......???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그사람 얼굴을 봤는데
눈이 마주쳐 버렸어.
아 시부랄 싶어서
자연스럽게 고개 운동 한바퀴 돌려주고
뇌를 풀가동시켜서
여기서 지금 빠져나가야하나...
다음역 도착하기까지는 좀 더 가야했어
근데 이 상황에 내가 다른칸으로 가거나 다음역에서 내리거나 하면
왠지 이상하자나?
내가 도망가는게 확실해지는거니까
혹시 옆사람이 진짜 이상한 놈이면 따라오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그냥 이사람 내릴때까지 버티자.. 여긴 어차피 사람도 많으니 뭔짓 하지 않겠지 싶어서
무작정 그냥 모른척 서있었어.
근데 그놈도 안내리는거야
내가 2호선 삼성역에서 탔는데
신촌까지 계속 안내리는거야
아... 시부럴.. 이놈도 나 쫓아오려고 기다리는건가
온갖 생각이 들면서
지하철 내리자마자 올라가서 택시타고 도망가야하나 생각을 했어
그러다가 내 앞에 자리가 비어서
일단 앉고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어
그런데 내 옆사람이 날 툭툭 치는거야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옆사람한테 기대서 졸고 있었나봐
그렇습니다.
꿈이었어요.
흥미진진한 스토리 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