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틈.
혹은 단층.
싸움이 한창일 때, 의식과 의식의 이음매 사이를,
천천히, 도장을 찍듯이 걷는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풍경은 타버린 사탕과도 같이 뻗어 나간다.
그러는 동안, 이 결단에 다다르게 된,
과거의 일이 정리된다.
아버지는 마술사가 아닌, 셈 일족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을 뿐인, 일개 연구자였다.
아니, 일개, 라는 건 어폐가 있다.
발상력, 집념, 끈기, 무엇보다도 기적을 만나는 운명력.
그 모든 것이 뛰어났다.
몇 백년이나 시간을 들여 마술회로를 기르는
명문 마술사들에게, 연구 결과로는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아버지는 필드워크 끝에, 하나의 고리를 발견했다.
아무런 특색도 없는 나무로 된 고리.
하지만, 고리를 통해 반대편을 들여다볼 때,
고리 안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는 『천사의 유물』이었다.
이 행성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마술사가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아버지는 연구실을 받아, 그날부터
『천사의 유물』의 감시자가 되었다.
『천사의 유물』은 무엇을 해도 분석할 수 없었으며,
무엇을 해도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실이 생긴지 20년째.
아버지는 자식을 얻어, 아들은 10세가 되었다.
그 날, 아버지는 아들을 연구실에 데려왔다.
방심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이 유물은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신의 선물』
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빛은, 그 때 흘러넘쳤다.
0.2초의 영원.
찰나의 빛이 비춘 후, 아버지는 이 세계에서 소실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이름도 경력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세계의 기록에서 소실되어 있었다.
사실로서,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었다.
바닥에 남은 사람 모양의 그림자가,
그곳에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었다.
10세의 소년
아버지?
그 광경을, 그는 확실히 지켜보고 있었다.
지면에 눌어붙은 그림자. 그것이 아버지였던 것이며,
이제는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 자신은 무사했다는 사실, 그리고,
10세의 소년
———에?
그 자리에 있던 자신도,
아버지와 똑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는 사실을.
『SF의 물질 전송기에는 두 종류가 있어.
하나는 공간을 이어, 인간을 전이 장소로 보내는 것』
『또 하나는 인간을 원자 레벨로 분해해서,
전이 장소에서 재구성하는 것』
『지금은 후자 쪽이 현실적이라고 말해지고 있지만,
도덕, 윤리, 철학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어』
『원자 레벨로 분해당한다면 인간은 죽어』
『완전히 똑같은 것이 전이 장소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것은 “똑같은 생명”이 아닌 것이 아닌가, 라고 말이지』
영화를 좋아했던 소년은, 그런가, 라고 곧바로 납득했다.
바닥에 눌어붙은 것이 진짜이며, 지금 이렇게 사고하고 있는
자신은, 전혀 다른 “것” 이라고.
여담이지만, 이 연구소 바닥에 남은 얼룩은, 이후,
어떤 수단을 써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지금도 살아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우주가 식어버린 다음에도. 영원히』
학원장은 그렇게 말했고, 연구실에 드나드는 자는 없어졌다.
조사 결과, 소년의 신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이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기억·인격도 이전의 것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든 것에 있어 원래의 소년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렇다 해도 『다른』 자라는 사실은,
소년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이 세계에 실재하고 있다는 감각이 없다.
누구와 있어도, 같은 생명체로서 안심되는 일이 없다.
『그는 더이상 지구인이 아니다』
전승과의 마술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도 이의는 없었다.
소년에게는 인류의 시점, 인류의 거리감이란 게 없었다.
그것은 바닥에 얼룩진 의 것이다.
그래도, 소년은 자신을 인류라고 여겼다.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도,
염기 서열은 틀림없는 인류니까.
자신을 인류라 생각하지 않아도, 그 법칙———
지켜야 할 지정(오더)에 따르면 된다.
그럼 인류의 정의란 무엇인가.
그, 누구라도 머리를 싸맬 해답을,
소년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상태였다.
『인간은 다양한 인종이 있고, 다양한 실수를 저지르지만.
그 토대에 있는 건, 다들 똑같단다』
『인간은 누군가에게 배우지도 않았으면서, 선한 일을 하고 싶어 해.
벌레가, 빛을 향하는 것과 똑같이』
소년은 그렇게, 전승과에서 8년을 보냈다.
그 때, 그에게는 하나의 질환이 있는 것이 판명되었다.
소년은 기억력……만사를 기록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24시간 중, 5분 분량의 사상만을 기록할 수 있다.
소년에게 있어 하루는, 5분간의 일이 되었다.
발견이 늦어진 건, 소년의 일상 회화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하루에 있어 『기억해야 할 사항』이란
5분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소년은 실천하고 있었다.
하루를 5분으로 압축하는 그에게 있어, 24시간을 가진
평범한 인간은, 넉넉하고 여유로운, 군더더기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소의 하루(데이비트).
셈족에 전해지는 허무의 유물이 탄생시킨 것.
여담이지만, 전승과를 떠날 때, 데이비트는
『천사의 유물』의 발동 조건을 파악하고 있었다.
『반경 20km에서, 하루 동안 사망자 수가 제로일 것』
그것이 아버지와 소년을 지구상에서 지워버린,
문명권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찬 고리의 정체였다.
마리스빌리
네 쪽에서 와 주다니 정말 기뻐.
칼데아에 어서 와, 데이비트.
데이비트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제 경력에도 관심이 있으시다고.
현재 인류의 기술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주를 포착하는 정밀한 시각이 필요하신 건가요?
마리스빌리
응. 내용물은 됐다 치고, 형태만이라도 말이지.
가능한 한 정교한 것이 필요해.
하지만, 우주 바깥까지는 필요없어.
어디까지나 138억 광년만큼이야.
네 소감은 정말로 참고가 돼.
부디 인리보장에 협력해주었으면 해.
데이비트
인리보장……미래의 증명, 혹은 결정.
분명 선한 지정(오더)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마리스빌리
아아. 너는 그것까지 보이나 보네.
그럼 말해버릴까.
다른 팀메이트에게는 비밀로 해 주겠니?
마리스빌리
이상이 나의 목적이야.
염려점이 있다면 들려주었으면 해.
데이비트
지금 시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만, 성공률이 극히 낮은 건 아닌가요.
주축이 되는 마술사들의 생존률이 너무 낮습니다.
진실을 안 자가, 반드시 그들을 말살할 겁니다.
그것에는 세계로부터의 억지력도 포함됩니다.
저와 보다임 이외에는 살아남는 자가 없을 겁니다.
마리스빌리
그러니까 이런 형태로 숨기는 거야.
마술협회에게도, 동료(칼데아)에게도, 세계에게도.
찾아올 특이점에서의 인리수복에 있어,
A팀의 마술사들은 마스터가 아냐.
너희들은 비닉자(크립터)야.
그것을 마음속에 새겨주겠니?
그 때, 그는 자신이 행해야 할 지정(오더)를 결정했다.
칼데아의 계획을, 별을 희생하더라도 파괴한다, 라고.
데이비트 젬 보이드는
우주 시점에서 일에 임하고 있다.
『이성의 신』의 부하도 아니고,
『인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배울 것도 없다. 누군가 기뻐해줄 필요도 없다.
인간이란, 그저, 선한 일을 하는 생물이다.
비록 그것이,
냉혈한 벌레의 반응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저 천사의 유물이 묘사상 피험체:E라는 말도 있고 타입 비너스라는 말도 있던데...
나무로 된 오파츠적 물건이라 하면 그 두개가 제일 먼저 떠오르긴 함
셈일족이... 성경에 나오는 애들이었나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아들 셈의 후예를 셈족이라고 하니까 ㅇㅇ 대충 아랍-중동-유대계 민족을 뜻함